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모두가 알고 있는 너무도 간단한 투자를 받는 방법
지금까지 창업도 해보고 폐업도 해보고, 또 팀 멤버로 들어가 스타트업에 있어본 결과 투자를 받는 스타트업이 어떤 스타트업인지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실제로 팀에서 나와 다시 사업을 시작하면서 투자도 받게 됐고, 최근 2번째 투자유치까지 마무리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기존에 있던 팀 역시 현재 감사로 지내고 있으며, 시리즈 A 라운드의 투자유치가 마무리되고 있다. 초기엔 창업을 하고도 1~3년 이상 투자유치를 꿈도 못 꿀 정도로 높은 벽이라 생각했었지만, 막상 사업을 하다 보니 투자유치를 받게 되고 어떻게 하면 받게 되는지 투자자를 어디서 만나는지 사실 매우 간단하단 걸 알게 됐다.
첫 사업은 2013년 대학생 시절 시작하게 됐고, 2016년 창업 팀 멤버 및 새로운 사업을 도전하게 됐고, 2019년 피봇팅을 거쳐 2021년 신규 사업으로 자리를 잡고 2021년, 2022년 도합 30억이 넘는 규모의 투자유치까지 성공했다. 첫 사업 시작부터 투자유치에 성공할 때까지 약 9년이라는 시간을 지내왔고, 투자에 대해서 그리고 투자를 받는 방법에 대해서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을 써보고자 한다. 어디까지나 투자를 하는 사람 입장이 아닌 투자를 받은 사람 입장에서 작성해본다.
투자를 꼭 받아야 할까?
투자를 받기 전 투자를 꼭 받아야 할지, 내가 투자를 받는 게 맞는지 먼저 생각해야 한다. 투자는 간단하게 스타트업 입장에선 지분으로 시간을 사는 것이고, 투자자 입장에서는 작은 돈으로 큰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다. 기본적으로 내가 꼭 시간을 빠르게 갈 필요 없는 아이템이거나 큰돈을 벌기 위한 아이템이 아니라면 굳이 투자를 받을 필요가 있을까? 투자자 역시 1억으로 2억을 주는 기업보다 1억으로 100억을 벌어다 주는 기업을 선호하는 만큼 투자를 받기 전 내가 꼭 투자를 받아야 하는 기업인지부터 고민해보자. 기본적으로 IPO 상장부터 M&A를 목표로 한다면 투자유치는 단순 시간을 사는 영역을 넘어 좋은 파트너를 찾고 기업가치를 산정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니 많은 돈이 필요 없더라도 좋은 파트너를 찾고자 투자를 받는 건 또 하나의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 투자를 받을 준비, 투자받을 이유가 있다면 이제 투자유치를 준비해보자.
투자와 별개로 개인적으로는 투자와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등의 보증자금을 비교하면 무조건 대출을 받는 쪽을 선택하라고 한다. 내 아이템에 확신이 있다면 지분보다 이자가 훨씬 이득이기 때문이다. 이 부분까지 고려하여 자금 유치를 해보자.
투자자는 어디서 만나는 게 가장 좋을까?
스타트업에게 투자자는 전설의 동물처럼 만나기 굉장히 힘든 사람처럼 느껴진다. 막상 만나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투자자를 만나는 방법은 굉장히 다양한데 그중에 개인적으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과거에는 투자자를 만나고 싶어 IR자료를 만들어 콜드 메일부터 시작하여 주변 멘토님에게 도움을 구하며 투자자와 만나려고 노력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크게 의미가 없었던 행동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든다. IR이란 결국 Investor Relations 즉 투자자와 관계를 맺고 우리 기업에 관심을 갖게 만드는 일부터 시작한다. 그렇기 때문에 당장에 돈이 필요하다는 간절함도 중요하지만, 우리 기업이 어떤 기업이고 어떤 매리트를 느끼게 해 줄 지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러한 매리트는 투자자와 깊게 이야기하고 내 IR 피칭을 볼 수 있는 자리에서 많이 이뤄진다고 생각된다. 그렇기 때문에 나에게 관심 있는 투자자를 만날 가장 좋은 장소는 AC/VC가 직접 운영하거나 정부부처에서 운영하는 IR 행사와 데모데이 행사라고 생각한다. 투자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 혹은 투자자가 직접 운영하며 투자할 스타트업을 발굴하기 위하여 참여하는 기본적인 행사이자, 온전히 내 사업 아이템을 투자자에게 보여줄 수 있는 자리기도 하다.
지금까지 다양하게 투자자와 연락도 해보고 메일도 보내봤지만, 내 경험상 가장 좋은 만남의 장소는 IR행사,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 데모데이 행사라고 생각한다. 아마 B라운드 이후부터는 기투자사가 가장 만나기, 소개받기 좋은 투자자가 아닐까 싶다.
투자자와 어떻게 연락해야 할까?
투자자와 만나고 투자자 앞에서 내 아이템을 설명하는 자리까진 어떻게든 만들어졌다. 이제부터가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정답은 아닐 수 있지만 이렇게 투자자와 연락을 하고 관리를 하니 좋은 관계가 형성되고 투자유치까지 원활하게 이뤄졌다. 실제로 신규법인 설립하고 1개월 만에 첫 투자가 완료됐으며, 모든 투자가 1개월 이내 납입까지 대부분 완료가 됐다. 그렇기에 앞으로의 조언은 지극히 개인적이면서 효율적인 방법으로 투자자와 소통하고자 만든 나만의 기준이기 때문에 참고만 하길 바란다.
