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읽고 쓰다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영원한 화자 Jan 12. 2020

신정철 - 메모 독서법

더 열렬히, 체계적으로 읽고 쓸지어다.

 책과 독서는 내 인생에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이고 어렸을 때부터 나 스스로 능동적으로 해오던 것이기 때문에 그것과 관련된 책은 읽지 않았다. 몇 권 읽어보고 훑어도 봤지만 죄다 아는 내용, 상관없는 내용, 나와는 관련 없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말도 안 되는 거만함이었다.


 그러다 우연히 전자책 도서관에서 이 책을 발견해 읽기 시작했다. 책은 제목만 읽어도 그 내용을 95%는 짐작이 갔다. 책을 읽으며 메모를 해라, 서평을 써라 뭐 뻔한 내용이겠다 싶었다. 그럼에도 읽기 시작한 것은 최근 몇 년 전부터 최근에 읽은 책들의 내용이 잘 기억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읽는 순간에는 '아! 그래! 이거야!', '소오름, 어떻게 이런 문장을', '대단한 통찰이군'하며 읽지만 사실 그 몇 초의 순간이 지나면 까맣게 잊어버리게 된다. 발췌해두려고 접어둔 페이지는 그냥 지나치고, 정리해야겠다는 다짐도 일상과 함께 묻힌다. 상당한 시간과 집중력을 할애에 하는 행위가 결국은 소모적으로 끝나버리는 것에 대한 반성이 이 책을 읽기 시작한 주된 이유다.


 책의 내용은 역시 뻔하다. 그렇지만 내가 생각하는 자기 계발서의 목적은 첫 번째 익숙히 아는 것, 그럼에도 잊고 지냈던 것을 상기시키고 다시금 그것에 대한 기억과 다짐을 하게끔 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막연히, 두서없이 알고 있던 것들을 눈앞에 체계적으로 현시(現示)해 첫 번째 목적으로 독자를 이끄는 것이다. 20대에는 지독히도 자기 계발서를 혐오했지만 30대가 되면서 나는 때론 첫 번째 목적을 위해, 때로는 두 번째 목적을 위해 이따금씩 자기 계발서를 읽어왔다. 이 책은 그 첫 번째 두 번째의 목적이 적절히 조화된 책이다.


 책의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면 '책을 메모하며 읽되, 어떻게 정리하며, 이렇게 정리한 메모를 토대로 이렇게 글을 쓰고, 마인드맵을 만들어라. 그 습관은 당신을 놀랍게도 변화시킬 것'이다. 책에는 저자 스스로의 경험과 친절한 예시들이 이미지로 들어가 있어 쉽게 저자의 방법론을 따라 할 수 있게 돼있다. 한 회사의 평범한 연구원이었던 저자가 '메모 독서법'을 통해 얻은 개인적, 사회적 변화들은 설득적이며, 독자들의 의욕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하다.


 물론 나에게도 그랬다. 사실 메모 독서법은 이미 내가 군대에서 했던 방법이다. 군대에서의 내 목표 중 하나는 독서 100권, 서평 100편이었다.(이 새끼 지독한 땡보였구만, 생각이 들겠지만 나는 강원도 화천에서, 60년이 넘은 막사에서, 조폭 출신 선임 밑에서 근무 했다.) 나는 목표 달성을 위해 거의 대부분의 휴식 시간에는 책을 읽고 글을 썼다. 닥치는 대로 읽고 썼다는 표현이 맞을 거다. 20대 초반의 그 경험은 내 인생에서 절대적인 지적 자산이 되었다. 자유인이 되어 서평을 쓰고, 책 내용을 정리하던 습관을 멈춘 것은 그것이 꽤 많은 시간과 수고를 필요로 하는 것이었고, 민간(!) 세계엔 책과 글 말고도 나를 자극하는 것이 많았기 때문이다. 지금 와서 고백하자면 내가 군대에서 100여 권의 책을 읽고, 일기와 서평, 거기에 러브 레타(지금의 와이프에게로)까지 쓸 수 있었던 이유는 군대에서 나를 기쁘게 했던 것은 오롯이 그것들 뿐이었기 때문이다. 독서와 글쓰기만이 민통선 안의 나를 외부 세계로 데려다주었고, 나는 그것들 덕분에 지옥 같은-일병초까지는 정말 지옥이었다- 군생활을 버틸 수 있었다.

군대에서 썼던 독서 노트. 김애란과 김연수에 대한 사랑은 군대에서 시작되었는데, 23살의 나는 무려 김연수를 '한 가닥 크게 할 작가'라고 평했다.



 이 책 덕분에 '아, 내가 그렇게 읽고, 썼지'라는 경험을 떠올릴 수 있었고, 그것들이 지금까지 나에게 얼마나 긍정적 영향을 줬는지를 상기시켰다. 그래서 나는 작가가 말한 독서 리스트를 만들고, 여기저기에 처박혀 있던 포스트잇과 볼펜, 노트를 그러모았다. 마음속으로 이제는 작가들의 통찰과, 아름다운 문장을 놓치지 말아야겠다고, 작가가 알려준 방법으로 글을 써보겠노라고 다짐했다. 또 이 작업을 더 수월하게 도와줄 아이패드를 사기도 했다. (모든 것은 아이패드를 사기 위한....) 글도 여기저기 파편적으로, 사담 형식의 글만 쓸게 아니라 내가 공부하고, 느낀 것들 중 남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글을 공들여 써보자는 생각도 했고, 이런저런 구상과 아이디어도 떠올랐다. 여러모로 새해에 읽길 잘했구나 하는 책이다.


@ 2020. 1.12  @ Arrive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