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예기치 못한 우유니 사막 체험 후에 본래의 목적지를 향해 운전해 가는 길은 멀고도 멀었다. 도착 예정 시간은 저녁... 우리는 이제 점심 먹을 곳을 찾아야 한다.
이동 중에 먹을 점심으로 도시락 케밥을 양고기 냄새와 향시료 냄새로 버렸으니 이제는 우리의 굶주린 뱃속을 달래줘야 한다.
먹을 곳이나 쉴 곳이 결정되어 있지 않기에 어느 곳이든 우리의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 오늘 점심은 무엇을 먹어야 하나?
점점 도시가 나타난다. 어디인지 네비를 보니 Konya로 접어든다. 이제 목적지인 괴레메까지 절반... 멀기는 멀다.
Konya!
목적지인 괴레메를 찾아가는 중간지점에 위치한 도시이다.
Konya로 접어들면서 마트가 보이길래 잠시 마트 앞에 주차를 하고 들어가려는데, 점심 시간에 잠시 쉬는 시간이란다. 배는 점점 고파오고 마트가 다시 문을 열기까지는 대략 40여분을 기다려야 한다. 이미 주차는 했으니 이제 주변에 먹을 곳을 찾아보자.
길을 건너가니 이면도로의 작은 길에 여러 식당과 다양한 종류의 가게들이 등장한다.
그 중 한 식당으로 보이는 곳을 들어가기로 하고 식탁에 앉아 메뉴를 살펴본다.
일반 관광객이 들르지 않는 곳이라 그들은 영어를 못하고 우리는 터키어를 못하니 서로 대화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냥 수신호와 화폐단위로만 주문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것도 아무런 정보를 확인할 수도 없이 순전히 감으로만 ...
향신료를 넣는지 맛은 어떤지 알 수 없이 주문해 보는 것은 일종의 작은 모험심을 갖게 한다. 도대체 내가 주문하는 음식은 어떤 맛일까?
도전정신으로 인한 모험은 성공했을시에는 더욱 큰 만족감이 주어지고, 실패시에는 더욱 좌절감과 앞으로 무엇을 도전할지에 대한 두려움이 커진다.
구운 닭고기에 야채를 함께 바게트 빵에 넣은 맛있는 샌드위치를 한국에서 먹을 수 있는 곳이 있다면 매일 하나씩 사먹으러 그곳을 갈 수 있을 것만 같다.
Konya에서 먹은 우리의 점심 메뉴가 바로 그것이다!
우연히 들른 식당, 그것도 언어도 안 통하는 곳에서 짐작으로만 시킨 메뉴가 우리 입맛에 딱 맞는 음식이었다니...
모험심에 두 개만 시킨 것을 먹으면서 바로 두 개 더 추가...!
거기에 콜라와 더불어 먹으니 행복감이 밀려온다.
날이 더우니 건물 외부에 차려진 탁자에 앉아서 먹고 있는데...
길냥이가 음식들고 먹고 있는 우리와 눈이 마주치더니 우리 주변을 서성이고 가까이 다가온다.
먹을 것을 주면 주변에 있는 길냥이들이 더욱 몰려올 것이기에 먹을 것을 주지 않고 있는데... 그 중 귀엽고 예쁘게 생긴 녀석이 아내의 허벅지에 앞 발을 올린다.
마치 "엄마! 배고파요... 먹을 것 좀 주세요 라는 듯한 가련한 눈빛을 쏘면서...!"
놀란 아내는 한편으로는 두려워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이쁜 고양이에게 마음을 주더니 이내 먹을 것을 떼어서 던져준다...
어느새 고양이 몇 마리와 우리는 친구가 되었다.
말도 통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먹을 것 쪼가리 한 조각으로 좋은 친구를 만들었다.
어디 고양이 뿐이랴!
말 한마디 통하지 않는 터키 사람들도 우리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좋은 친구들이 되었다.
미소로 화답하며 오가는 말마다 친근함이 묻어나는 터키인들은 가는 곳마다 넘친다.
그날 그 치킨 케밥 하나가 얼마나 우리를 행복하게 했던지...!
그리고 그 거리에서 만난 그 길냥이들은 또 우리를 얼마나 즐겁게 만들어 주었던지...!
가는 곳마다 만난 호의적인 터키 사람들은 우리의 터키에 대한 인상을 좋게 만들어주는 것에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