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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소리엘 May 19. 2020

구태여 설명하지 않는 남자

"주변에 소개팅해줄 남자 없어?"


최근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다. 아마도 지금껏 살아온 궤적이 "남고-공대-군필-제조업 회사"이다 보니 주변에 남성 지인이 많을 것이라 여겨서 일 테다. 그들의 기대에 비해 매칭 성사율이 높지 않다. 괜찮은 사람들은 대개 연애 중이고, 연애를 안 하는 이들은 확실한 취향이 있어 매칭하기 부담스러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평소처럼 누군가 소개팅 주선을 문의했을 때 문득 지인 A가 떠오른 건 지난주였다. 그간 A를 떠올리지 못한 건 20대 중반이라는 그의 나이 때문이었다. "서른 살 여자분인데 연하도 괜찮대." 그러니까 이 말 때문.


A를 떠올린 건 우연이었지만, 곱씹어 생각해 보니 좋은 매력을 지닌 사람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나를 포함한 대다수의 남성들이 가지지 못한 장점을 지녔다. 바로 "구태여 설명하지 않는 능력"이다.



구태여 설명하지 않는 미덕, 그리고 + α

대화 도중 구태여 설명하지 않는 남자. 타인의 이야기에 괜스레 자신의 말을 더하거나 포개지 않는 남자. A는 그런 사람이다. 대학 시절엔 이러한 품성이 큰 장점인지 알지 못했다. 심지어 나는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자기 PR 시대' 따위의 캐치프레이즈를 지표 삼아 어지간히 입을 놀리던 사람이었다. 꽤 많은 사람들이 나처럼 활개를 치고 다녔으니,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타인의 말에 피로했을지 모르겠다.


오해할까 봐 덧붙이자면, A는 본인 고유의 색채가 옅거나 생각이 얕은 이는 아니다. 어떤 주제이든 간해 그의 의견을 묻는다면 그는 매번 사려 깊은 의견으로 나를 놀라게 했다. 공론의 장에서도 그는 돋보이는 발표자이면서 동시에 훌륭한 토론자였다. 평소 그가 조용해 보인 건, 누군가 의견을 묻지 않을 때 침묵하고 경청할 줄 아는 사람이라서 였다. 그 자체로도 놀라운 미덕이지만, 나는 20대라는 그의 나이를 생각하면서 더욱 경탄하곤 한다.


어느 트위터 글


무턱대고 과묵한 사람을 예찬하려던 글은 아니다. 대화는 마치 보드게임과 같아서, 서로의 실력이 비슷하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다. 보드게임을 함께 즐기기 위해서는 참여자 모두 밸런스 있게 몰입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대화도 그렇다. 무던한 과묵도 힘겹지만, 속사포같이 난사하는 말의 속주 역시 지치긴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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