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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의 본질

수단과 본질을 바라보는 세밀한 관점의 차이가 다른 결과를 낳는다


Eliica, the eight-wheeled electric car of Hiroshi Shimizu. 출처 : https://en.wikipedia.org/wiki/Eliica


2005년 일본 게이오대 에리카 프로젝트 팀은 자국 내 민간 기업과 협력하여 최초의 전기차 에리카를 개발했다. 8륜 구동, 리튬이온 배터리로 구성된 이 전기차는 1회 충전으로 약 300km를 달릴 수 있었고, 최고 시속은 무려 370km/h에 달했다. 당시 고이즈미 수상은 에너지 혁명의 스탠다드라고 일컫으며 일본 시장에 안성맞춤인 자동차라고 평가했다. 


그들애당초 전기를 빠른 속도를 있는 도구라고 생각한 것일까? 속도는 어디까지나 수단이지 본질이 아니다. 전기차의 본질은 사용자의 편의성을 극대화해 최고의 주행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결국 에리카 프로젝트는 처참하고 실패했고 차가 상용화되는 일은 없었다.


나는 에리카 프로젝트의 실패를 떠올리면서 몇 달 전 부터 진행하고 있는 회사의 CI&BI  리뉴얼 프로젝트에 관해 내가 구상하는 방법이 옳다는 확신이 들었다. 해외에 본사를 둔 국내 유수의 브랜딩 에이전시를 파트너사로 선정하여 함께 구상하고 있는 이 프로젝트에서 그들은 줄곧 CI와 BI를 변화, 성장을 위한 본질로 인식하고 그 과정을 메타모포시스(metamophosis,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변태)로 규정하고 있었다.


CI와 BI의 변화는 수단이지 본질이 아니다. 오랜 역사를 지니고 업을 수행하고 있는 회사의 의도를 기반으로 미션(Why) - 비전(How) - 핵심 가치(What)를 규정하지 않고 형식적 역할만을 CI 와 BI에 담아낸다면 브랜딩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물론 파트너사는 표면적으로나마 임직원 워크샵, 타사 분석 등을 통해 변태를 위한 당위성을 주장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디자인적으로 심미안이 우수한 심볼마크와 로고마크를 제공하는 것만으로 최선을 다했다고 볼 수 없다.


무엇보다는 나는 업계에서 이름만 들으면 모두가 아는 파트너사가 소셜 네트워크에 난무하는 (자칭)브랜딩 에이전시와 동일한 방법으로 '파는 행위'를 했다는 사실에 더욱 놀랐다. 더 많은 문헌조사와 세밀한 과찰을 조금 더 했더라면, 그런 "조금 더"의 행동이야말로 클라이언트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일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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