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_변리사 시험에 합격하다
큐넷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치고 조용히 마음을 가다듬었습니다. 불합격이 뜨더라도 상심하지 않기… 하나, 둘, 셋, 클릭!
“OOO님 변리사[2차] 합격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합격 문구를 확인한 그 순간, 문맹이 된 건 아닐까 제 눈을 의심했습니다. 왜 어떤 단어를 오래 곱씹다 보면, 그 단어가 너무 이상하고 어색하게 느껴지는 일 있잖아요, 게슈탈트의 붕괴라고 하던가. 딱 그런 기분이었습니다. ‘합격’이라는 단어에 이질감이 느껴지면서 충격과 흥분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어갈 때쯤, 학원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OOO변리사님이시죠? 합격하셨어요, 축하드립니다. 오늘 합격자 환영회에서 뵙겠습니다.”
학원에서도 학생들의 합격 사실을 확인하고 전화를 돌리더군요. 아직 합격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저는, 또 한 번 충격과 흥분의 도가니에 휩싸였습니다.
‘나보고 변리사라니!’ 클릭 한 번에 고시생 겸 취준생에서, 변리사로 신분이 바뀐 순간이었습니다. 아직도 그 순간을 떠올리면 얼떨떨하네요.
수습 변리사들은 대개 가장 큰 두 개의 합격자 환영회에 참석을 합니다. 발표일 당일에 한빛변리사학원에서 주최하는 합격자 환영회와, 그다음 날 변리사회에서 주최하는 합격자 환영회가 있죠. 합격자 환영회는 필참은 아니지만, 시간이 되시면 가는 것을 추천드려요. 여러 특허사무소들이 참석해서 해당 사무소에 관해 궁금한 것을 편하게 물어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어 있고, 또 학원 주최 환영회에는 학원 강사님들인 변리사님들이 진로상담을 해주시기도 하는데, 이제 갓 따끈따끈 변리사 타이틀을 얻은 병아리 수습 변리사 입장에서는 선배 변리사님들의 조언이 도움이 많이 되거든요.
저도 합격 발표를 확인하고 가족과 친구들에게 연락을 돌리고, 기쁨과 설렘과 흥분과 혼돈의 감정이 버무려진 채로 학원 주최의 환영회를 참석했습니다. 학원 강사님들의 축하사와 경품 추첨 등 짧은 행사가 있었고, (구)스터디원 (현)변리사 동기들과 상기된 얼굴로 사무소 부스들을 기웃거렸죠.
얼마 지나지 않아, 몇몇 부스에는 줄이 길게 늘어서더군요. 지금 생각해보면 규모가 커서 수험생들 사이에서도 잘 알려져 있던 사무소들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왜, 설명을 들어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게 있어야 머리에 들어오잖아요. 저도 그 행렬에 껴서 한두 개의 부스를 돌았지만, 변리사 시험에 합격했을 뿐이지 변리업의 생태계에 대해 전혀 아는 것이 없었기 때문에, 부스에 앉아 계신 변리사님들이 설명해주시는 말이 한 귀로 들어오고 한 귀로 나가는 신기한 경험을 했습니다.
그런 저에게, 같이 부스를 기웃거리던 동기가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주었습니다. 학원 강사 변리사님들이 진로 상담을 해주고 있는 부스에 줄을 서자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