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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서 칼럼 Sep 07. 2022

수원 세 모녀 사건을 바라보는 '발굴' 프레임의 한계

"'발굴' 실패로 보기에 앞서 이들이 왜 숨을 수밖에 없었는지 살펴야…"


- 가난한 이들의 계속되는 죽음, ‘발굴’ 실패로만 보는 사회 

최근 경기도 수원의 한 연립주택에서 세 모녀가 숨진 채 발견되었습니다. 이들 모녀는 생활고와 난치병에 시달리다 세상을 떠났는데요. 빚 독촉이 두려워 기초생활수급과 같은 복지서비스를 신청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이 사건이 유달리 가슴이 아픈 것은 2014년 발생했던 '송파 세 모녀 사건'과 너무도 유사한 점이 많기 때문입니다. 생활고에 시달렸던 송파 세 모녀 역시 별다른 제도적 지원을 받지 못한 채 숨을 거두었습니다.


이처럼 가난한 이들의 죽음이 계속되고 있음에도 우리 사회는 이들의 죽음을 사각지대 '발굴' 실패의 관점에서만 보고 있는데요. 


한국언론진흥재단 뉴스분석 시스템 '빅카인즈'에 따르면 전국 언론사에서 수원 세 모녀 사건을 '발굴' 관점에서 보도한 기사만 200건이 넘는 상황입니다. 언론은 정부를 향해 '왜 이들을 발굴하지 못 했냐'고 묻고, 정부는 "이들이 복지급여를 신청한 내역이 없었다"등을 이유로 들며 발굴 실패를 인정하는 식이죠. 

KBS 

- '발굴' 프레임이 지니는 문제점

하지만 사회보장제도가 근본적으로 부족한 현실에서 이들의 죽음을 단순히 사각지대 발굴 실패의 관점에서만 접근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요? '발굴'을 내세운 프레임은 이들과 같은 빈곤층을 '잘 보이지 않는' 존재라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빈곤사회연대는 "(수원 세 모녀가) 복지제도를 신청한 사실이 없다는 것은 비극에 빠진 이들이 능동적이지 않았다는 점을 암시해 개인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발굴' 실패로 돌리기에 앞서 이들이 왜 '숨을 수밖에 없었는지' 살피고, 이들이 가난에 빠지는 경로 자체를 어떻게 차단할 것인지에 대해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 '발굴' 자체도 어렵고, 지원 받는 것도 어려운 제도상 한계 

설령 '발굴'이 된다고 해도 지원받기 어려운 것도 문제입니다. 참여연대와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복지 사각지대 온라인 시스템(위기가구 발굴)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발굴 시스템을 통해 찾은 기초생활보장제 지원 대상자는 2016년 5만6780명에서 지난해 66만3874명으로 늘었으나, 이가운데 지원받은 사람은 4%에 불과했습니다. 이는 발굴 자체가 실제 지원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어요. 지난 4월 80대 노모와 50대 아들이 지병으로 숨진 채 발견된 '창신동 모자' 사건을 살펴봐도 그렇습니다. 당시 이들은 공과금 등을 체납하기 어려울 정도로 생활이 어려웠지만, 다 쓰러져가는 목조주택이 있다는 이유로 복지제도 대상에도 들지 못했죠. 


<기초생활보장제도>
국민의 최저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급여와 현물을 보조하는 공공부조 제도. 생계급여, 의료급여, 주거급여, 교육급여 등으로 나뉘며, 소득 수준, 재산, 근로능력, 부양의무자 등을 따져 대상자를 선정한다. 2022년 1인 가구 기준 생계급여는 최대 58만3444원, 주거급여는 최대 32만7천원, 의료급여(1종)는 월 5만원 본인 부담 상한 의료 서비스.


자신의 빈곤을 제도의 틀에 맞춰 증명하는 것 또한 결코 쉽지 않습니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무능력함, 그리고 '일할 수 없는 상태'라는 것을 계속해서 증명해야 하는 동시에 부정수급자가 아닌지 의심하는 시선을 견뎌야 하죠. 사회적 실패자라는 낙인과 까다로운 신청 절차로 인해 '어차피 못 받을 거 모욕 당할 필요가 있냐'며 신청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하네요.


- 까다로운 절차와 기준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 나와

전문가들은 현재의 까다로운 행정 절차와 심사기준을 완화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복지급여와 취약계층 복지를 과감하게 허용하고 이를 위해선 복지 담당 공무원들의 재량권이 확대되어야 한다는 주장이죠. 이와 관련해 김보영 영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급여 조건이 까다로워 (대상자와) 안 맞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담당 공무원은 폭넓게 인정해 줄 수 없다"며 "나중에 감사에 걸려 인사상 불이익을 당할 수 있어 매우 보수적으로 판단하는 게 현실"이라고 한국일보에 말했습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역시 "(급여 대상자의) 자산·소득 기준을 확대해야 한다"며 "서유럽 국가는 인구의 10%가 기초생활수급자인데 우리나라는 200만 명이 채 안 된다. 더 관대해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여전히 복지급여 수급 등을 탐탁지 않게 보는 시선 또한 존재합니다. 이는 가난을 개인의 능력과 노력 부족 탓으로 볼 때 발생하는 것이죠. 하지만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르면, 복지급여 수급은 헌법이 보장하는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최소한으로 보장하는 것입니다. 수급자는 국가의 시혜를 받는 것이 아닌, 당연한 자신의 '권리'를 찾는 것이라고 볼 수 있죠. 따라서 이러한 복지는 최소한의 권리라는 인식 개선 또한 필요한 시점입니다.  


-소서 soseo.voic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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