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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눈썹 Jun 03. 2023

조용필 안좋아하는 사람도 있나요?

조용필 대구 콘서트 이후 입덕 후기

'조용필 안좋아하는 사람도 있나요?'

'조용필을 왜 좋아하시나요?' 라고 질문한 기자에게 관객이 답했다.


내가 가요를 듣기 시작했을때는 H.O.T. 핑클 등 1세대 아이돌이 등장한 댄스음악 전성기였다. 그 시기 조용필은 방송출연보다는 공연에 집중하고 있어,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 '단발머리' 등의 음악으로만 그를 알았다. 누구나 좋아하는 조용필인데 나는 단순히 옛날에 인기 많았던 가수겠거니 생각했다.


지난 주말 어버이 날을 기념해 부모님과 조용필 콘서트를 다녀온 후 하루종일 조용필 음악을 듣고 그의 인터뷰를 검색하고 있다. 2013년 19집 'Hello' 를 듣고 45주년을 맞은 뮤지션이 발표한 음악이라기엔 너무 젊어서 놀랐다. 시대에 맞추어 신선한 도전을 하셨구나 하며 감동의 눈물이 찔끔났던 것 같다. 그렇지만 'Bounce Bounce 두근대 들킬까봐 겁나' 같은 로맨틱한 가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게 민망했다. 마치 부모님의 짝사랑 이야기를 듣는 느낌이랄까? 그리고 특유의 구성진 창법이 상큼 발랄한 음악과 합쳐져서 약간 어색하다고 생각했다.


조용필&위대한 탄생 대구 공연은 유라시아 경기장에서 열렸다. 경기장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로 가득했다. 우리처럼 가족 단위로 온 사람들도 있고, 혼자 온 아가씨도 있고, 친구들과 온 중년층도 있었다. 사람들은 활기와 설레임으로 들썩거렸다. 맨날 투닥거리는 우리 부모님도 그날은 해맑게 웃었다. 연주가 시작되자 'Feeling of you'뮤비의 호랑이 캐릭터가 등장하는 영상이 나왔다. 이어 무대 앞에서 뒤로 불꽃이 터지고 양 옆에는 폭죽이 터졌다. 이 날을 손꼽아 기다렸을 팬들에게 제대로 보답하겠다는 마음이 느껴졌다.  


"저는 멘트를 별로 안하는 거 아시죠. 쭉 부를테니까 같이 즐겨주십시오"

그 말 하나 남기고 2시간 동안 말은 거의 않고 노래만 불렀다. 그의 주문대로 사람들은 모두들 자기 흥에 취했다. 전광판에 가사가 없어도 엄청 큰 목소리로 고래고래 노래했다. 운전하는 차 안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골목길에서, 회식자리 노래방에서 얼마나 많이 불렀을지. 힘들 때마다, 기쁠 때마다 그의 음악이 함께 했을 것이다. 히트곡이 얼마나 많은지 부르고 불러도 못 부른 노래들이 많았다. 공연이 중반으로 접어들자 몇몇 사람들은 흥을 주체하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리 엄마도 '오빠~ 오빠~' 연호하고 '여기서 스트레스 다 풀고 가네' 하며 박수를 막 쳤다.




그의 음악은 오랜 벗에게 말을 거는 것 같다. 그는 열정, 꿈, 추억, 용기에 대해 노래했다. 연인과 만남과 이별만큼이나 우리들 삶에 중요한 것들이 많다는 것을 알아주고 위로했다. 그가 노래를 하면 관객들도 함께 청년시절로 돌아갔다. 청년 시절을 한참 지나왔어도 어색하지 않았다. 젊은 시절 가졌던 열정 그대로 음악을 사랑하고 있음이 느껴졌다.


노래만 알고 조용필 곡인 줄 몰랐던 곡들도 많았다. '친구여' '한오백년‘ ’돌아와요 부산항에' 등이 그렇다. 조용필은 너무나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했고, 창법 또한 곡 마다 달라서 그게 다 한 사람 곡인 줄 몰랐던 것이다. 그는 계속 자기만의 장르를 만들어 왔다. 민요와 블루스를 섞고(자존심https://www.youtube.com/watch?v=eYvKa8OIWwg), 프로그레시블 록에 재즈 스캣을 넣어버리는데(고추잠자리 https://www.youtube.com/watch?v=ZGiU2kGgkZM) 어색하지 않고 찰떡같이 붙는다. 그 많은 음악의 언어를 섭렵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곡을 듣고 연구했을까. '가왕'보다는 '음악덕후'가 더 어울리는 애칭이 아닐까 싶다.


