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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이아빠 I 오재현 Jul 16. 2016

엄마들의 마음의 병

# 아이를 양육하며 힘듦을 넘어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이 시대의 엄마들


그대는 누구입니까?




# 시작하며..

아이를 양육하며 '신체의 힘듦'을 넘어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이 시대의 엄마들을 글의 소재로 삼는다는 것은 진정 '옳고', '그름'을 떠나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천대받지 않고 사람답게 '사람다움'을 누리며 사는 '사람 사는 세상'을 그려가기 위한 무언의 몸부림일 것이다. 가난한 소상공인들의 마음에 상처를 입히고, 밤 잠을 설치게 만드는 아이 엄마들의 마음의 병은 가계경제의 메마름(부족함)과 동시에 발병하는 시대의 희귀병이라 여겨진다.


# 진정 아이를 위한 성냄인가? 자신을 위한 성냄인가?

3년 전, 아이가 2살이 될 무렵, 문득 아이 엄마의 직장문제로 다툼이 잦아졌다. 멀리 있는 직장을 그만두지 못하는 아이 엄마를 설득하며 하고 싶은 일들을 찾아보자고 제안했던 나는 우연히 알게 된 '영유아 사업'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아이 엄마들의 로망인 Cafe사업에 접목시킬만한 영유아 커뮤니티 구성과 크게 유행을 타지 않는 업종으로 좁혀가며 창업을 준비했다. 처음, 육아에 지친 엄마들을 위한 배려의 공간을 기획하고 1년간의 사업계획과 3개월간의 공간 다듬기를 통해 전국 어디에도 없는 '아이와 엄마를 위한 Cafe'를 개점하였다. 하지만, 좋은 마음으로 시작했던 마음은 그다지 오래갈 필요도 없었다. 작은 일에 욱욱 화를 내는 엄마들의 소심하고 지질한 모습, 온갖 트집을 잡으며 자기 입장만 내세우고 우기다가 결국.. SNS와 맘 커뮤니티를 등에 업고 줌마 부대를 동원해 불매운동을 벌이는 모습, 도장 하나에 목숨 걸고 다 찍은 도장쿠폰은 지나가다 주운 천 원짜리 지폐처럼 던졌다 가져가는 모습, 식사 전후 제공되는 식기류들을 함부로 쓰레기통에 넣어버리거나 체중계 작동이 익숙하지 않다는 이유로 발로 걷어차거나 구석에 억지로 넣어두고 찾지 못하게 하는 행패 부리는 엄마들은 양반 축에 속했다. 전화로 상담을 하거나 배달로 음식을 시킬 때면 사소한 말 한마디 때문에 쌍욕을 듣는 건 예사였고, 10개를 주문해 1개는 다 먹고 10개를 환불해 가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유통기한이 하루라도 짧으면 미리 안내가 없었다며 두 번일을 시키는 건 예사였고, 아르바이트 학생들에게 막말을 퍼붓고 서비스를 받아가는가 하면, Cafe 특성상 내쫓지 못한다는 걸 악용하여 4~5시간을 커피 한 잔으로 죽치고 앉아있는 엄마들도 있었다. 나는 그런 건 다 참을 수 있었다. 가장 최악이었던 건 정작 본인은 아이에게 함부로 막말하고, 손 지겁을 일삼으면서 본인의 자녀가 다른 아이에게 해코지를 할 때면 방관하고 있다가 본인 아이가 눈물이라도 글썽거리면 상대방 아이에게 온갖 쓰레기 용어로 아이 엄마를 욕보이게 만드는 세상 무서울 것 없는 엄마들을 볼 때마다 Cafe 문을 닫아버리고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아침에 눈을 뜨면 출근할 우리의 매장이 있고, 대한민국 전국 어디에도 없는 '엄마들을 위한 Cafe'라는 자부심을 품에 안고 열심을 다한다. 아직까지는 버틸만한 걸까?


