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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니스초이 Jul 17. 2021

지난날의 기록 (1)

출산

난생처음 수술방 앞에 대기를 하며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나는 간절한 기다림과 소망으로 임신을 했고, 열 달이라는 시간을 뱃속의 아가와 행복하게 보내기 위해 애썼고 이제 드디어 그 아기를 만나려는 찰나에 놓여있었다. 남편과 가족들과 함께 새로운 가족을 맞이하는, 힘겹지만 따듯한 출산의 과정을 얼마나 꿈꿨던가. 이제 막 세상에 나온 아기의 첫울음을 듣고, 아기를 배 위에 올려 서로를 조금 더 기억하게 하는 순간을 얼마나 꿈꿨던가. 당연히 탯줄은 남편이 자를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나는 남편도 가족도 없이 혼자였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내가 알 수 없는, 아프고 힘든 각자의 사연을 몸에 지닌, 나체의 몸에 수술복을 걸치고 소변줄을 꽂은 채 줄줄이 늘어선 침대 위의 사람들과 함께였다. 추위와 두려움에 온몸이 사시나무처럼 떨렸다.


신상을 확인하러 온 간호사에게 너무 춥다고 말했다. "오늘 무슨 수술받으세요?" 그녀가 물었다. 여기저기 동일한 물음과 각자의 대답이 계속되고 있었다. 제왕절개로 출산을 위해 왔다고 대답하자 그녀는 잠시 정신을 차린 듯 나의 손을 잡아주며 축하한다고 말했다. 감염 예방을 위해 낮은 온도로 설정된 수술 대기실과 수술방에서 새벽부터 동동거리며 뛰어다녔을 그녀의 손 또한 무척 차가웠다. "제 손도 너무 차가워서 미안해요."


눈물이 멈추지 않았지만, 찬양이에게 조금이라도 평온한 마음을 주기 위해 애썼다. 내가 요동하면 뱃속의 아기는 더 요동치게 될 것이었다. 반면, 내가 평온함을 유지하면 아기도 그럴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수술 방 앞으로 침대를 이동시키는 남자간호사는 수술방 간호사 중 한 명이었다. 그의 포지션은 알 수 없지만, 그도 수술 내내 안에 있었던 것은 분명했다. 그는 출산을 축하한다고 이야기했고, 부분 마취하면 아기 보고 잠들 거라고 금방 끝날 거라며 나를 안심시켰다. 그렇지 않을 거란 걸 알았다. 전치태반이기에 전신마취를 할 것이고, 태어난 아기의 얼굴은 보지 못한다. 아기의 울음소리도 들을 수 없을 거였다.


무탈하게 무사히 살아서 이곳을 나갈 수 있을까? 그럴 수 있을 거야, 걱정 마.

아이 낳는 게 이렇게 목숨까지 걸 일인가? 다들 멀쩡하게 잘만 낳던데?

옛날 사람들은 다 신발 거꾸로 벗어놓고 아기 낳으러 들어갔다고 하잖아. 한 생명 낳는 게 원래 어려운 거야.


40분 정도 걸릴 거라고 했던 수술은 3시간 가까이 걸렸다. 수혈을 2팩 정도 했고, 지혈과 여러 과정 가운데 위험 상황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추만 할 뿐 자세한 설명은 듣지 못했기에 지금도 정확한 실상은 모른다.


마취가 깨면서 수술 부위에 극심한 통증이 느껴졌다. 내가 의도치 않은 말이 계속해서 나왔다. 아기는 괜찮은지, 출혈은 얼마나 있었는지 묻고 있었지만 입으로는 다른 소리가 나오고 있었다. 간호사가 보호자를 부르고, 남편이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여기저기 부딛히며 이동하는 침대 위에서 어지러움과 통증을 동시에 느꼈다.


아침, 수술 전까지만 해도 내 몸을 건사할 수 있는 평범한 사람이었는데 출산을 하자마자 온갖 진통제를 주렁저렁 단 중환자가 되었다. 그렇게 나는 아기를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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