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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충전소 Apr 11. 2016

스위스의 아픔을 녹여낸 음식
퐁듀(Fondue)




과거 스위스는 독일, 프랑스, 오스트리아, 이태리 등의 강대국에 둘러싸여 있었던 작고 힘없는 산악국가였다.

산악지대에서 살아가다 보니 경작할 농지가 부족하여 늘 배고픔에 시달려야 했던 가난한 나라였다.

그런 가난한 가족들을 부 양하기 위해서 주변 강대국들의 전쟁에 용병으로 참전하였고, 수입을 가족들에게 보내는 방식으로 생계를 꾸려갔다. 

그렇게 가족을 위한 간절함이 배경이 되어 용병으로서의 용맹함과 신뢰도는 날이 갈수록 두터워져 갔다.


그 예로 프랑스의 루이 16세와 왕비 마리 앙투와네트가 시민 혁명군에 포위되었을 때, 궁정을 마지막까지 지킨 것은 프랑스군이 아니라 스위스 용병이었다. 수비대는 모두 도망갔지만 스위스 용병 700여 명은 끝까지 남아 남의 나라 왕과 왕비를 위해 싸우다가 장열 하게 최후를 맞았던 것이다. 

당시 전사한 한 용병이 가족에게 보내려 했던 편지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우리가 신뢰와 신용을 잃으면 후손들은 영원히 용병을 할 수 없기에 우리는 죽을 때까지 죽음으로 계약을 지키기로 했다."는 말을 남길 정도로 자기들을 이어서 생계를 꾸려나갈 후손들을 위해서 용병의 역할에 충성을 다했다.



그 뿐만 아니라, 1527년 스페인 국왕이자 신성로마제국의 황제였던 카를 5세가 교황 클레멘스 7세와 프랑스 연합군을 공격하는 과정에서 로마를 약탈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때 다른 군대는 모두 스페인군에 항복을 선언하였으나 최고의 용병으로 구성된 스위스 용병들만큼은 달랐다. 

187명 가운데 147명이 전사하는 과정에서도 끝까지 교황을 보호하며 피신시키는 데 성공한다.

스위스 용병의 용맹함과 충성심에 다시 한번 감동을 받은 교황은 바티칸 교황청 근위대를 스위스 출신 청년들로 구성하기 시작했다.



젊은 용병들이 목숨 바쳐 싸운 몸값을 송금한 돈은 결코 헛되지 않았고, 용병들의 피 묻은 돈을 관리하는 스위스 은행의 금고는 그야말로 목숨을 걸고 지켜야 되는 소중한 곳이었다.

그 결과로 스위스 은행은 안전과 신용의 대명사가 되어 이자는커녕 돈 보관료를 받아가면서 세계 부호들의 자금을 관리하는 존재가 된 것이다.


지금은 1인당 GDP가 전 세계 2위, 우리나라의 4배로서 더 이상 가난하지 않은 나라가 되었으며

세계 수많은 관광객들이 아름다운 스위스의 자연을 만끽하러 몰려들어 관광지로서의 입지도 다져가고 있다.

우리에게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이름 '퐁듀(Fondue)'는 스위스를 넘어 전 세계인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보통 불에 녹여낸 치즈에 조각낸 빵을 찍어먹거나, 달콤한 초콜릿에 과일을 찍어 먹는 음식이면서

이름만 들어도 우아해 보이고, 제법 맛있어 보이기까지 하는 퐁듀(Fondue)의 유래는 어떨까?


스위스 알프스 지역에 살던 사람들은 겨울에 눈이 많이 내려 외부 세상과 접촉이 불가능해지면 집에 남아있는 음식으로 끼니를 해결해야 했다. 

결국에 남아있는 음식이 오래된 치즈와 딱딱한 빵 그리고 와인뿐이었고 어떻게 하면 이 음식들로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을까 고민하다 와인에 치즈를 녹여 딱딱해진 빵을 적셔 먹어보았더니, 아주 근사한 요리가 되었다. 그것이 바로 퐁듀의 시작이었다.

스위스 퐁듀가 만들어진 곳은 뉴샤텔(Neuch tel)이라는 지역으로 프랑스어를 사용하던 곳이었기 때문에 프랑스어 'Fondre(녹이다)'의 단어에서 퐁듀(Fondue)라는 말이 생겨났다.


 이후로 퐁듀는 점점 더 다양한 형태로 발전되었다.

- 뜨거운 기름에 고기를 튀겨 소스에 찍어먹는 퐁듀 '부르기뇽'

- 고기 등으로 맛을 낸 국물에 육류나 야채 등을 익혀 먹는 퐁듀 '시누아'

-  초콜릿을 녹여 과일이나 빵을 찍어 먹는 '초콜릿 퐁듀'

- 우리가 가장 흔하게 먹는 '치즈 퐁듀' 등이 스위스 대표 퐁듀다.


전통적으로 남녀가 함께 퐁듀를 먹다가 냄비에 여자가 먼저 냄비에 음식을 떨어트리는 경우에는 남자에게 키스를 해주고, 남자가 떨어트린 경우에는 다음번 식사 때 와인을 사는 풍습도 있다.

또 치즈 퐁듀와 같은 요리는 계속해서 불에 데우기 때문에 치즈를 다 먹고 나면 냄비 바닥에 누룽지처럼 얇게 눌어붙게 되는데, 이 부분은 식사 중 한 번도 음식을 냄비에 떨어트리지 않은 사람에게 상으로 주기도 하고 

가장 맛있는 부분이라고 해서 다 함께 나눠먹기도 한다.


녹여낸 치즈로 추위를 이겨내고, 가난을 참아왔던 스위스 사람들

처음에는 코를 찌를듯한 치즈의 역한 냄새도 불에 녹이면서 부드러운 맛을 내듯이

맛있는 퐁듀에는 과거의 아픔을 딛고 지금은 세계에서 손 꼽히는 부의 나라로 된 스위스 사람들의 아픔이 녹아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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