# 맘-커뮤니티를 통해 만난 신세계

한 지역에서 아이 엄마가 엄마로서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다양한 정보교류와 가성비 높은 매장, 물품, 활동들을 선호하는 삶에 익숙해지는 요즘이다. 아이를 낳고, 1년이 지나면 스멀스멀 바깥활동이 시작된다. 그때부터 지역의 줌마 부대와 함께 전투태세를 구축하기 시작한다. 소모임도 나가고, 엄마들만을 위한 프리마켓이나 장터에서 쇼핑을 하고, 이벤트에도 참여한다. 오랜만에 콧바람 쐬며 쇼핑도 맘껏 하고, 오랜만에 만난 조리원 동기, 옆동네 언니/동생들과 수다도 실컷 떨며 웃고 즐기는 일상은 이미 습관처럼 베여버렸다. 남편과 다툼이 있을 때면 우울함을 잊기 위해 대피할 아지트도 공유하고, 주말에 다녀올 여행지와 맛집을 소개받고, 취미로 만들어 본 쿠키나 과일청을 나눠먹는 소히 '드림' 이벤트도 맘껏 뽐내며 할 수 있다 기저귀 하나에 많은 것을 주고받을 수 있는 엄마들의 신세계. 하지만, 어느 순간 본인도 모르게 똑같이 닮아가는 '아줌마'들의 일상이 지겨울 즈음이면 이미 '다혈질 줌마 부대'를 탈영할 수 없는 군인으로 양성된 본인의 모습에 쉬~이 '이게 사람 사는 세상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될 것이다. 맘 커뮤니티 속에는 무수히도 많은 악플러들과 다문화 유색인종들 보다 더더더더 다양한 성격의 엄마들이 존재한다. 좋을 땐 간이고, 쓸개도 떼어줄 것처럼 좋다가도 마음이 어긋나거나 눈에 거슬리기라도 할 때면 연쇄살인범보다 무서운 우주괴물로 변신한다. 정말, 꿈에 나타날까? 너무나 무섭고 두렵다.



# 공동구매를 넘어선 담합

엄마들의 일상에서 공동구매는 이미 생활 속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가성비를 중요시 여기는 요즘 엄마들은 더더욱 공동구매를 권고하고 있으며, 구매단가를 절감하기 위해 업자와 딜을 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돌잔치를 동일한 장소에서 하겠다는 전제하에 비슷한 시기의 아이 엄마들과 소모임을 구성하여 뷔페나 공간을 임대하며 온갖 서비스를 요구하기도 한다. 일부는 계약을 하지 않고, 예약 형태로 가격협의를 마치고도 다른 곳의 혜택이 좋을 때면 스스럼없이 바꿔버리는 건 다반사고 공동구매 개념을 넘어서 담합을 하여 어느 한 곳의 매장이나 사업장을 홍보하기도, 편하시키기도 한다. 가까운 어느 동네의 통닭집 사장님은 한 커뮤니티의 운영진에게 잘 못 밑 보여 10년간 운영해 오던 통닭집 문을 닫아야만 하는 상황까지 겪었다고 했다. 엄마들이 그려가는 적자생존의 생태계 분포도에는 소상공인들이 가장 아랫 바닥에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의구심이 절로 든다.



# 소비자가 왕이 아닌 엄마들이 왕비인 시대

돈의 값어치를 떠나 도대체 '소비자가 왕' 이란 시대는 누가 만든 건지.. 물론 내가 소비자 일 때는 그런 생각을 해 본적도, 해 볼 필요도 없었다. 그렇다고 엄마들에 장사 일을 한 번씩 다 시켜 볼 수도 없고, 참 난감하기 그지없다. 옛 말에도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곱다!'라는 속담이 있는데.. 살아오며 그런 인성교육쯤은 초등학교 때나 거들먹 거리며 살아왔나 보다. 집에서 본인이 만든 음식에 머리카락이 나오면 어머머 실수고, 매장에서 음식 먹다 머리카락 나오면 식약청에 고발해야 하는 목숨이 오가는 중대한 일인가 보다. 이건 뭐 두 번, 세 번 조아리며 죄송함을 표현하고 새 음식으로 바꿔준다고 사정을 해도, SNS에 올려 더럽고, 비 위생적인 매장으로 비하한다. 그렇다고 모든 음식점을 상대로 그러는 건 또 아니다. 대형 프랜차이즈 브랜드나 백화점, 대형마트 등 사람이 많은 음식점에서는 귀찮기도 하고, 이겨낼 자신이 없어서 인지 한 번, 두 번 화만 내고 꾹꾹 참는척한다. 도대체 소비자는 엄마들만을 위한 호칭인가? 엄마들은 결국 내 돈을 내어주면 모든 사업주들이 발가락이라도 핥아주기를 바라는 걸까? 남자와 여자의 차이인 줄은 모르겠지만, 이론적으로 '1. 남자, 2. 여자, 3. 엄마(아줌마)' 이렇게 엄마는 또 다른 성별로 구분해 주었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이다. 



