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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굿레이트 사람들 Jul 27. 2016

외국어를 아이들은 배워야 할까

아이들과의 시간

나는 현재 7살 아들과 5살 딸 두 명의 아이를 키우고 있다. 총각시절에는 아이들은 그저 귀찮고 어려운 존재라고만 생각하였는데 내 아이를 키우다 보니 이 아이들이 없었다면 내 인생이 도대체 어떻게 되었을까 싶을 정도로 나에게는 중요한 존재로 자리 잡고 있다. 좁은 방에서 아빠와 자느라고 숨쉬기가 불편했던 건 아닌지 출근하는 길에 조용히 아이들 코에 손을 가져다도 보구, 출근버스에서는 오늘 하루 가족들에게 좋은 일들만 있기를 다른 사람에게 들키지는 않을지 눈치를 보며 기도를 할 정도로 아이라는 존재는 남자를 바꾸는 존재인 것 같다.


며칠 전 시장조사 겸 여행겸 큰 아이와 일본을 다녀왔다. 아이와 함께 보내는 여행은 몸은 고달프지만 참 어른에게 마음의 위안을 주기도 한다.  우리 아들도 유치원에서 배운 헬노우와 아가또고자마스 라는 짧은 영어와 일어를 구사하는 모습을 보면 나도 모르게 뿌듯함이 마음속에서 올라온다. 



해외를 다니다 보면 외국어라는 스킬에 대해 자연스럽게 많은 생각을 해보게 된다. 일본의 공항이나 거리에서 서양인들이 영어로 길을 물어봐도 당당하게 일본어로 대답하는 일본인들을 보면 답답함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우리나라와는 다른 사고방식에 대해 씁쓸함을 느끼기도 한다. 왜 나를 포함한 우리나라 사람들은 거리에서 외국인을 만나면 외국어로 대답해야 하는 것을 당연시하고 있을까. 왜 우리 아이들의 지적 기준이 영어의 숙련도에 따라 판단되며 영어를 잘하는 사람을 동경하는 사회가 되었을까. 이 글에서는 아이들이 과연 어린 시절부터 영어나 외국어 공부에 올인을 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 적어보고자 한다. 


나와 아내는 일본에서 약 7년간 해외생활을 하였다. 유학생활 덕에 어느 정도의 일본어 실력을 익힐 수 있었고 이를 통해 자유롭게 여행을 한다거나 드라마나 게임, 음악 등 문화콘텐츠를 자유롭게 소비할 수 있는 점은 아직도 내가 외국어를 배운 것에 대한 가장 큰 메리트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내와 내가 아이들을 키우기 시작했을 때 서로 간에 약속한 것이 있다. 어떤 경우에도 우리의 바람과 계획에 의해 아이들을 공부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단, 아이가 공부는 안 할지라도 독서에 대한 재미와 습관을 들일 수 있도록 환경을 갖추는데 노력하자고 약속하였다. 나는 아직도 이 선택이 옳다고 믿는다. 다음은 본인이 좋아하는 유시민 작가의 "글쓰기 특강"이라는 책의 내용을 간략히 정리한 내용이다. 


"사람의 언어 구사능력은 유전자와 환경으로부터 큰 영향을 받는다. 사람은 태어난 후부터 부모와 소통을 하며 모국어를 익혀 나간다. 부모는 언어를 알지 못하는 아이에게 끊임없이 말을 걸거나 아기의 옹알이 소리를 열심히 들어주는 액션을 취하며 아이의 뇌가 언어적인 감각을 발전시키고 모국어를 익힐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일부 사람들은 다중언어능력을 선망한 나머지 영어유치원에 보내고 외국어 조기교육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별히 다중언어능력 구조에 특화된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한 유아시절 외국어 능력 학습은 오히려 모국어의 기득권이 확고하지 않은 유아시절에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말이 흔들리고 전반적인 학습능력은 저하된다. "


본인이 너무나 공감하는 내용이다. 나는 여기에 더해 어린 시절 강요된 학습은 인생 전체에 걸쳐 아이들이 쌓아가야 할 학습의욕을 저하시켜 본인이 스스로 학습해 나가는 자립심도 약화시켜 아이에게 안 좋은 영향을 준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언젠가는 배우고 싶은 욕구가 발생한다고 본다. 운이 좋은 아이는 어린 시절부터 그러한 욕구가 큰 상태로 태어나고 그렇지 않은 경우라도 언젠가는 본인 스스로 학습을 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기는 것 같다. 본인은 후자에 속한다. 하지만 다행스러운 것은 늦게나마 생겨난 학습의욕 덕분인지 짧은 시간에 많은 학습을 할 수 있는 경험을 하였다. 공부에는 왕도가 없다고 한다. 어린 시절부터 외국어 학습을 하는 것도 부모의 선택이고 본인처럼 약간의 방치를 하는 것도 부모의 권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뛰어놀며 체력을 키우고 우리말이라는 인생 전체의 영향을 끼칠 일을 단지 부모의 욕심에 의해 강요하는 것은 현대인이 평생을 공부해 나가야 하는 요즘 우리 아이들에게 가혹한 일이라는 생각을 머릿속에 되뇌게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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