관심 있는 투자자, 관심 없는 투자자
먼저 데모데이나 IR행사가 끝났다면 이제 관심 있는 투자자와 관심 없는 투자자를 구분해야 한다.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은 기본적으로 내 사업계획서에 관심이 있기에 뽑힌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적극 어필하면 좋지만, IR인 데모데이는 무작위 심사역에게 발표를 하는 만큼 내 아이템에 관심이 없는 투자자가 앉아 있을 가능성도 높다. 내가 콘텐츠 기업인데 바이오에 집중 타자하는 투자자가 왔을 수도 있고, B 라운드 이상의 투자유치를 주력으로 하는 VC인데 지금 당장의 나는 SEED 라운드를 돌고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타깃에 맞춰 잘 구분해야 한다. 그렇지만 당장 현장에서 어떻게 관심 있는 투자자를 구분할까?
네트워킹이 되면 내가 꼭 만나고 싶은 투자사가 아니라면 먼저 명함을 드리지 않았다. 지금까지 행사에 참여하면 만나는 VC마다 명함을 항상 받으러 돌아다녔고, 행사가 끝난 직후 메일로 IR자료를 보내드렸다. 그 결과 참고해보겠다는 답변은 받을 수 있었어도 실제 투자까지 이뤄진 사례는 없었다. 그러던 중 문득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투자할 스타트업을 찾기 위해 오신 분들이라면 정말 투자하고 싶은 곳이 생기면 먼저 연락을 주시지 않을까? 결국 IR, 데모데이에 참여할 때마다 먼저 명함을 꺼내는 일 없이 투자사에서 먼저 명함을 요청해주길 기다렸다. 그 결과 후속 미팅 성사율은 70% 가까운 수치를 보였고, 실제 이런 과정에서 투자유치까지 이뤄졌다. 취업을 하기 위해서 지원자는 회사에 이력서를 내고 회사는 지원자를 평가하지만, 지원자 역시 면접을 통해 회사를 평가하고 합격하게 된 경우 최종 선택권을 쥐게 된다. 이처럼 투자 역시 우리 기업에 관심이 있는 투자사라면 먼저 다가올 것이고, 먼저 다가오게 만드는 사업을 하고 있어야 한다.
Kick-off 이후 고민이 필요한 투자자
IR이 끝나고 투자가 한 번에 이뤄지는 경우도 많지만 그러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투자자가 먼저 다가왔지만 실제 오프라인 미팅과 추가 IR을 해보니 조금 더 지켜보자는 말을 하신다. 사실상 큰 기대를 갖기보단 투자에 실패했다고 보는 게 맞는 거 같다. 대신 끝났다고 끝이 아니다. 대부분이 현재 실적이나 검증이 부족해서 망설여지거나, 시장성이 부족해 보이거나, 팀 역량이 부족해 보이거나 꺼리는 부분의 포인트가 있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고민할 시간을 드리면서 기업은 검증을 해나가면 된다.
실적이나 가설 검증에 대한 부분은 어떻게든 소비자를 만들어 단돈 100만원, 1,000만원이라도 매출을 발생시켜보면 되고, 시장성은 앞으로 어떤 시장으로 진입할 수 있을지에 대한 가능성을, 팀빌딩은 부족한 역량을 채워나갈 멤버를 발굴하면 된다. 그러는 과정에서 생기는 이슈와 이벤트를 투자자에게 주기적으로 공유한다. 정말 사소한 정부지원사업에 합격을 했을 때, 첫 매출을 냈을 때, C레벨 팀원이 생겼을 때, IR 자료가 최신화됐을 때 등등 이슈가 생길 때마다 투자자에게 공유를 했고 이를 바탕으로 후속 미팅이 잡혔던 사례도 있었다. 당장 투자하기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다면 문제가 되는 부분을 해소시켜주고 검증시켜준다면 확신으로 자리를 잡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찾아오게 만드는 방법
마무리하기에 앞서 지금까지는 투자자를 만드는 방법, 관심 있는 투자자를 고르는 방법, 그리고 마지막으로 관심 있는 투자자와 지속적으로 소통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게 기준이 되려면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우리 기업에 찾아오게 만드는 방법이 가장 중요하다. 블록체인 코인 시장부터 주식시장까지 안 좋아지는 만큼 투자시장 역시 많이 위축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럴 때 살아남는 기업일수록 더 높은 가치평가를 받을 거고, 또 살아남는 기업이 투자를 받을 수 있을 거다.
지금의 아이템으로 피봇팅을 하고 나서 먼저 투자자에게 다가갔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데모데이나 IR 등을 통하여 우리 기업에 대해 알리려고 노력은 많이 했으나 먼저 찾아오는 투자사와만 미팅을 진행했다. 우리는 투자를 위해 사업을 하지 않았고, 기업을 성장시키고 매출을 높이기 위해 움직였다. 시간이 흐르다 보니 그런 활동이 탄탄한 매출구조를 만들고 가설을 끊임없이 검증해줬다. 그렇기 때문에 투자를 받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역시 투자를 위한 사업이 아닌 내 사업을 얼마나 검증하고 증명하느냐가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결국 투자는 내 돈이 아니기 때문에 잘 써야 하고, 잘 쓸 수 있는 곳이어야 투자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