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마감 마무리, 곧 언베일!
대체공휴일이라 현장작업은 없다. 어제부터 시작된 비가 지금껏 추적거리고 있기도 하고.
내일도 아직 비 그림이 있고 오후부터 개인다는 데 부디 날이 좀 화창해 지기를. 다음 주엔 '부처님오신날'이 있고 날씨와 공휴일이 연이어 있다 보니 작업이 연속해서 진행되지 못하는 게 아쉽다(일하시는 분들께는 미안합니다). 전날 종일 비가 내려서 건물 내부가 어떤지 오전에 한번 돌아보았다. 열심히 누수를 잡고 있는 지하나 방수처리한 공간들이 다행히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동쪽 계단실 벽이 축축하게 젖어있는 게 걱정되어 조소장님에게 문의해서 상세한 답변을 듣고 나마 그나마 마음이 놓인다.
'약은 약사에게, 병은 의사에게'라는 구호가 생각난다. 때때로 나는 잘 모르는 증상으로 불안에 휩싸이고 마는 병자와 같아서 약이 필요하거나 진료가 요구된다. 그걸 그대로 끌어안고 있다가는 진짜 큰 병이 되어버릴 수도 있겠지만, 때마다 처방을 내려주고 신속히 치료하는 훌륭한 전문가들이 곁에 있어 건강한 건축주로 살고 있다. PEACE-
1. 3층, 4층 천장 노출 마감
2. 지하 화장실 방화문 문틀 설치
명일 : 벽체 미시공 외벽단열재 시공 메쉬미장, 큐블럭 시공
또, 비. 휴일과 비로 일정이 조금씩 지연되기도 하고 공정이 뒤바뀌기 기도 한다. 가설재를 털기 전에 외벽 마감이 마무리되어야 하는데 일정이 늦춰졌고, 금주 예정했던 내부 콩자갈 시공도 연기되었다. 그래도 이번 주엔 외장작업이 마칠 것이다. 콘크리트 매스로 우뚝 서있던 건물이 드디어 옷을 입으면 어떨지 기대가 된다.
1. 외벽 단열재 시공/ 메쉬미장
2. 2층 입구 4층 테라스 큐블럭 시공
명일 : 벽돌타일 시공 (금. 외벽 메지 시공)
오늘은 자재부족으로 벽돌타일 작업이 진행되지 못했다. 노출 콘크리트 천장 마감하시는 분들의 실력이 뛰어나다 들었던 터라 궁금해서 출근길에 들러보았다. 이소장님 설명으로는 노출 콘크리트의 얼룩까지도 그대로 재현해서 자연스럽게 만든다고 한다. 소재 그대로가 매끈하게 드러나는 '노출' 콘크리트의 취지에 맞는 거 같진 않지만, 노출 콘크리트면이 모두 고르게 나오기 어렵다 보니 마감 기술이 발전한 모양이다.
재료 본연의 모습으로 잘 구현되었을 때 만지고 싶어지는 매끄러운 질감과 광택이 실은 전문가의 손길에 의한 결과라는 점이 아쉽지만, 그렇게 보이면 잘한 게 맞지 뭐. 아주 감쪽같은 걸.
노출 콘크리트 하면 떠오르는 안도 다다오의 건물 역시 '화장(?)'으로 마감을 한다고 합니다.
1. 벽돌타일 4층 테라스와 옥탑 시공
2. 4층 테라스 큐블럭 시공
3. 금속 4층 테라스 처마, 2층 큐블럭 난간대 시공
명일 : 외벽 메지, 벽돌타일시공
외장 벽돌타일이 쉴 새 없이 부착되면서 아침저녁 다른 모습으로 변신 중이다. 처음엔 건물 윤곽이 잘 드러나는가 싶더니 금방 또 벽돌타일은 잘 부착되었나 눈을 부릅뜨고 살펴보고 있다. 걱정처럼 건물의 반사가 심하거나 그런 거 같진 않고, 아이보리 메지 색상도 건물이 덜 복잡해 보여 좋은 선택인 듯하다.
