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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영민 Jan 09. 2018

[미래인문학칼럼3] 세탁일을 할건가, 제후가 될건가

옛날 송나라 사람 중에 찬 물에 손을 넣어도 손이 트지 않는 비법을 개발한 사람이 있었다그 사람의 후손들은 대대손손 이 약을 바르고 겨울철에 다른 사람의 세탁물을 받아서 차가운 개울물에서 세탁하는 일을 해서 먹고 살았다. ......

그 남자는 약 만드는 비법을 알아 낸 다음 그 남자는 장군이 되어 겨울에 월나라 군사와 수전을 하였는데크게 이겼다오나라 왕은 그 사내를 크게 칭찬하며 땅을 쪼개어 주고 그곳의 제후로 삼았다장자》 〈인간세   

  

최근 몇 년간 기술 양상의 변화를 보면서 미래사회가 어떻게 변화할 지 예측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미래 학자들조차 속시원한 답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래사회를 부정적으로 보는 이들은 인공지능과 로봇의 출현으로 일자리가 사라지고 대량실업이 발생하는 것으로 예측하는 반면, 긍정적으로 보는 이들은 과거 산업혁명을 예로 들면서 당시 방직 공장의 기계화로 대량 실업으로 많은 실직자들이 공장의 기계를 부수는 '러다이트 운동'이 있었지만 결국은 기계화와 산업화로 인해 노동자의 경제적 혜택이 늘어나고 삶이 윤택해지듯 궁극적으로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미래는 부정적으로만 봐서도 안 되고 긍정적으로도 봐서는 안 됩니다. 미래는 객관적으로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이렇듯 불확실한 미래사회에 어떤 역량이 필요할까요? 그것은 바로 통찰입니다. 통찰의 사전적 의미는 '환히 내다봄'인데, 통찰은 현재는 물론 미래를 예측 가능하게 만드는 능력이 통찰력입니다. 우리가 평상 시에 사용하는 단어 가운데 '감(感)'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감'은 일이 마무리 된 이후에 아는 것이 아니라, 사전에 작은 행동이나 사건을 통해서 전체를 읽어내는 능력을 말합니다. 동양 고전 《주역》에 '기미(幾微)'라는 말과 같은 의미입니다. 어떤 일이 일어나기 전 작은 조짐을 발견하고 그것으로 결과를 예측하는 것을 기미라고 하는데, 통찰력은 이런 '기미를 읽어내고 삶의 적용하는 지혜의 힘'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통찰력은 이미 있던 것을 비틀어보거나 다른 것과 결합하여 새롭게 해석하는 능력으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창조와 구별이 됩니다. 사서삼경의 하나인 《대학》에 보면 '심부재언 시이불견'(心不在焉 視而不見 聽而不聞)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마음에 있지 않으면 보아도 보이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쉽게 표현하면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뜻입니다. 1912년 어느 날, 헨리 포드가 그의 친구인 도축장에 방문했을 때 도축장에서 도살된 가축들이 이동식 벨트에 뉘어져 다음 작업자에게로 가는 것을 보고 번뜩이는 통찰을 경험하게 됩니다. 헨리 포드는 이동식 벨트를 자신의 공장에 적용하는데 이 시스템이 바로 대량생산을 가능하게 한 컨베이어 벨트입니다.     

우리는 태어날 때 여러 한계를 가지고 태어납니다. 모든 사람들이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좁고 왜곡해서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통찰력은 '환히 내다보는 힘'이라는 의미라고 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육안으로 보는 육안의 한계를 극복하고, 좁은 마음에서 생기는 선입견과 편견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어야 합니다.     

아래 그림을 보면  우리가 세상을 아주 좁게 보고 있음을 알 게 됩니다. 옷도 제대로 걸치지 않은 죄수로 보이는 노인이 감옥 안에서 젊은 여인의 젖을 빨고 있는 그림입니다. 이 여인의 우측 뒤로는 병사들이 이런 모습을 음탕한 눈빛으로 몰래 훔쳐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이 그림 속 여인은 노인의 행동에 전혀 저항하거나 반항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 그림은 언뜻 봐도 외설스럽고 괴기하기까지 합니다. 과연 우리의 생각대로 외설스런 그림이 맞을까요?     

