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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디 May 06. 2024

집짓기 26주 차

외관 마감의 시작, 종석미장

123일 차 2024년 4월 29일 월, 17도/26도

1. 내벽 단열재 부착, 메쉬마감, 화스너 고정
2. 금속 - 옥상두겁 설치
3. 방수 - 금속방청도장
※ 비 예보로 콩자갈 작업은 익일로 연기

명일 : 벽돌타일 붙이기 / 콩자갈 시공

내부 메쉬미장 / 옥상난간 두겁시공 / 금속 녹막이 도장

 주말까지 예보되었던 비가 정작 오지 않았다. 당연히 기다린 건 아니고 비 때문에 작업이 취소되니 억울해서다. 콩자갈 작업이 완료되어야 벽돌 타일 마감이 시작되는데 비는 왜 이리 자주 찾아오는지. 겨울을 나고 마당에서 쑥쑥 자라고 있는 수국으로 위안을 삼아 본다. 비가 와야 할 이유도 분명 있다며 마인드 컨트롤.


124일 차 2024년 4월 30일 화, 16도/23도

1. 금속 - 옥탑 두겁 설치
2. 콩자갈(종석미장) 시공
※ 벽돌타일 작업 - 콩자갈 세척작업 이후로 연기

명일 : 수. 콩자갈 세척, 금속 방청 도장 / 목.금. 벽돌 타일 붙이기 / 월. 벽돌 메지 시공


종석미장 작업과정


1. 준비 : 자갈과 시멘트 등을 정량에 맞게 혼합

저울로 5종의 콩자갈을 정량 배합한 후 작업자들이 함께 확인

2. 미장 : '적절한 수준'(?)으로 배합된 재료를 벽면에 고르게 펴 바르기

배합한 콩자갈 재료를 바른 다음 몰탈 펴바르기 (작업관리하는 봉림대표님)

3. 약품 처리 : 콘크리트가 굳는 속도를 늦추는 약품 도포 (주변 오염주의)

쓸어낸 듯 마무리된 표면에 콘크리트 경화를 지연시키는 혼화제(지연제) 처리

4.  씻어내기 : 고압 살수로 표면의 몰탈 일부를 세척 (다음날 작업)

살수 세척으로 몰탈 벗겨내기. 하룻밤이 지나 수압에 쎈 세척기가 필요, 마침내 보석처럼 드러난 표면

이른 아침, 건물 상층부 외벽의 콩자갈 작업을 위해 네 분의 작업자분들이 현장에 오셨다. 봉림 대표님은 출력해 온 종이의 배합비율에 맞춰 각 재료를 저울에 달아 정확히 배분하고, 다시 시멘트와 모래, 물을 섞어서 적절한 수준이 될 때까지 믹서기 같은 기기로 혼합하는 과정을 조소장님과 함께 열심히 찰칵거리며 곁에서 지켜보았다.


그렇게 눈으로 보았으나 설명할 수 없는 과정이 있는데, 봉림 대표님이 중요하다고 여러 번 강조한 '슬럼프 (집짓기 14주 차 참조)'를 확인(zero)하는 것이다. 종석미장을 하시는 (한눈에 봐도 베테랑) 작업자분이 재료가 섞이는 걸 지켜보다가 얘기한다. "시멘트를 더 넣어야겠어" 좀 더 섞고 나서 손에 걸친 작업판 위에 재료를 일부 떠서 미장칼(흙손)로 몇 번 스윽스윽 펼쳤다 모았다를 해보더니, 다시 "좀 더 넣어야 해"... 종석미장 품질을 관리하는 봉림 대표님은 손삽으로 조금씩 신중하게 추가한다.


엇, 이건 “며느리도 모른다"는 신당동 떡볶이집 비법 같은 건가?!

수제비 반죽을 한 번만 치대 봐도 물이 적네, 많네를 바로 알아내는 어머니처럼 몸으로 체득한 숙련자의 '감'을 직관하며, '비법'의 영역에 대한 이해는 남겨두기로 했다.

약품처리 후 4시간 정도 경과 후 씻어내므로 당일 세척까지 가능할지 기대가 있었으나 내일로 미뤄졌다.


