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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끝 Jun 28. 2022

오, 사랑

북촌과 서촌으로 귀결된 여정

지난 보름간의 일상에서의 여정은, 북촌과 서촌으로 귀결되었다.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간에 내가 갔던 곳이 목적이 되었고, 수단이 되었고, 방법이 되었다. 그 정도로 중요한 시간들이었다. 이 가운데 가장 먼저 북촌을 찾게 된 것은 기획한 원고 아이템과 관련한 취재를 마무리하기 위한 목적이었는데, 이날 생각하지 못한, (지난) 순간을 마주할 수 있었다. 취재를 끝내고 정독도서관에서 한참을 옛 생각에 취해 있었는데, 아끼던 영화 속 장면이 머릿속에서 자연스레 떠오른 것이다. <유열의 음악앨범>에 관한 얘기다. 영화 속에서 현우가 미수를 찾기 위해 미친 듯이 달리는 장면이 있다. 그 장면 속 배경이 북촌이다.


아끼는 장면이 떠오른 만큼, 그 길을 걸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이내 발걸음을 옮겼다. 현우의 흔적을 따라 걸으며 영화 속에서 흘러나오던 '오, 사랑'을 재생했다. 그 노랠 들으며 걸으니, 마치 내가 영화 속 현우가 된 것만 같았다. 영화 속 현우는, 오직 미수를 찾기 위한 일념 하나로 가파른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을 미친 듯이 달렸고, 또 달렸다. 한동안 잊고 있다가 오랜만에 다시금 아끼는 장면을 만나는 순간이란. 이처럼 현우도 되어 보고, 그 길을 따라가다 보니 좋아하는 TXT커피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곳에서 사장님과 안부 인사도 나누고, 차갑고 맛있는 라테를 한 잔 마셨다. 여름이면 늘 생각나는 곳, 부암동·후암동과 함께 따듯한 온기로, 지친 나를 보듬어주던 곳, 내가 서울에 산다는 게 얼마나 즐겁고 행복한 것인지를 알려주던 곳. 그곳에서 다시 옛 행복을 꺼내보았다. 계획에 없던 발걸음과 흔적이었지만 옛 행복을 마주할 수 있어 새 행복을 느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결국은 의도하고 싶은 순간이 된 셈이다.


다른 하루는  좋은 , 서촌을 걸었다. 서촌에 있는, 좋아하는 오마카세 집에서 맛있는 초밥도 먹고, 이따금씩 찾는 스코프에 가서 좋아하는 빵도 샀다. 맛있는 음식을 통해  다른 방법과 형태로 행복을 들이는 하루를 보낼  있었다. 최근엔 국립현대미술관을 찾았다. 마음이 정돈되는 느낌이었다. 다른 시간에, 다른 형태로, 다른 방법으로, 그렇게 나는 행복을 만났다. 행복을 마주해 보니, 사는   건가 싶다. 이렇게 경험했던 것을 되뇌며  내려가는 순간을 통해, 당시의 여운을 조금이라도 느낄  있을 정도의 행복이면  바랄  없지 않을까.  정도면 되었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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