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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유 Mar 28. 2022

용씀

나의 관심사에 대하여.

   며칠 전 메일함에서 한 에디터분이 보내주신 <앤초비 북클럽>이라는 뉴스레터를 읽었다. 이는 라이프스타일 잡지사 출신의 에디터가 읽은 책들을 소개해주는 비정기 메일링 서비스인데, 이번 호 타이틀은 <나는 아무 의미 없는 걸 지키려는 걸까?>. 최근 에디터가 읽었다고 소개해준 책은 더그 복 클락의 「마지막 고래잡이」라는 다소 낯선 제목이었다. 이 책은 인도네시아 외딴 군도에 전통적인 방법으로 생계를 위한 고래잡이를 하는 라말레라 부족의 이야기로 문명의 발전과 최첨단 기술의 유입으로 그들의 일상이 파괴되고 갈등이 일어나는 과정을 그렸다고 한다. 그는 책에 대한 감상평을 남기며 라말레라 부족에 비유하며 본인이 배운 나름의 업계 전통과 잡지 콘텐츠 만드는 일이 이제는 사라져 가는 고래잡이 같은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나는 그저 내 젊은 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기 위해 용을 쓰고 있는 걸까.’      

모니터 속 이 문장이 비수처럼 날아와 가슴을 후벼 팠다. 이미 한 업계에서 15년 이상 일해왔고 나름 유명세를 가진 분마저도 이런 불안감과 회의감을 느낀다는 사실이 씁쓸하면서도 어딘가 남 일 같지 않았다.

최근 나의 최대 관심사이자 고민과도 맞닿아 있었기에 이 문장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사실 나는 글쓴이와는 반대로 요즘 핫한 디지털 분야에서 일을 하다가 갭이어를 갖고 전통 출판 분야를 기웃거리고 있는 상황이다.

책을 좋아하고 글을 쓰고 싶었지만 생계를 위해 취미로만 남겨두었던 마음이 점점 차올라 갔다. 마침 기존 일에 염증을 느끼던 터라 오랫동안 마음에만 품어왔던 일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좋아하는 마음만으로 기존의 업력을 버리고 전혀 새로운 길을 가는 것이 현명한 선택인지, 너무 무모한 결정은 아닌지, 머릿속 가득 물음표만 잔뜩이다.

만약 첫 삽을 뜨기 시작한 지금시점에서 그만두고 기존 업계로 돌아간다면 지난 1년 동안 내가 쏟은 시간과 노력이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게 되어버릴 것만 같은 두려움도 든다. 그래서 나도 글쓴이처럼 내 선택이 삽질이 아님을, 실패하지 않았음을 증명하기 위해 지금 이 시간을 버티고 있는 걸까.    

 

평소 같았으면 절대 하지 않았을 ‘의견 남기기’. 뉴스레터 최하단의 버튼을 누르고 글을 남겼다.

내가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듣고 싶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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