125일 차 2024년 5월 1일 수, 14도/24도

씻어내기 시작하자 예쁘게 드러나는 종석미장
4층과 2층의 종석미장 결과. 베이스가 건조되면서 더 밝아진다.
모습을 드러낸 콩자갈 작업물
옥탑 두겁 시공

근로자의 날이라 아침 일찍부터 콩자갈 세척작업을 구경했다. 멀리서 보아도 파란색 약품이 씻기면서 표면이 드러나는 것이 보인다. 한마디로 신기하다. 그 결과는 기대대로 아주 멋있게 나왔고, 최초로 결과물을 확인하신 세척을 맡은 반장님도 잘 나왔다며 서로서로 엄지 척!


작업 중 커뮤니케이션이 되지 않았는지 지연제 도포도 없고 보양도 되지 않은 채 말라버린 작은 면이 하나가 발견되었다. 종석미장에서 씻어내는 건 '아라이다시', 갈아내는 건 '도끼다시'라고 하는데, 좁은 면이고 도끼다시로 1mm 정도 갈아보기로 했으나 완성도가 그리 좋지 않았다. 실내에서 보이는 면도 있어 해결방안이 필요해 보인다.


날씨가 좋아서 공원에서 내내 작업하는 걸 지켜보았다. 벽면은 물로 잘 씻기는 반면, 천장은 물이 떨어지니 시야확보도 어렵고 깨끗하게 씻기지 않고 몰탈이 남아있는 부분들이 있어서 재차 세척을 하고, 봉림 대표님, 반장님과 함께 남아있는 몰탈을 찾아서 쇠솔로 닦는 것까지 하고 마무리가 되었다. 손이 많이 가는 일이다. 그리고 그만큼, 아니 그 이상 가치 있는 결과를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길어지는 오후 햇살에 가림막 사이로 콩자갈의 반짝임이 보인다. 아름답다.


공사비 부담 때문에 콩자갈로 잡혔던 내부 마감을 변경했는데, 다시 마음을 바꿨다.

따뜻한 5월 햇살 속 은은한 반짝임, 살랑대는 나뭇잎과 함께 사르륵 흩어지는 기분 좋은 풍경이 오늘 이야기의 마지막 장이라면, 건물 안을 매일 드나드는 나에게 주는 따스한 기분을 선물하고 싶었다.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된다.

 

126일 차 2024년 5월 2일 목, 12도/24도

1. 벽돌 타일 붙이기
2. 금속방청도장

명일 : 목.금. 벽돌타일 붙이기 / 토. 벽돌타일 붙이기. 큐블럭 시공 / 월.화. 벽돌 메지시공 / 수. 발수제 도포

벽돌타일 시공 시작! / 옥탑 방청도장

드디어 외장재가 붙기 시작했다. 벽면이 하나씩 채워지면서 확실히 건물의 형상도 드러난다.


127일 차 2024년 5월 3일 금, 12도/28도

1. 벽돌타일 붙이기
2. 금속- 방청도장

명일 : 벽돌타일 붙이기. (차주 목. 창호설치 예정)

먹줄에 따라 나란히, 나란히 벽돌타일 붙이기
옥상난간대 두겁 방청도장

출장을 다녀왔다. 날씨가 한여름처럼 덥다. 햇빛도 눈부시고 벽돌타일 색이 반사되어 현장에서 일하는 분들이 힘들었을 거 같다. 해 질 녘 공원에 앉아서 바라보고 있자니, 언제 건물이 이렇게 덩치가 커졌나 싶다. 외단열재를 붙이면서 몸집을 키웠는데 이제 밝은 외장재까지 얹어지니, 늘 서있던 곳에서 뒤로 한발 물러나게 된다. 이제부터 햇살이 세질 텐데 빛이 반사되어 혹여 주변 사람들을 피곤하게 만들진 않을지 걱정이 된다.

톤을 좀 낮춰볼 걸 그랬나?... 무광 재질이니 괜찮으려나?...