2층 입구 테라스가 점점 모습을 갖춰가며 멋있는 공간으로 변하고 있다. 외부와 내부가 만나는 지점이자 전망대이고 매일 드나들며 마주하는 풍경이 될 참이다. 큐블럭으로 난간을 세우고 나니 그 느낌과 인상이 더 발현되는 것 같다. 목재 손스침(핸드레일)이 붙고 나면 한결 따뜻해진 인상으로 외부 풍경과도 어우러지겠지.
콩자갈 작업까지 마무리되면 과연 어떤 모습일지, 오갈 때마다 잠깐 멈춰 서서는 알 수 없는 장면을 기분 좋은 상상으로 채워보는 자리이다.
1. 벽돌타일 옥탑시공
2. 벽돌 메지 시공
3.4층 2층 큐블럭 미장 바름
4. 4층 큐블럭 난간대 시공
명일 : 현장정리, 공정 및 일정점검
차주일정 : 월. 서울시 현장점검
화. 큐블럭도장. 외부금속도장. 도시가스 외벽배관설치예정. 외벽창호하부 프레임설치
수. 공휴일 휴무
목. 외부 선홈통, 선홈통 도장. 외벽창호 하부 프레임 설치
금. 외부 후드캡 설치 / 토. 유리 시공
드디어! 건물의 외장재 부착 작업과 메지작업이 마무리되었다. 4층 난간에도 큐블럭이 예쁘게 섰다.
높이가 있고 테라스 바깥선에 가깝게 큐블럭을 세우다 보니, 벽돌 한 장 한 장 안전한 작업이 되도록 현장 이소장님이 촉각을 곤두세워 관리한 덕분에 무사히 마무리되었다.
벽돌타일은 단열재와 메시작업이 선행된 벽면 수평이 완벽히 고르지 않아서 아이보리 메지를 넣고 나니 평탄하게 접착되지 않은 타일들이 오후 햇살을 받아 그림자를 만들어 버렸다. 단차를 줄이는 방법을 찾아서 손을 좀 더 보긴 하겠으나, 의도했던 솔리드 컬러로 보이는 것은 어려울 수 있겠다는 예감이 든다.
메지컬러를 어두운 색으로 하거나 벽돌타일과 대비를 두는 데는 이유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 우리 건물도 흔히 쓰는 비둘기색(그레이)을 썼다면 그림자가 도드라지진 않았을 테고, 두 재료의 대비가 벽돌을 더 깨끗하게 보이게 했을 것이므로.
메지와 벽돌타일을 유사한 컬러로 적용해서 벽돌타일의 패턴이 드러나기보다 하나의 매스로 보여야 콩자갈이나 금속재료들이 잘 드러나고 복잡해 보이지 않을 거 같다는 기대였는데, 모든 면이 고르게 평탄화되지 않은 단열재 작업, 가까이서 보았을 때 눈에 띄게 차이나는 벽돌 타일의 접착 시멘트양 등 쉽지 않은 일이었던 거 같다. 벽돌타일이 적용된 다른 건물들도 가까이서 보면 면이 고르지 않은 공통점이 있다. 세로로 붙이건 가로로 붙이건 상관없이 그러하다. 처음엔 의도된 패턴인가 싶어 굴곡을 따라가며 집중해서 살펴본 적도 있는데, 대부분 평탄화 작업이 잘되지 않은 것이 이유라고 한다.
거푸집으로 균일한 면을 만들어내고, 공산품 단열재를 붙이고 메시를 감고 미장을 한다. 그러고 나서 타일이 붙고 마감으로 메지를 넣는다. 어디선가 정해진 틀을 벗어났고, 어디선가는 그걸 다시 조정해야 한다. 하지만, 작업면이 넓고 재료의 크기는 매우 작다 보니 일관된 작업과 결과물을 만들기엔 변수가 많아 어려운 작업인 거 같다.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으로 받아들이기로 한다. 그럼에도 '다시 조정'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좀 더 나아질 것이고 가림막이 벗겨지고 전체가 한눈에 들어오면 또 달라질 수 있다는 바람 같은 기대도 남겨두었다.
