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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elker Apr 17. 2019

세키로의 난이도에 대해서

그렇게까지 어렵지 않아요

최근 수 주간 세키로를 플레이하고 있습니다. 너무 열심히 해서 그런건지 목과 어깨에 담이 옴 ... 제가 원래 칼싸움 게임을 매우 좋아해서 칼싸움이 나오는 이런저런 게임들을 많이 건드려보는 편인데, 세키로는 제 칼싸움 인생에 탑으로 꼽을만한, 역대급, 올타임 탑 게임. 정도 되는거 같습니다. 정말 넘나 훌륭한 게임이고 크흑 ... 이 감격을 필설로 형언하기가 매우 힘드네요. 이런 명작, 꼭 한 번 해봐야 하지 않겠습니가?


하지만 세키로는 어렵다는 평가 때문에 시작을 망설이는 분도 많은 듯 합니다. 그렇다면 어렵다의 기준은 뭘까요. 클리어가 어렵다? 그렇다면 플레이타임 200시간짜리 지루한 게임은, 대부분의 유저들이 너무 지겨워서 200시간을 플레이하지 못할테고 따라서 클리어 한 사람도 적을테니 어려운 게임인가요? ... 와 같은 개소리 구구절절 해봐야 어차피 내가 이런 식으로 영업하는게 안먹히는건 알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솔직히 세키로는 난이도가 좀 있는 게임이죠. 하지만 그 난이도가 어느정도일까요? 그래봐야 제가 플레이타임 27 시간에 엔딩 볼만큼이라는거죠. 이건 진짜 완전 팩트임. 40대 실버 게이머가. 플레이타임 27 시간 (일시정지 해두고 자리비운 시간이 물경 2-3 시간은 될 것 같으니 실제로는 24 ~ 25 시간) 에 엔딩보는 게임이 어렵다? 여러분의 피지컬을 너무 그렇게 과소평가하지 마세요. 솔직히 그정도로 어려운 게임은 아닙니다.  


특히나 세키로가 어렵다는 선입견을 가진 많은 분들이 착각하는게, 세키로같은 게임이 '피지컬 게임이라서'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전혀 틀린 얘깁니다. 세키로가 요구하는 피지컬은 그렇게 대단한게 아닙니다. 후져빠진 반사신경에 둔탁하기 그지없는 말초신경을 가진 제가 클리어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합니다. 그럼 왜 어려울까요? 게임을 잘못된 관점에서 보고 있기 때문에 어려운 것이죠. 세키로는 피지컬 게임이 아닌, '암기력 게임' 입니다. 적의 칼이 왼쪽에 수직으로 섰다? 3/4 박자로 따다단.딴.딴. 입니다. 적의 칼이 오른쪽으로 비스듬하게 섰다? 따다다다.다다단. 입니다. 적의 칼이 왼쪽 아래로 향했다? 딴.딴.따다단. 입니다. 이걸 외우면 쉽게 클리어합니다. 이걸 외울 생각을 않고 피지컬로 극복하려한다? 가능하긴 할 겁니다. 그러나 그게 가능한건 그야말로 상위 0.1%의 인구만이 가진 피지컬의 소유자 얘기고, 당연히 매우 어렵죠. 그러나 외워서 한다면? 위에서 셌을 때 70% 언저리에 위치할 저같은 피지컬의 소유자도 클리어가 가능합니다.


세키로가 암기 게임인건 분명한데, 이게 문제가 된다면 '뭘 암기해야하는가' 또한 플레이어가 직접 찾아내야한다는 점이겠죠. 당연히, 상대의 행동 패턴을 알아내어 암기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 모든 패턴과 패턴 이후의 최적 공격을 직접 경험하면서 알아내려하면 꽤 어려울 수도 있지요. 저는 그게 재밌을 것 같아서 일부러 그렇게 하긴 했습니다만, 모든 플레이어가 그래야만 하는건 또 아닙니다. 요새는 유튜브같은게 있으니까요. 오래전에는 정말로 텍스트로 '칼이 오른쪽 위로 비스듬하게 섰을 때' 등의 표현을 쓸 수 밖에 없었고 정말로 그렇게 써서 잡지 공략 등에 나오곤 했지만 요샌 아닙니다. 유튜브에 다양한 보스들의 패턴과 그 패턴을 막거나 회피한 후 뭘 하면 데미지를 더 넣을 수 있는지 등이 아주 자세히, 사진도 아닌 무려 영상으로 나와 있어요. 일단 혼자서 좀 부대껴보고, 잘 안된다 싶으면 유튜브에서 공략을 찾아보는거죠. 직접 경험하면서 패턴을 알아내려면 못해도 2-4 번의 시행착오가 있어야하지만, 아울러 미심쩍은 부분을 확인하기 위해 추가 도전을 해야하지만, 이런 영상 공략이 있으면 그런 노고까지 감수할 필요는 없습니다. '무엇을 암기해야하는지 찾아내는' 과정이 고통스럽다면? 유튜브가 있습니다. 쓴 맛은 버리고 재미만 취할 수 있다니 이런 개꿀잼!


그렇다고 뭐 유튜브 보고 따라하는게 그렇게 어려운가하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우리가 대전격투 게임할 때 넣는 커맨드는 어땠나요? 저스트 프레임이라는, 1/60 의 반응을 요구하는 터무니없는 기술들조차 많았습니다. 그러나 세키로는 그렇게까지 야박하지 않습니다. 세키로의 패링 판정은 어지간한 칼싸움류 액션 게임들에 비해 평균 또는 평균 이하의 난이도를 갖고 있습니다. 아울러 까짓 패링 좀 실패하면 어때요. 그 버튼 그대로 누르고 있으면 패링은 아니어도 아쉬우나마 가드는 되니까요. 가드만 해도 괜찮습니다.


진짜 이런 꿀잼 게임을 못해보고 지나가면 여러분 억울해서 어떻게 사나요? 늘그막에 막 숨이 간당간당 넘어가기 일보 직전인건데, 세키로 못 깨고 살아온게 딱 떠오르는거죠. 그게 그렇게 꿀잼이래는데. 21세기에 지금껏 나온 액션 게임들 중 으뜸이라는데. 근데 그걸 못해봤네. 왜? 어렵다는 선입견 때문에. 눈이나 제대로 감을 수 있겠습니까? 여한이 남아 평화로이 저승으로 떠날 수나 있겠나요? 진짜 ... 갈 때 가더라도 여한없이 가려면 세키로를 합시다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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