(페테스 파울 루벤스, 1630년,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

사실 이 그림은 딸이 죽어가는 아버지를 위한 효심을 표현한 작품입니다. 바로크 미술의 거장 루벤스가 그린 <시몬과 페로>라는 작품으로 실화를 바탕으로 그린 그림입니다. <고대 로마인들의 기억될 만한 행동과 결과들>이라는 책의 제 4권 5장에 나오는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얻어서 그린 작품입니다.


"옛날 로마시대의 시몬이라는 사람이 살았다. 그는 죄를 짓고 사형선고를 받았는데 그에게 내려진 형벌은 감옥에서 굶겨 죽이는 것이었다. 이 노인에게는 페로라는 딸이 있었다. 딸이 아버지 면회를 갔는데, 굶겨 죽이는 형벌이었기에 먹을 것을 일절 가지고 갈 수 없었다. 아버지가 굶어 죽는 것을 차마 볼 수 없었던 딸은 아버지에게 젖을 먹여 생명을 연장시켰고, 딸의 효심 덕분에 아버지는 결국 석방되었다."


아마도 이 그림에 대한 설명이 없었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예술'이 아닌 '외설'로 비판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그림을 이해하고 보면 '아버지에 대한 숭고한 사랑을 담은 성화'라고 높이 평가를 할 수 있게 됩니다. 죽어가는 아버지를 위해 자신의 젖으로 아버지를 살렸으니 말입니다. 이렇듯 통찰력은 눈에 보이는 대로 해석하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는 너머를 볼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구글이 2006년에 동영상 커뮤니티 기반인 유튜브의 잠재성을 보고 당시 1조 6천억 원의 거액으로 인수해서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8년 뒤인 2014년 구글이 실리콘밸리 작은 스타트업 하나를 인수할 때 유튜브의 두 배가 넘는 4조원에 가까운 인수했다는 소식에 많은 언론에서 대서특필했습니다. 구글이 이렇게 큰돈을 들여 인수한 회사가 손바닥만한 작은 온도 조절기를 만드는 ‘네스트랩스’라는 회사입니다. 네스트랩스는 애플에서 아이팟을 개발에 참여했던 토니 퍼델과 맷 로저스가 2010년에 창업한 회사입니다. 그런데 구글은 이 작은 회사를 거액으로 인수했을까요? 그 까닭은 유튜브를 인수할 때와 마찬가지로 네스트랩스의 작은 조절기의 잠재성을 보았기 때문이니다.   

                    

(네스트랩스의 온도조절기)
"이 회사의 온도 조절기는 집 중앙에서 거주자의 행동 패턴 데이터를 수집해 자가학습을 한 다음 거주자에 맞춰 집 안 온도를 조절해 준다. 그런데 구글이 해석한 네스트랩스의 가치는 그 이상이었다. 앞으로 다가올 스마트 홈 시대를 선점하는데 있어 이 작은 기기가 결정적인 교두보 역할을 하리라 본 것이다. 홈 디바이스 플랫폼은 집에 있는 수많은 기기들과 잘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그런데 네스트 온도조절기는 텔레비전, 냉장고, 화재경보기 등 50 종류 이상 제품과 연결되며, 이들 기기를 손쉽게 조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정두희, 《기술지능》

     

구글은 이 작은 온도조절기를 집 안에 이는 모든 가전제품으로 하나로 연결하고, 미래사회에 꼭 스마트 홈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인공지능 홈 디바이스 플랫폼에 가장 적합한 물건으로 보았던 것입니다. 

"네스트랩스가 생산하는 물건을 세상 사람들은 온도조절기를 여겼고, 구글은 스마트 홈 시장, 보안시장, 전력시장에서 활약할 물건으로 내다봤다. 해석의 차이가 있었다."