128일 차 2024년 5월 4일 토, 15도/29도

1. 금속방청도장
2. 빌트인용 가전제품 구매

명일 : 화. 노출미장 / 수. 벽체 미시공 외벽단열재 시공, 메쉬미장 / 목. 벽돌타일 시공 / 금.토. 메지 시공

옥탑 및 옥상 일부 두겁 페인트 도장
나만의 은신처 후보지 #1. 기대어 책보기 좋은 자리

건축가 요시후미의 집 ⓒ도서출판 다빈치

주택 건축을 주로 하고, 집에 대한 글도 많이 쓴 건축가 나카무라 요시후미의 책에서 내 집 안에서도 혼자 만의 공간이 필요하다며, 그가 설계한 집 안의 은밀하고도 아늑하게 자그만 공간을 본 적이 있다. 건축가의 집 2층 계단참에 있는 서가도 그런 공간이리라(사진). 작은 집에 그런 계획까지 담진 않았지만, 바람은 있었는데 어쩌면 한 군데 찾은 것 같다. 4층 계단참에 크게 난 창문 앞. 동쪽이라 아침햇살이 잘 들겠고, 둘이 앉을 수는 없는 공간이니 나만의 은신처가 될 수 있겠다. 열린 공간이라 완벽한 은신까진 불가능하겠지만.


경치 좋은 남쪽 현장에 내려가신 누림 대표님이 현장에 오셔서 조소장님, 이소장님과 함께 옥상 마감, 정확히는 옥상정원 조성에 따른 배수와 방수에 대해 한참 의논하셨다. 집 앞 쌈지공원에 오래되고 큰 나무들이 있다면, 1층 화단과 4층 베란다, 그리고 옥상에는 작은 식물들을 가꿔보려 한다. 지금 사는 작지만 마당이 있는 주택에서도 실현 못했던 희망사항이다. 마당이 있더라도 제대로 화단을 조성하지 않아 화분을 두어야만 했다. 서울의 겨울을 견디지 못할 올리브나무나 따뜻한 나라에서 온 오렌지재스민, 몬스테라 같은 식물은 어쩔 수 없겠으나, 앞으로의 계획은 커다란 화분은 최소화해서 작은 움직임으로 일상적 원예를 하는 것이다. 철마다 무거운 화분을 옮기는 일은 이제 그만할 때가 되었고, 얼마 못 가서 그만할 수밖에 없을 테니 말이다. 깊지 않은 토심에 적합한 수종을 조소장님이 알아보셨다고 한다. 여름이 오면 한국의 나무와 식물도감을 펼쳐놓고 행복한 고민을 하게 생겼다.


연휴에는 알 수 없는 불안감을 없애는 것이 목표이다. 가정의 달인 5월의 가전제품 행사가 가장 유리하다는 대리점 팀장님의 조언을 기억해 두고 있었는데, 마침 연락을 주셔서 계획했던 빌트인 냉장고와 김치냉장고를 구매했다. 식기세척기는 구매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기존 걸 쓰려했으나(써야 했으나;), 2년 전 고민 없이 골랐던 그린색이 자꾸 거슬리는 중이었는데, 내 마음을 읽었는지 신제품이 성능도 좋아졌을뿐더러 세척시간이 크게 단축되었다는 대리점 팀장님의 설명에, '그럼 물도 적게 들겠네요!'라고 반갑게 맞장구치며 스르륵 구매목록에 식세기 추가.


내일은 이케아에 가서 설계를 마친 주방제품 미리 구매하고(이케아 주방은 품절제품 때문에 공사가 한 번에 끝나지 않는 문제가 늘 있다), 아직까지 미확정인 가구배치와 제작범위도 결정해야 한다. 욕실가구도 확정을 해두어야 가구공사 범위를 명확히 할 수 있다. 연휴가 있어 그나마 다행. 곧 부가세신고도 다가올 테니 세무사님에게 메일을 보내어 현재 진척을 알려드리고 준공 후 취득세 등 추가 납부할 세금에 대해 미리 의논할 시간을 잡아야겠다. 동네 임대시장의 분위기를 알아보기 위해 망원동으로 이사 오게 해 주신 동네 부동산 사장님을 만나고 왔는데, 임대를 빨리 주려면 5월 중엔 이것도 어떻게 쓸지 매듭을 지어야 한다. 한번 임대를 하면 오랫동안 유지해야 할 거라 신중해진다.

이렇게 머릿속 숙제들을 정리하고 나면, 남는 불안감은 자금으로 귀결되겠지? 제일 어려운 일. 그러니 다른 건 모두 쉽다고 생각하고 얼른 해치우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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