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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지 Sep 08. 2020

[Salzburg] 모두의 보금자리 Townhouse

내가 잘츠부르크에서 3개월 간 인턴생활을 하게될 Salzburg Global Seminar의 본사는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의 Hotel Schloss Leopoldskron(호텔 슐로스 레오폴드스크론)에 위치해있다. (Schloss 독일어로 ""이라는 뜻이다.) Salzburg Global Seminar의 모든 인턴들은 본사에 살게 되는데, 덕분에 친구들이 "너 잘츠부르크에서 어디살아?"라고 물어보면 "성에 살아."라고 간지나게 말할 수 있다.



실제로 인턴십 프로그램에 합격하고 처음으로 SGS 본사 건물을 검색했을 때 계속 5성급 호텔/성이 나와서 적잖이 당황했고 친구들이 주소를 물어볼 때 "Hotel Schloss Leopoldskron" 이라고 알려주면 그들도 당황했다.



문제의 성 (출처: Salzburg Global Seminar)






Schloss Leopoldskron에 대한 간략한 역사 설명

Schloss Leopoldskron(레오폴드스크론 성)이 지어진 것은 400여년 전이다. 1744년에 교황 레오폴드 안톤에 의해 로코코 양식으로 지어졌고 교황의 죽음 이후 레오폴드스크론 성은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 1918년에는 잘츠부르크의 오래된 세계적인 클래식 음악 축제 Salzburg Festival의 창시자 Max Reinhardt에게 인수된다.

그 후 Max Reinhardt는 20년에 걸쳐 지역의 장인들과 함께 성을 개/보수한다. 새롭게 단장한 레오폴드성은 Max Reinhardt의 인맥인 작가, 음악가, 디자이너, 오페라 가수 등이 모이는 장소가 되었다. 그 때 Max는 레오폴드스크론성을 단순히 귀족들이 머무는 '성'이 아닌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와 경험을 공유하고 네트워크를 쌓을 수 있는 '살롱'의 공간으로써 변모시켰다.





이처럼 오래된 역사의 이 건물은 이름도 역사도 생소하지만, 추억의 명화 사운드오브뮤직을 본 사람들이라면 모두 "아~ 그 장소" 할 테다. 영화 사운드오브뮤직에서 레오폴드스크론성은 Trapp 대령과 그의 아이들과 주인공 마리아가 사는 집으로 그려지는데 (레오폴드스크론성이 사유지이기 때문에 실제로는 내부에서 촬영된 장면은 하나도 없다고 한다.), 마리아와 아이들이 시내에서 즐겁게 도레미송을 부르고 돌아와 호수에서 보트를 타던 그 곳이 레오폴드스크론 성 앞의 호수와 그 정원이다. 실제로 잘츠부르크에 방문하는 많은 사람들이 "사운드오브뮤직투어"의 일부로 레오폴드스크론성을 방문하는데, 내부는 호텔 혹은 Salzburg Global Seminar(SGS) 게스트 외에는 들어갈 수 없다.



물에 빠진 아이들이 대령에게 혼나던 마당이 바로 레오폴드스크론 성의 앞마당이다 (출처: fanpop.com)



이렇듯 영화의 촬영지로도 쓰일 만큼 아름다운 이 곳이 SGS의 본사가 된 것은 1959년이다. 47년에 개관한 이후 본사를 레오폴드스크론으로 옮기고 이 성은 기관의 상징이 되었다. 기관의 로고도 성의 모양을 본 떠 만들었고 기관에서 이루어지는 대부분의 세미나, 컨퍼런스 등의 프로그램이 몇 십년이 넘는 시간동안 이 곳에서 진행되었다. 이후, 1973년에는 성 옆에 Meierhof라는 현대식 건물이 지어진다. 오래된 성 옆에 지어진 분홍색의 Meierhof는 관광객들과 SGS 그리고 호텔 스텝들을 위해지어진 곳이다. 호텔의 싱글/더블룸이 대부분 위치하고 있고 그 외에는 SGS의 오피스와 컨퍼런스홀 그리고 내가 3개월간 묵을 인턴들의 보금자리 Townhouse도 이곳에 있다. (Townhouse를 설명하기 위해 서론이 길었다.)



Meierhof의 외관(출처: Salzburg Global Seminar)





인턴들이 머무는 Townhouse는 2인실 방 4개와 작은 거실/주방으로 구성되어 있다. 거실과 주방은 공유하고 방과 화장실은 2인 혹은 1인이 사용하게 된다. 최대 8명의 인턴이 함께 살 수 있어서 처음 잘츠부르크에 도착했을 때는 인턴이 나 포함 8명이었던지라 모든 방이 꽉 찼었다. 지금은 봄에 파견된 인턴들이 지난주부로 전부 떠나고 4명만 남아 운이 좋게도 1인 1실을 쓸 수 있게 되었다. 인턴이 쓰는 공간이지만 베이스가 호텔인 탓에 방청소도 이불청소도 호텔스텝들이 일주일에 1-2회씩 해주는 덕에 세상에 이런 호의호식이 있나 싶다.



해가 잘 드는 내 방





방을 제외하고는 공유주방과 공유거실이 있는 공동거주형태의 집에서 사는 것은 이번이 두번째이다. 공동거주 첫경험은 작년 2월부터 9월까지 독일 마부르크에서 교환학기를 보낼 때였고 당시 3층짜리 건물에서 7명의 다른 독일 친구들과 아이가 둘인 독일가족과 함께 살았었다. 한국으로 돌아가서도 공동거주예찬을 할 정도로 공동거주의 매력에 푹 빠졌었는데, 그 이유는 그곳엔 "가족을 대신할 친구가 주거공간에 함께 있"고, "새로운 경험을 할 기회가 더 많았다"는 것이다. 감정적으로 외로울 때 옆에 항상 하우스메이트들이 있었다는게 홀로 타지에서 생활할 때 가장 큰 의지와 위로가 되었던 것 같다.




독일 마부르크에서 나의 보금자리가 되어준 곳





아무튼, Townhouse에서의 삶도 독일에서와 같이 매우 즐겁다. 거실에 놓은 세 개의 소파에 앉아 시끄럽게 떠들고 요리해 (주로 내가 요리했지만) 함께 나눠먹고 밤새 모노폴리도 한다. 함께 술을 마시다보면 캐나다인이 "Spicy Ramen! Let's have spicy ramen!"이라 외치고 다른 한편에선 우루과이인이 엉덩이 들썩이며 춤추고 가라오케 나잇을 할 때면 새벽 2시까지 디즈니 메들리와 Lady Gaga 노래를 부르는 곳이 Townhouse에서 미드 Friends와 같은 매일을 보내고 있다.



- 2019년 7월 29일에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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