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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my Dec 05. 2019

프롤로그

그리움을 더듬다



분명 여행은 아니었다. 우리 가족의 ‘일 년 살기’의 이면은 ‘살아내기’였다. 남편은 치열하게 공부했고, 나는 치열하게 돈을 만들어냈으며, 아기는 글쎄 말을 못 하니 알 수 없지만 적응하려 치열하게 애쓰지 않았을까.



확실한 건 돈을 ‘쓰러’ 떠난 여행은 아니었다는 거다. 이 알바 저 알바 전전하며 수입을 늘렸고, 이 방법 저 방법 연구하며 지출을 줄였다. 그리고 결국에 우리 가족은 나의 주 2-3일, 20시간 근무만으로 일주일을 ‘즐기며’ 살 수 있게 되었다. 시드니에서 온 지 9개월 만이었다.



체류형 여행이 인기다. 우린 사람들이 생각하는 여유롭게 여행하는 그런 느낌의 일 년은 아니지만 한국을 떠나 살면 이런 느낌이구나 를 느끼며 체류하고 왔다. 하지만 여행 온 것 마냥 편한 마음으로 여유롭게 사는 것이 그곳에서는 가능하다는 걸 이제는 안다.



가장 좋았던 점은 당연 미세먼지 신경 안 쓰고 매일매일 아이가 마음껏 뛰어놀 수 있었던 환경이다. 지천에 널린 공원에 오늘은 어디로 갈지 골라야 했고, 도서관에서는 책과 같이 뒹굴 수 있었다. 어느 식당을 가나 아이용 의자가 있었고, 아이를 위한 무료 프로그램도 많았다.



남편의 어학연수도 성공적이었다. 내가 일을 가는 동안 아기를 봐야 해서 잠을 줄여 공부했지만 정말 열심히 했다. 처음 반을 정하는 레벨테스트에서 알파벳을 배운다던 제일 밑에 반만 겨우 피하고 그다음 반에 들어갔던 남편은, 결국엔 조기졸업을 하고, 학교 홈페이지에 인터뷰가 실리기도 했다. 지금은 일하면서 영어로 자료를 찾고, 화상으로 한 시간 가까이 영어 인터뷰를 하기도 한다.



고작 일 년이지만 사람도 남았다. 평생 우리 가족의 롤모델이 되어줄 야리스네, 함께 육아 고충을 나눈 조리원 동기 같은 존재 이든이네, 말이 통하지 않아도 마음을 나눌 수 있다는 걸 알 게 해 준 루비네. 가족 중심인 호주에서 만나 온 가족들이 함께 해서 더 좋은 인연들이다.



작년 7월에 나가서 올해 8월에 들어왔다. 나도 남편도 한국에서 일을 시작했고, 아기도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다. 고작 3개월 지났는데 그곳에서의 생활이 꿈만 같이 흩어지길래 글로 남겨보기로 했다. 이렇게 뭐라도 남겨야 이 기록들을 발판 삼아 또 다른 도전을 더 쉽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 중점적으로 이어질 이야기


- 아기와 함께한 1년 동안의 호주 생활

- 남편의 38살 일 년 영어공부 수기

- 아줌마의 고군분투 생계형 구직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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