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으로 세상을 담다.
갓 20살이 되던 해
한 달 조금 넘게 아르바이트를 한 월급으로 구입한 것은 바로 '카메라'였다.
Nikon, Canon 등 인기 있던 카메라 기종도 나에게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내 첫 월급으로 살 수 있는 카메라면 충분했으니깐
그렇게 내 손에 들어왔던 첫 카메라 SONY DSLR 'a200'
기억이 잘 나지는 않지만, 아마 70만 원정 도선의 가격이었다.
때 묻지 않은 손으로 처음 번 월급을 고스란히 카메라를 사버리는데 다 써버렸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때의 카메라로 찍은 사진들을 아직까지 가지고 있는 나로서는
돈 그 이상의 값어치를 가진 내 스무 살의 첫 보물이었던 셈이다.
스무 살의 보물
학교 가는 날에 아침은 걸러도 카메라는 꼭 챙겼다.
습관처럼 카메라를 오른쪽 어깨에 걸쳐 메고
사람들이 지나다닐 때면 사진 잘 찍는 척
그렇게 폼 잡는 걸 좋아했다.
그 뿐인가
조리개, 셔터스피드 등 카메라의 기본적인 지식들도 모른 채 눈에 보이는 대로 셔터를 눌러댔다.
왜 난 없는 돈에 굳이 DSLR을 샀던 걸까
뭐 그땐 멋있어 보이고 싶었겠지
길을 지나가다 유리창만 보이면 카메라를 들고 서 있는 내 모습을 담았다.
주위에 함께 걷던 친구들이 있으면 같이 찍었다.
그렇게 찍힌 놈들의 특징은 지금 내 곁에 가장 친한 친구로 남아있다는 사실
물론, 얼굴은 파릇파릇하던 스무 살 때와는 다르다는 거
그때는 좋은 사진을 찍는다기보다도, 우선 눈이 가고 손이가는대로 사진을 찍어놓고
집에 와서 마음에 드는 사진을 편집한 다음 그 사진에 어울릴만한 글들을 써 내려갔다.
위처럼 정말 터무니없고, 띄어쓰기를 단 1도 하지 않은 글들을 말이다.
오랜만에 읽었더니 오늘 밤 이불 킥을 날릴 기세다.
군대를 다녀오고 나서는 멋보다 카메라 속으로 보는 세상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한때는 멋있어 보이기 위해 시작한 카메라가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에도 나의 취미가 되어 주었고,
사람들과 함께 추억을 만드는 여행 인솔자인 나에게 카메라는 뗄레야 뗄 수 없는 놈이 되었다.
스물여덟에 돌아본 스무 살의 추억은
마치 잊고 있었던 책 속에 비상금을 우연히 책장 속에서 발견한 것 같은 기분이다.
나는 지금 매 순간의 기억을 추억하기 위해 나는 계속 사진을 찍고 싶다.
일상과 일상을 벗어난 곳
그렇게 한 컷, 한 컷 신중하게 남들과는 다른 사진을 찍으려 노력하자.
그리고 이제는 혼자가 아닌 많은 사람들과 사진으로 이야기하고 공감하고 싶다.
나는 사진을 잘 찍지도 못하고, 사진 작가도 아니지만,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함께 소통할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을 만들어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