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살기를 준비하며 우리가 한 일은 남편이 다닐 학교를 정하고, 비자를 받고, 집을 구한 것이다. 비자와 학교보다 더 신경 쓴 건 아기 병원이었다. 6개월 아기를 데려가려니 이것보다 큰 걱정이 없었다. 그래서 집을 구하면서 가장 먼저 근처 병원을 확인했다.
사실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호주에서 살 집을 인터넷으로 찾아서 계약한다는 게 얼마나 막막한 일인가. 보통은 이주 정도 살 곳(혼자라면 게스트하우스, 가족이라면 에어비앤비)을 구하고 그 기간 동안 집을 찾는다. 집을 구하면 한국에서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그곳으로 바로 짐을 부친다. 하지만 우린 동생이 있었기에 내가 집을 고르면 동생이 대신 가서 봐줄 수 있었다.
호주에서는 한 집에서 모르는 사람이랑 같이 사는 하우스 쉐어가 일반화되어있는데 하늘 높은 줄 모르는 집값 때문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워홀 비자나 학생비자로 렌트하기가 어려운 이유도 큰 것 같다. 우리는 밤낮 모르고 울어재끼는 아기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처음부터 렌트를 하기로 결정하고 집을 찾다가 테이크 오버를 알게 되었다.
테이크 오버는 호주에서 살다가 귀국하는 사람들이 집에 살림살이를 그대로 두고 집채로 넘기는 거다. 부동산과 계약서도 새로 작성하는 거라 불법적인 건 아니지만 계약서를 쓸 때 집기들 때문에 집 상태를 정확하게 확인하지 못하고 이는 계약이 끝날 때 고스란히 내 책임이 된다는 큰 단점이 있다. 하지만 우리처럼 맨몸으로 가는 가족들에겐 분명 매력적인 방법이었다.
그 당시 호주나라에 올라온 글
마침 남편 학교에서 5분 거리인 데다 지하철 코앞, 게다가 병원도 도보 10분이라는 매력적인 위치에 테이크 오버 집이 나온 걸 보고 예산보다 다소 비싼 집이었음에도 그냥 결정해버렸다. (이는 결국 나중에 우리 발목을 잡아서 집에 쉐어생을 한 명 들이게 되었지만) 테이크 오버 자체가 많지 않다 보니 어쩔 수 없었다. 고민이 길어지면 놓친다.
호주에서는 집을 구할 때 집주인이 집세를 안 밀리고 잘 낼 수 있을지 확인차 이런저런 서류를 요구한다. 비자나 급여명세서, 재정 증명서 같은 것들. 그리고 당연하게도 영주권자나 장기거주 학생을 선호한다. 우린 일 년 단기 학생비자인 데다 우리가 한국에 있었기 때문에 일반적인 2주 치 렌트비 선납 대신 4주 치 렌트비를 선납했고 집 전세금까지 동원한 재정 증명서를 제출했다.
사실 집을 구할 때 지역 선정이 가장 중요하다. 특히나 학교에 다니는 자녀가 있다면 학교 선정이 최우선이다. 호주는 이민자들의 나라라 동네마다 느낌이 천차만별이다. 내가 일했던 메릴랜즈에는 중동 사람들이 대다수였는데 살면서 무례한 사람들을 가장 많이 만났던 곳이다. 한국사람들은 리드컴, 이스트우드에 많이 모여있다. (참고로 많은 분들이 에핑 하이스쿨에 높은 점수를 주셨다.)
집 앞 공원
우린 고민 없이 남편 학교를 중심으로 집을 구했는데 한가로운 곳이라 운전하고 다니기 좋았고, 뒤에는 강을 따라 큰 공원이 있어서 산책 나가기도 좋았다. 이스트우드가 차로 15분 거리에 있어서 한국과 다름없이 생활할 수 있었다. 특히 이곳에 한국 병원이 많아서 아기가 아플 때 집 앞 호주 병원 대신 한국병원에서 한국 선생님께 진료받을 수 있었다.
남편이 다닐 학교를 고르는 건 정말 쉬웠다. 웃프게도 30대 후반 가장이 어린 아기와 배우자를 데리고 공부를 하러 간다는 게 호주에서도 일반적이지 않은지 우리에게 입학허가를 해주는 학교가 많이 없었다.
한 군데서 입학 거절을 당하고, 우린 호주 국립 전문학교에서 운영하는 영어 과정으로 결정당했다. 입학 과정은 까다롭지만 국가에서 운영하는 곳이니 가장 확실한 곳이기도 했다. 그리고 다행히 입학허가도, 비자도 순조롭게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