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선 -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이 책을 마침내 읽고 말았다. 작년부터 서점에 갈 때마다 은근히 눈길이 가는 책이었다. 서점 매대 위, 잘 보이는 위치에 있지 않아도 서가에 가지런한 얼굴을 내밀며 잔망스러운 애교를 부렸다. 다섯 번 이상 마주칠 때 쯤 슬슬 죄책감이 들고 가끔은 책으로부터 도망가고 싶었다. 내 문장이 책에서 하지 말라는 예시로 쓰일까봐, 자주 사용하는 표현이 이상하다고 말할까봐 두려웠다. 나는 책을 낸 사람이니까.
'~같은'이란 표현은 여전히 버리기 어렵다. 책에서도 언급했 듯이 이것은 직장인의 화법이다. 회사에서도 메일을 쓰다가 여러 번 지웠다 썼다 반복한다. '~같다'가 아닌 '확실하다'라고 적는 순간 업무의 책임은 오로지 내가 감당하기 때문이다. 책임의 무게를 가볍게 털어내려고 '같다', '예상된다'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업무가 아닌 나의 사적 공간에서, 내 목소리를 온전히 담는 글에는 솔직해져도 된다. 심장의 두근거림, 얼굴의 화끈거림 그리고 이 모든 것이 그대로 느끼는 감정인 것이다. 몇 퍼센트 확률이 아닌 백퍼센트의 감정이다.
앞으로 (더) 매끄러운 문장을 쓰기 위해 체크 리스트 형태로 책의 내용을 남겨본다.
~적, ~의, ~것, ~들은 습관적으로 반복해서 쓰는 문구인데 이 단어를 빼도 말이 된다. 주어의 복수를 나타내는 '들'은 의식적으로 사용해왔는데 잘 못된 표현이라니, 충격이었다. 영어로 복수 주어 People, they 등을 쓰면 동사도 복수에 맞게 쓴다. 3인칭 단수면 has, does 같이 동사를 쓸 때 s나 es를 붙인다. 한글도 영어처럼 주어의 단/복수에 따라 동사도 맞춘다고 생각했다. 한글은 주어와 단/복수와 상관 없이 동사를 사용한다. 관형사 '모든'을 쓰면 복수를 나타내는 접미사 '-들'을 붙이지 않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한다.
있다, 있는, -관계에 있다, -에게 있어, -하는데 있어, -있음(함)에 틀림없다
-에 대한(대해)
-들 중 한 사람, -들 중(가운데) 하나, -들 중 어떤
-같은 경우
-에 의한, -으로 인한
→ 적/의/것/들처럼 문장에 들어가면 어색하다. 가급적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
-으로, -을(를) → '-에' 로 대체하기
-로의, -에게로, -에게, -에게서 → 사람 or 물건인지 구분해서 사용하기
-로부터 → '-에게', '-에서' 등으로 대체하기
수동/피동/사동 표현은 자제해야 한다.
영어는 관계부사, 관계절로 인해 앞 단어를 꾸며주는 단어와 문장이 있다. 영어 문장을 해석하면 문장을 오른쪽부터 읽고 왼쪽으로 다시 돌아오게 된다. 하지만 한글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매끄럽게 문장을 쓸 수 있다.
그 이 저 그렇게 저렇게 이렇게
여기 저기 거기
그 어느, 그 어떤, 그 누구, 그 무엇
→ 하나의 문장에서 가리키는 표현은 하나로 일관되게 써야 한다. 여러 대상이 '그','이','여기','저기' 등으로 표현한다면 읽는 사람은 대상이 무엇인지 헷갈린다.
그리고, 그래서, 그러나로 기워진 말들의 허접함
→ 접속사로
-었던 → 문장 내 과거형은 한 번만 사용한다. 문장 끝의 동사에 주로 사용하므로 문장 중간의 과거형은 현재형으로 바꾼다
문장 교정이 필요하지만 해소하지 못한 의문이 있다. 시에서는 '시적 허용'이라며 문법에 맞지 않는 표현을 사용한다. 시 뿐만 아니라 소설이나 에세이 등 개인의 감상을 드러내는 문학에서는 의도적으로 문법에 맞는 표현이 꽤 많다. 이런 글은 어떻게 교정/교열할까. 문장의 다양성을 위해서라면 교정/교열은 어느 선까지 개입이 필요한지 여전히 의문이 생긴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교정/교열 담당자를 만나서 이야기 해보고 싶다. 어쨌든 굉장히 유용한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