옛날 송나라 사람 중에 찬 물에 손을 넣어도 손이 트지 않는 비법을 개발한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의 후손들은 대대손손 이 약을 바르고 겨울철에 다른 사람의 세탁물을 받아서 차가운 개울물에서 세탁하는 일을 해서 먹고 살았다. 어느 날 길을 지나던 남자가 그 모습을 보고는 백 근의 돈을 낼 터이니 그 비법을 사고자 청했다. 제안을 들은 가족들은 고민에 빠졌다. 

“우리 가족은 대대로 세탁하는 일을 해왔지만 입에 풀칠하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그 재주를 팔면 하루아침에 백 근의 돈을 벌 수 있으니 그 비법을 파는 것이 좋겠다.”  

그 남자는 약 만드는 비법을 알아 낸 다음 월나라와 치열하게 전쟁 중이던 오나라 왕을 찾아갔다. 겨울철에 수전(水戰)을 할 때는 항상 병사들의 손 트는 것이 문제였음을 잘 알고 있던 남자는 자신이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며, 아울러 자신은 병법을 오랫동안 연구했으므로 병사를 주면 전투에서 승리하겠다고 말했다. 

오나라 왕은 그 남자에게 병사를 내주었고, 그 남자는 장군이 되어 겨울에 월나라 군사와 수전을 하였는데, 크게 이겼다. 오나라 왕은 그 사내를 크게 칭찬하며 땅을 쪼개어 주고 그곳의 제후로 삼았다. 치료하는 약은 하나이지만 어떤 사람은 그것으로 제후가 되고 어떤 사람은 세탁일을 하는 까닭은 그 쓰임이 달랐기 때문이다. 《장자》 〈인간세〉  

   

송나라에서 세탁일을 하던 한 주인은 자시의 직업병인 '손틈 방지약'을 만들어 나름 경쟁력을 갖추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그 곳을 지나가던 한 남자는 그 광경을 예사롭게 보지 않았습니다. 그 남자는 직업도 세탁일 아니라 사실 쓸모가 없을 텐데 그냥 지나치지 않고 그 돈을 제시하여 그 비법을 배워갑니다. 그리고 월나라와 치열하게 전쟁 중인 오나라에 가서 그 약으로 병사들의 '손틈 방지약'으로 사용하여 결국 전쟁에서 이기고 마침내 그곳 제후가 되었다고 장자는 말합니다. 같은 약이지만 누구에게는 가족을 살리고, 누구에게는 나라를 살리는 약이 되기도 합니다.     

대다수 사람들은 보이는 것을 생각없이 받아들입니다. 그저 '손틈 방지약'일 따름입니다. 보이는 그것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생각하고 질문하지 않습니다. 


유명한 컨설던트이며 베스트셀러 작가인 사이먼 사이넥은 자신의 저서인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에서 미래사회 인재는 세 가지를 질문으로 세상을 들여다보는데, 특히 '왜'라는 질문이야말로 통찰력의 근원이라고 조언합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어떻게'나 '무엇을'에만 신경 씁니다. 그러나 사람을 리드하는 것은 '왜'의 힘입니다. '왜'는 사람들에게 그 일을 해야 하는 이유를 알려 주고 영감을 북돋워주니까요. '왜'에서 출발해 '어떻게'와 '무엇을'로 나가야 합니다."

4차산업혁명 시대에 경쟁력을 쌓기 원하면 사이먼 사이넥의 조언처럼 끊임없이 '왜'의 시각으로 세상을 봐야 합니다. 그래야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지 해석하게 되고, 비로소 자신의 것이 되기 때문입니다.

통찰력은 부분을 통해서 전체를 보는 능력입니다. 리다가 반드시 갖춰야 할 능력이 바로 통찰력입니다. 더욱이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서는 남들이 보지 못하고는 것을 보고, 듣지 못하는 것을 들어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송나라 세탁일을 하던 주인이 대대손손 전해 내려온 '비법'은 오늘날 메뉴얼과 교과서와 같습니다. 이 약을 달리 쓸 생각을 전혀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이 약을 통해서 다른 것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지금의 변화는 누구에게는 위기이지만 다른 이에게는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이 차이는 변화에서 기미를 읽어내는 능력의 차이에서 발생합니다.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행동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해 오던 방식과 정해놓은 틀에서 벗어나 미래를 통찰하는 데서 해답을 찾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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