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쌓인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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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앞에 견고한 곳은 없다 무언가의 존재는
그 자체로만 기억되지 않고 그 존재의 지난 시간들을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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얻은 것보다 잃은 것을 기억하는 이유는 누군가의
자리를 기억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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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된 것은 그것으로 없어지는 게 아니라 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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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면서 내가 떠나보냈던 것처럼 나의 상실을 감내할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나 역시 쌓여서 존재하게 되길. 누군가가 기억하는 나의 자리 위로 그다음 날들이 쌓여가는 때를 생각해본다. 지금 내가 기억하는 곳에 오래전부터 풍경이었던 이들을 생각해보는 것과 닮아 있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