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대상을 수상하는 이변이 일어난 후
나는 이따금 소개 받는 자리에서 '작가'로 불릴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어림 없는 소리 말라는 표정을 지으며 무라카미 하루키의 이야기를 꺼내곤 한다.
하루키는 어느 날 야구 구장에서 맥주를 마시며 경기를 관전하다 소설을 써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죠? 저는 아직 그만큼 멋진 이유를 찾지 못해 작가가 되긴 글렀습니다.
비록 작가의 꿈은 유보한 채 업(業)에 종사하고 있지만 읽고 쓰는 일만큼은 게을리 하지 않는다. 글을 쓸 때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편지를 쓰듯 한 단어 한 단어를 소중히 고르고 문장의 순서를 가지런하게 정리하는가 하면, 읽을 때는 나의 경험에 빗대 글 속의 정보를 편집하여 지식으로 키우고 지혜로 정제하는 내적 활로 개척에도 최선을 다한다. 비록 작가는 평생 꿈도 못꿀지언정 '배움이란 평생을 해도 모자람이 없다'는 단순한 명제를 조금씩 헤아리면서 사람 됨됨이를 갖추고 있다. 언제나 상대방에게 더 친절한 사람, 사회를 위해 더 나은 사람, 클라이언트에게 더 올바른 방향을 제안하는 사람이 될 수 있는 됨됨이 말이다.
이번 제 11회 브런치북 프로젝트 대상을 수상하는 이변이 일어난 것은 나와 같이 됨됨이를 갖추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주는 작은 보답이 아닐까. 아마도 다음은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이 될 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