그날 들려준 노래 중에 '바람의 노래'에서 가장 큰 박수가 나왔다. 라디오에서 지나가듯 들어본 노래였는데 구절구절 예상치 못한 감동이 밀려와서 입을 벌리고 박수를 칠 수 밖에 없었다.

스쳐가는 인연과 그리움은 어느곳으로 가는가
나의 작은 지혜로는 알수가 없네
내가 아는건 살아가는 방법뿐이야
보다많은 실패와 고뇌의 시간이 비켜갈수 없다는걸
우린 깨달아야돼
이제 그 해답이 사랑이라면
나는 이세상 모든것들을 사랑하겠네

-조용필 <바람의 노래> 중-

https://www.youtube.com/watch?v=grwEO2ChpKk

올해  20집 선공개곡 4개를 EP로 내놓았다. 이번에는 너의 마음이 제일 중요하니 세상을 마음껏 탐험하라는 이야기를 한다. 어른들 중에 이렇게 말해준 분은 처음이얏..ㅠㅠ 장르는 무려 '일렉트로니카, 록'

네 기분은 어때?
그 무엇보다 제일 중요해 너의 마음이
더 고민하지 말고 오늘을 위해 살아가야지 지금을 위해
우린 이렇게 함께 있지 미랜 끝없이 펼쳐 있어
for you The feeling of you

-조용필 <feeling of you>중-
https://www.youtube.com/watch?v=VzVig1HuAYw

그의 경력, 나이만 생각하고 너무 많은 편견이 있었다. 그는 진실한 사람이다. 그래서 그가 부르는 노래에는 순수하고 맑은 힘이 느껴진다. 며칠 간 방구석 연구결과...조용필을 모르는 사람은 있을 수 있어도 조용필 안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 사람들이 조용필을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정리해봤다.


1. 낯선 음악에 친숙함을 한 스푼 더한 음악

가요는 서양의 양식을 가져온 게 많은데, 조용필의 음악엔 한국적 색채가 조금씩 담겨있어서 새로운 장르에 익숙하지 않은 청자 입장에서도 거부감이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팬들 입장에서도 조용필의 팬이라는 것에 자부심을 가질 것 같다.


2. 뻔하지 않은 메시지, 사람을 위하는 이야기

본인이 지금 이 시기에 대중에게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를 신중히 고민하는 사람같다. 자의식에 매몰되지 않으며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고르는 것 같다. 1991년에 나온 '꿈'이라는 노래는 일을 구하러 고향을 떠나 서울로 가는 청년들에 대한 노래이다.

화려한 도시를 그리며 찾아왔네
그곳은 춥고도 험한 곳
여기저기 헤매다 초라한 문턱에서
뜨거운 눈물을 먹는다
머나먼 길을 찾아 여기에 꿈을 찾아 여기에
괴롭고도 험한 이길을 왔는데
이 세상 어디가 숲인지 어디가 늪인지
그 누구도 말을 않네

-조용필<꿈>-

3. 직접 작사, 작곡하며 계속 히트곡을 내는 가수

조용필의 인터뷰 중에 이런 말을 했다.

"가수의 생명이라는 것은 관리도 있지만 결국 히트곡입니다. 그러나 작곡가가 항상 나에게 좋은 곡을 줄 수는 없기 때문에 가수들이 직접 창작을 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의 음악과 인터뷰를 뒤져보며 앞으로 어떻게 활동을 해야할지 많은 힌트를 얻었다. 당분간은 계속 조용필에 빠져 지낼 것 같다. 이번이 마지막 콘서트일수도 있다고 들었는데, 공연장에서 느낀 바, 절대 마지막이 아니다. 20집 정규 앨범이 나오면 분명 투어를 할 것이다. 걱정하는 다른 사람들의 말을 그는 아마 신경쓰지 않을 것이다. 지금도 작업하느라 바쁘실테니까. 조용필 너무 좋아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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