많은 마감작업을 앞두고 전체 일정 점검과 시공 이슈를 논의하는 미팅을 오랜만에 가졌다. 비예보가 있더니 아침엔 그나마 괜찮았는데 오후 들어 시작된 비가 꽤 많은 양이 되었다.
옥상정원과 마감재를 어떻게 할지, 타일은 어느 지점에서 붙이기 시작할지, 남은 일은 또 어떤 것들인지, 다용도실의 후드는 어떻게 설치할지, 2층 욕실벽을 지나는 배관은 어떻게 마감할지... 크고 작은 것들을 얘기하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 어느새 건물 안이 어둑어둑 해지기 시작한다.
누림 대표님과 월요일 점검 전 현장정리를 하시는 이소장님과의 일정을 마치고, 조소장님과는 타일배치와 욕실구성에 대해 의논하고 헤어졌다.
토요일은 어느새 다 지났고 비는 여전히 세차게 오고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내가 해야 할 일을 적어서 집으로 돌아오면서 중얼중얼 해야 할 일을 읊어본다. 곧 계단실 스타코 도장이 시작될 거라 컬러를 확정하려면, 주말엔 벽지 컬러가 지정되어야 하므로, 두 권의 묵직한 샘플북을 살펴봐야 한다(두 권이라 다행이기도 하고, 살펴보니 트렌드라는 게 있어서 특별한 분위기를 찾는 게 아닌 이상, 굳이 많이 볼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다) 샤워헤드를 연결하는 shower arm을 짧은 버전으로 추가구매하고, 각 층별 환풍기도 준비해 두어야 한다.
비계를 철거하는 일정이 좀 밀려서 다음 주까지 계속 가설재를 두고 작업이 진행된다. 이게 철거되어야 가스, 수도 등 인입공사가 일어나고 준공허가를 신청할 수 있다. 구체적인 이사날짜까지는 아니어도 이사계획도 세워야 한다... 고 생각하니 갑자기 잠이 안 온다. 이건 설렘 이런 게 아닌 다시 찾아온 현실고민과 불안이다.
자, 어떤 일들이 남았나? 문제가 될 만한 게 있나? 다시 짚어본다.
5월까지 내외부 구조와 틀을 갖추는 마감이 끝나면 6월에는 바닥, 벽 등 내장 마감이 진행되고 가구가 들어오고 조명이 설치되기 시작하겠지. 욕실.. 욕실이 골치였네! 이케아 욕실장과 야심 차게 골랐던 3홀 수전 덕분에 크기부터 구성까지 대체로 평범하지 않은 욕실, 5개의 욕실들.
주말 오전 루틴으로 자리 잡은 현장 탐방.
분주했던 움직임과 뚱땅뚱땅, 위이잉- 소음도 사라진 조용한 현장을 살피며 이런저런 상상을 하고 해야 할 일들을 찾아내는 산책 같은 거다.
처음 공간이 만들어지고 건물이 올라갈 때와 같은 설렘의 감정은 더 이상 없지만, 기대는 더 구체적인 형태를 띠고 때때로 더 커지기도 한다.
마감으로 접어들수록 디테일이 많아지고 결정해야 할 것이 늘어난다. 대부분 매일 가까이서 보게 될 것들에 대한 고민이라 작은 것들이지만 그 결정이 가벼울 순 없고, 지급자재 범위도 적지 않다 보니 자금 확보와 계획도 중요한 미션이라 어떻게 비용을 줄일지 찾는 일도 고민거리가 되어 할일목록 상단에 추가되었다.
이런 현실의 고민이 그래도 여전히 가치 있는 과정으로 느껴지는 건, 이른 아침 창 밖으로 보이는 녹음과 비가 개인 뒤 목청껏 노래하며 분주히 이 나무 저 나무로 솟구치듯 날아오르는 새들의 날갯짓을 내가 살게 될 공간에서 직접 보고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오늘은 시야가 깨끗한 일 년에 며칠 안 되는 '대기질 좋음'의 날이다.
오늘은 어디든 밖으로 나가봐야겠다.
늦지 않게 벽지만 고르면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