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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tton plant Mar 14. 2019

뭉근한 예술가 : 3rd Mar 2019

부제: 취향이 긴 시간 지속되면 개인의 아이덴티티가 된다.
*[Iden · tity : 개성, 독자성;  고유성, 주체성;  (작가·예술가 등의) 작풍, 예풍(藝風), 사풍(社風)]

무언가를 꾸준히 한다는 것은 꽤 어려운 일이에요.
단순한 호기심이나 유행을 좇는 가벼운 열성이 아닌,
관심을 쏟으며 지속하는 일은 진실로 좋아해야 가능하죠.
그것이 취미라고 할지라도 애정과 부지런함, 끈기가 뒷받침돼야 해요.

어느샌가 '이수진' 이름 석 자 뒤에 연관 단어들이 생겼어요. 

책,   여행,   사진,   와인

좋아하는 것들을 오래 하다 보니 생긴 일이라 짐작돼요.


그중 카메라는 가장 재미난 장난감이었어요. 여행을 통한 걸음과 시선이 좋았고, 감사하게도 전문적 배움 없이도 사진에 대한 센스가 좋아서 몇몇 지인들은 제가 사용하는 카메라의 기종을 묻기도 했죠.
자신을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를 글과 사진에 담는 데 어려움이 없어요. 취미는 독서이고 특기는 여행이죠.

DSLR 과 똑딱이, 미러리스 등 여러 카메라가 제 손을 거쳐갔는데
가장 오래 사용했고, 가장 애정 했던 카메라인 "루믹스"가 지난 여행에서 버벅거렸어요. 
동영상 촬영이 안 되고 색감도 예전만큼 또렷하지 않았어요. 렌즈와 본체 모두에 문제가 생긴 걸 직감했죠. 
카메라를 사야 할 시기가 왔구나. 사야겠다. 결정이 선 이후로는 즐거운 고민들을 했던 거 같아요.

수없이 많은 카메라 속에서 적합한 제품을 찾아내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유튜브 영상으로 빠르게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었고 몇몇 정보와 지난 경험들을 바탕으로 배제 시켜야 할 카메라 군들이 보였죠.  
기록이 주 목적이지만 예술적 흥미까지 만족시켜주길 바랐어요. 

1. 카메라를 사면서 중요시 여겼던 사항들 중 하나는 휴대성이에요. 
상업용 사진을 찍는 게 아니기에, 손목에 무리가 가는 풀 프레임 카메라들은 과감히 배제 시켰어요. 
2. 렌즈는 다양한 환경에서 활용 가능하길 바랐어요.  
두 개 이상의 렌즈를 들고 여행을 다녀봤지만, 사진은 찰나의 기록이에요.
찍고 싶은 그 순간에 적절한 렌즈로 바꿔 끼는 일은 번거롭거니와
사진을 찍는 재미와 감흥을 떨어트리죠. 
3. 그리고 저만의 오래된 취향이 있는데, 넓은 화각의 사진을 좋아해요. 
'광각'은 포기할 수 없다는 게 저의 고집이었기에, 넓은 레인지를 커버해줄 렌즈를 찾고 또 찾았죠. 
4. 또한 최근에 고프로를 들고 다니면서 느낀 점이 있는데, '아, 이러다가 뭐 하나 잃어버리겠군' 이였어요. 
여행 시 챙길 것들이 많아지면 실수할 확률이 높아지고, 그러다 보면 여행이 망가질 수 있죠. 
저의 여행 원칙 중 하나는, 신발도 하나, 가방도 하나, 카메라도 '원 셋'으로 하나이기에 
고프로는 동남아 여행의 수중 액티비티시에만 들고 다니기로 마음먹었어요. 
결국 영상까지 '잘' 담을 수 있는 카메라여야 했죠. 


열거하고 나니 꽤 깐깐한데 심사숙고해서 결정한 카메라는 "Sony α 6300 + 자이스 E 16-70 F4 oss"예요. 

만족스러워요.

예전처럼 1년에 대여섯 번씩 여행을 다닐 수는 없지만 지금은 짝꿍과 함께하는 일상 그 자체가 행복이고, 남편도 카메라에 재미를 붙이고 있어서 밖으로 나가는 날에는 카메라를 꼭 들고 다니려고요. 그래서 인스타에만 올리던 비터 앤 라이터(bitter and writer)를 블로그와 브런치에 옮기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인스타만큼 자주 일상을 올리진 못하겠지만 블로그와 브런치도 꾸준히 할게요. 
 



얘기가 길어졌는데, 
소설가 김영하 씨께서 2010년 TEDxSeoul 강연하신 말씀으로 마무리하려 해요. 
"제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미래는 우리 모두가 다중의 정체성을 갖는 것인데요. 이 정체성 가운데 하나만이라도 예술가가 되는 거예요. 뉴욕에 갔을 때, 택시를 탔어요. 연극 관련한 게 붙어있길래, 택시 기사한테 뭐냐고 물었더니 자기 프로필이래요. 당신 그럼 무슨 일을 하냐고 물어봤더니 연극배우래요. 택시 기사지만 연극을 하는 거예요. 무슨 배역을 주로 하냐고 물어봤더니, 아주 자랑스럽게 ‘리어 왕’이래요. 바로 이런 세상이 제가 꿈꾸는 세상이에요. 한 사람이 낮에는 골프 선수이면서 밤에는 작가이고, 택시 기사이면서 연극배우이고, 은행원이면서 화가. 살아가면서 은밀하게 또는 공개적으로 우리가 우리의 예술을 해나가는 것이지요." 

‘예술가가 되자, 지금 당장'
 



당신의 취향은 무엇인가요?
당신의 이름 뒤에 따라붙는 연관 단어나 수식어는 무엇인가요?
뭉근하게, 예술가가 되어요 우리.
삶은 예술이어야해요.

 
bitter_and_wirter

cotton-pla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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