# 소상공인들의 가난한 마음을 울리고 상처 내는 마음의 병

소상공인들은 날마다, 밤마다 근심/걱정에 몸살을 앓는다. 계속되는 저성장 시대에 장사나 사업이 마음처럼 잘 되지 못해 자금사정이 좋지 못한 부분도 있지만, 분명 '사람' 때문일 것이다. 사람.. 사람.. 너무나 힘들고, 힘겹고, 버겁고, 모르겠다. 사람마다 살아온 과정이 다르기 때문에 생각이나 사고방식, 마음가짐이나 배려심이 항상 같을 수는 없다. 생각하는 관점이 다른 건 억지로 억지로 이해할 수 있으나 대체로 의식(상식의 기준)의 수준이 너무나 낮거나 다르다는 게 참 의문스럽다. 주변에 어렵게 한 두어 명의 오지랖 퍼들이 존재한다. 한 10,000명 중 1명 정도 나올까? 말까? 하는 확률의 선하고, 밝고, 긍정적인 사람들이다. 나는 그들과 오래, 그리고 자주 함께 하고자 노력한다. 엄마들에게서 받은 상처들로 하여금 치유받고 위로받고 싶어서이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소상공인들은 마음이 가난하다. 가난한 마음에 상처가 나면 잘 낫지 않는다. 엄마들의 편협된 시선과 날마다 내뱉는 상처 주는 말들로 하여금 덧나고, 또 덧나고, 또또 덧나고 염증이 생겨 마음에 굳은살이 생겨버렸다. 그래서 장사하는 사람들의 마음의 궂으살 때문인지 표정도 말투도 점점 더 무덤덤해지는 줄도 모르겠다. 조금만 배려하고, 입장을 바꿔 생각하는 사람 : 사람으로서의 삶을 소상공인들은 원한다. 당신은 직장에서 사원이란 직책을 수행하고, 소상공인들은 직장에서 사장이란 직책을 수행할 뿐, 소히 개돼지만도 못한 누군가의 말을 빌려보자면 돈 만원에 아등바등 거리며 살아가는 '개 또는 돼지' 일 뿐인데 말이다. 



# 끝으로..

나는 조금 더 영유아 사업에 관심을 가져보려 한다. 정말 싫지만, 그만 손 놓고 싶지만, 이대로 덮어두면 제대로 다 겪었다고 말할 자신이 없기에.. 또 다른 사업을 구상해 보려 한다. 엄마들이 갑질 할 수 없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틈새시장을 꼭! 만들어 보고 싶다는 오기와 끈기가 생겨난다. 삶을 살아가며 인연을 소중히 알고, 그 인연이 오래도록 함께 할 수 있기를 부단히 도 노력하고, 또 배려하고, 희생한다. 내 나이 서른하고 여섯, 100세 시대의 삶을 살고 있는 나는 앞으로 육십하고 네 살은 더 살 수 있다. 조금은 늦되고 부족하지만.. 내 아이가 자라 아이를 나아 키울 때, 지금보다는 조금 더 '사람 냄새' 나는 '사람 사는 세상'을 꿈꾸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과 함께 평범하게 가정을 꾸리고, 삶을 살아가고 있는 서른여섯의 가장, 매일매일 밝고, 맑은 마음으로 살아가고 싶은 '봄이 아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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