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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body Oct 21. 2016

게임 창업 고군 분투기 #13

UP&DOWN

제 17 장 - 탱, 딜, 그리고 힐


K-Startup은 순조로웠다. 투자금이 들어오면서 그동안 걱정했던 정연이 월급도 해결되었다. 사무실이 있던 합정동에서 K-Startup의 본거지인 선릉역(지금은 다른 곳) D.Camp까지 왔다 갔다 해야 하는 게 조금 번거롭기는 했지만 갈 때마다 새로운 멘토들과 같은 기수의 다른 분야 대표님들을 만나는 경험이 나쁘지 않았다.


K-Startup에 참여하는 동안 게임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스팀펑크 콘셉트를 잡고 시작했지만 그 콘셉트가 산으로 가고 있던 우리에게 스퀘어에닉스와 함께 일한 경험이 있는 혜리 씨의 남자 친구 코드네임 '닝겐'님께서(#7에서 언급했던 디아블로 3를 이분과 함께 열심히 했었다.) 따끔한 충고와 함께 게임 내에서 크리쳐로 사용될 오토마타 콘셉트를 직접 스케치로 잡아 주시기로 하셨다.

남자 친구의 애정(?)이 듬뿍 담긴 서포트 덕분이었을까? 콘셉트 스케치가 하나씩 도착할 때마다 혜리 씨는 거침없이 크리쳐 모델링을 완성했고 다음 스케치 도착 전까지 남는 시간에 장난처럼 적어준 캐릭터 설정을 보고 캐릭터 콘셉트를 본인이 직접 스케치까지 하는 기염을 토했다. 덕분에 정연이는 본인의 애니메이션 작업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모습을 보며 하루하루 즐거운(?) 비명을 질러야만 했다.


배경과 UI에서도 괄목할만한 변화가 있었다. 그동안 혜리, 범구, 태찬이의 스타일이 너무 달라 캐릭터와 배경 그리고 UI가 서로 어울리지 못하는 느낌이 들었지만 여왕벌 혜리 씨의 절대 권력 아래에서 함께 하기로 의견을 모은 이후로는 스팀펑크라는 공통 콘셉트에 맞게 작업이 잘 진행되고 있었다.

그렇게 게임 내의 크리쳐로 사용될 폰, 나이트, 룩, 비숍, 퀸, 킹이 모두 완성되었고 통일된 게임의 분위기와 함께 게임의 플레이 방식도 차츰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최종 보스 삽화가 남아 있었다.

비용 때문에 전문 원화가에게 삽화 작업을 맡기는 걸 망설이고 있던 찰나, 테리가 호주에 살고 있는 코스프레 좋아하고 그림 좋아하는 사촌 동생 이야기를 꺼냈다. 염치 불고하고 사정을 이야기해서 도움을 받기로 했지만 안타깝게도 몇 번 손발을 맞춰 보기도 전에 사촌 동생의 개인 사정으로 한국과 호주의 콜라보는 무산되었다. 하지만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했던가... 비록 삽화에서는 도움을 받지 못했지만 태찬이의 오랜 친구가 때마침 독일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리퍼즈에서 사용될 BGM을 말도 안 되는 가격 '겨우 밥 한 끼'에 만들어 주겠다는 아주 아주 아름다운 약속을 해줬다.


기대했던 한국과 호주의 콜라보 무산으로 여전히 골칫거리로 남아 있던 삽화는 더 이상 결정을 늦추면 안 될 것 같았다. 최후의 수단 방사를 통해 우리와 맞는 그림체를 가지고 계신 금손 원화가님을 찾았고 스토리 콘티와 함께 작업을 부탁드렸다. 전문 금손을 타고나신 분이라 시안부터 만족스러웠다. 덕분에 리퍼즈의 스토리를 우리가 원하던 느낌으로 표현할 수 있었다.

리퍼즈 개발은 순항 중이었지만 잠시 뚫려 있던 자금 상황이 다시 막혀 가는 모습을 보이자 다시 마음이 조급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투자받은 돈이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고 탈출구도 없는 2번째 자금난에 봉착하게 되었다. 결국, 그동안 생각만 하고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던, 미루고 미루었던 중요한 결정을 위해 잠시 업무를 멈추고 오랜만에 모두를 소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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