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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충전소 Feb 15. 2017

낯선 시간이 필요해

대마도 히타카츠 1박 2일




몸 하나 까딱하기 싫은 추운 겨울 날씨에 내 마음엔 무슨 바람이 불어 떠나고 싶었던 걸까?

익숙함에서 벗어나 고민과 마음의 짐을 내려두고 올 수 있는 곳, 어디가 좋을지 고민하다

'여행' 이라기 보단 '휴식'이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리는 대마도로 떠나기로 했다.


가끔은 낯선 시간이 필요해



별 기대 없이 배에 몸을 실은 지 한 시간이 지났을까, 먹구름 가득한 흐린 날씨 속 대마도의 첫인상은 놀람의 연속이었다. 우선 대마도의 작은 항구에는 공항에나 있을법한 입국심사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어 한 번 놀랐고, 입국심사를 마치고 나왔을 땐 수많은 한국인들을 기다리고 있던 패키지 버스들에 두 번 놀랐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그 많던 한국인들은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갑자기 한적해진 항구에 덩그러니 혼자 남게 되니 왠지 패키지여행으로 오지 못한 나 자신이 바보가 된 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한편으론 이 작은 마을에 자리 잡은 한국식 패키지여행 문화가 씁쓸하게 다가오는 순간이었다.


"아무렴 어때, 여행이나 인생이나 내 갈 길 가는 거지"라고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허기진 배를 채워줄 음식집을 찾기 위해 걷기 시작했다.


사실 여행을 하다 보면 꼭 먹어야 할 또는 반드시 가봐야 할 곳이라 알려진 곳은 개인적으로 발 길이 잘 닿지 않는 편이다. 내가 보고, 먹고, 느끼는 것에 대한 만족의 기준은 타인이 되길 원치 않은 쓸데없는 고집 때문이기도 하지만, 왠지 모르게 더 맛있는 나만의 장소를 발견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대감 때문이랄까?

물론, 그런 고집스러운 성격 탓에 입에 맞지 않는 음식을 마주하게 될 때도 많고, 5분이면 갈 거리를 30분이 걸려 도착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 또한 여행의 일부라 받아들이다 보면 뜻하지 않게 마주하는 즐거움과 행복들이 있다. 


마치 길을 지나가다 앉은 벤치에서 들리는 새소리와 불어오는 바람들이 좋았던 것처럼

행복은 목적지에 있는 것이 아니라 과정 속에 있음을 믿는 편이다.




식당 이름은 '야보텐' , 어설픈 한국말로 반갑게 맞이해주신다. 
너저분하게 어지러진 주방마저 자연스러워 보이는 건 기분탓이랴



눈에 보이는 길로 5분 정도 걸었을까, '야보텐'이라고 한글로 또박또박 적힌 음식점이 보였다.

반갑게 맞이해주시던 사장님은 서툰 한국말로 주문을 받으셨고, 어디론가 사라지시더니 이내 요리하는 소리가 안쪽에서 들리기 시작했다. 주방 한쪽 면을 가득 채운 사케들과 티브이에서 흘러나오는 방송들이 낯선 곳에 와 있음을 느끼게 해주었다. 휴식을 핑계 삼아 떠나온 여행은 그런 것이었다. 

너저분하게 어질러진 식당의 주방마저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것.



친절한 택시기사 아저씨가 이 곳, 저 곳 일본어로 웃으며 알려주셨다. 




맛있게 밥을 먹고 나온 후, 굵어진 빗방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택시를 타고 미우다 해변에 있다는 온천으로 향했다. 비에 젖은 옷을 벗고, 뜨거운 온천물에 몸을 담글 생각에 기분이 절로 좋아지고 있었는데, 택시기사님의 친절한 웃음에 마음까지 편안해졌다. 나이가 지긋해 보이시는 할아버지 기사님은 목적지로 향하는 동안 차를 멈춰 세워가며 우리에게 이 곳, 저곳 설명해주셨다. 비록 알아들을 수 없는 일본어를 이해한 듯 웃으며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지만, 마음은 이미 기사님의 손 끝이 가리키던 그곳을 다녀온 듯했다.





집도, 차도 크지 않다. 참 소박하게 살아가는 모습들



나기사노유 온천에서 몸을 녹이고 나오니 언제 그랬냐는 듯 비가 그쳐있었다.

이때다 싶어 택시를 타고 왔던 거리를 따라 부지런히 걸으며 대마도의 일상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다. 

그렇게 목적 없이 걷는 걸음은 길 잃을 걱정 없이 많은 것을 보고, 느끼게 해준다.




참치를 손질하는 청년


비가 그친 뒤 한적한 길을 걸으며



즐거워 보이는 아이들


옆에서 담으니 더 귀여운 아이들




대마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 속엔 큰 집과 비싸고 멋진 자동차가 아닌, 그저 살아가는데 필요한 적당한 크기의 집과 이동하는데 불편하지 않을 만큼의 작은 자동차면 충분해 보였다. 

섬이라는 환경이 그들을 소박하게 만들었다 하더라도, 그런 모습들로 하여금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삶이란 남에게 보이고, 보여주기 위해 살아가는 것이 아님을

우리가 그토록 꿈꾸는 '행복'을 향한 과정 속에 행복을 놓쳐서는 아니 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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