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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서 칼럼 Sep 05. 2022

더 악랄해진 '제2의 n번방 사건' 근절하려면

정부의 안이한 대응도 문제


‘도움의 손길 내미는 척…더 악랄해진 ‘제2의 n번방 사건’ 


정부의 안이한 대응이 ‘제2의 n번방 사건’을 초래했습니다. 2년 전 n번방 사건이 발생했을 때 완전히 뿌리째 뽑아버렸어야 하는데, 그때 불씨를 남겨둔 게 문제가 된 것이죠. 


앞서 물의를 일으켰던 ‘박사’ 조주빈, ‘갓갓’ 문형욱 등 n번방 사건 가해자들이 각각 42년, 34년 형을 선고받으면서 사람들의 기억에서 점차 사라지고 있을 무렵, 성착취범 엘이 등장했습니다. 


엘의 범죄 수법은 한층 더 잔혹하고 악랄합니다. 그는 앞서 언급한 조주빈 등과 마찬가지로 텔레그램을 중심으로 활동했는데요. 피해자를 향해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척, 여자인 척 행동한 것은 물론 심지어 성착취물 사건을 최초 보도했던 추적단 불꽃을 사칭하는 파렴치한 짓까지 저질렀다고 합니다. 


그는 이러한 수법으로 피해자를 유인한 뒤 관련 착취물만 350여개를 만들어냈다고 하네요. 피해자는 6명으로, 모두 미성년자인데요. 이가운데 초등학생도 포함돼 큰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정치권 모두 한 목소리…디지털 성범죄 근절 강조 


‘제2의 n번방 사건’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고 논란이 커지자, 경찰은 전담수사팀을 꾸리고 수사 인력을 대폭 늘리겠다고 밝혔습니다. 정치권 역시 여야 모두 디지털 범죄 근절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죠.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는 성범죄의 표적이 되어버린 아이들을 지키고 보호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지난 1일 디지털성범죄 엄정 대응을 대검찰청에 지시한 바 있습니다. 


KBS 


정부의 안이한 대응도 문제

-텔레그램 근본 대응책 마련 시급, 성착취물 소지자도 엄벌해야


‘제2의 n번방 사건’은 이미 예견되어 있었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기존 정책으로 성착취물 가해자들을 잡기에는 한계가 있었거든요. 특히 디지털 성범죄를 막기 위해 마련됐던, 이른바 ‘n번방 방지법’은 지난해 12월 시행됐으나 정작 해당 범죄가 발생한 텔레그램은 법 적용 대상에서 벗어나 있었죠. 따라서 텔레그램에 대한 근본적인 대응책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또한, 2년 전 ‘n번방 사건’을 떠올려보면, 성착취물 거래자들에 대해선 별다른 처벌이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당시 이들이 제대로 죗값을 치르지 않은 것이 지금의 ‘제2의 n번방 사건’으로 돌아온 게 아닌가 싶어 유감이네요. 이에 따라 성착취물 소지자들에 대해서도 중대 범죄로 처벌해야 한다는 의견도 함께 나오고 있습니다. 


-피해자는 여가부 산하 지원센터 찾아갔는데… 여가부 없앤다는 정부 


‘제2의 n번방 사건’ 피해자가 사건 발생 후 제일 먼저 찾은 곳이 바로 디지털성범죄 피해자지원센터라고 하는데요. 디지털성범죄 피해자지원센터는 여성가족부 소속입니다. 하지만 정부는 내년도 여가부 예산안에 지원센터 확대운영을 위한 예산을 별도로 편성하지 않았죠.  


이와 관련해 야당은 정부가 현재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보호 주무 부처인 여성가족부의 폐지를 추진하는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을 내고 "상황이 이런데도 윤석열 정부는 대책없이 디지털성범죄 피해자 보호 지원 주무부처인 여가부를 폐지하겠다고 한다"라며 "윤석열 정부는 아동청소년 성착취 범죄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고, 어떻게 대응해갈 것인지 분명히 답하라"라고 지적하고 있죠.  


여성가족부는 ‘여성만을 위한 곳’이라는 식의 오해를 받곤 하는데요.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정부 전체 예산의 0.2% 정도밖에 안 되는 여가부 예산은 대부분 가족 돌봄(60%)과 청소년 보호(20%)에 쓰이고 있어요. 물론, 만약 여가부가 폐지된다면 여가부의 기존 정책은 각각 다른 부서로 이동될 것이라고 예상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여가부 폐지 후 여가부에서 하던 일들을 어디로 이동시키고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구체적인 대안이나 방침을 내놓지 않은 상태에서 섣불리 폐지론만 들고 오는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 아닐까 하네요. 


-소서 soseo.voic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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