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서 칼럼 Oct 22. 2023

살기 싫은데 <아내의 유혹> 다음편은 보고 싶어

"저는 불행한 누군가가 죽으려고 하다가 '이 드라마 내일 내용이 궁금해서 못 죽겠다'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그런 드라마를 쓰고 싶어요." 


여러 히트작을 집필한, 김순옥 작가가 한 말이다. 사람을 살리는 드라마를 쓰고 싶다는 작가의 말은 실현됐다. 내가 바로 김 작가의 작품 때문에 죽고 싶은 마음을 이겨낸 산 증인이기 때문이다. 


2008년이었다. 가정 불화는 극에 달한 시점이었다. 나는 당시 수험생이었는데, 수능을 역대급으로 망해 멘탈이 피폐해진 상태였다. 수능 시험에서 이전까지 한번도 받아보지 못한 등급을 받았다. 원래도 공부를 잘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평소보다도 못한 성적에 괴로웠다. 소위 인서울할 만한 성적도 아니었기에 너무나 심란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까지 심란해할 것인가 싶지만 그때의 나는 정말 죽고 싶었다. 소위 '지잡대'를 갈 성적이었는데, 잡대를 지원하자니 자존심이 상했다. 그렇다고 재수를 할 엄두도 나지 않았다. 이럴 거면 그냥 아예 놀걸, 어중간하게 공부한 내 자신이 너무 병신같이 느껴졌다. 


아침에 일어나면 하루가 너무 길었다. 그때 나를 살린 것은 <아내의 유혹>이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드라마가 시작되는 오후 시간만 생각하며 살았다. 그전에는 드라마 커뮤니티를 돌면서 다른 네티즌들과 향후 전개 떡밥에 대한 토크를 늘어놓았다. 그리고 드라마가 시작되면 아묻따로 집중해서 봤다. 그렇게 그 시간을 보냈다. 어떻게 보면 폐인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쨋든 그 시절 <아내의 유혹>이 없었다면 아마 지금 나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닐 수도. 수능 성적 비관으로 죽는 사람들도 실제로 많고, 나 역시 그렇게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도 했으니까. 그럼에도 죽지 못했던 것은, 웃기지만 <아내의 유혹> 뒷 얘기가 궁금했기 때문. 그래서 나는 김순옥 작가한테 너무 고맙다. 생을 저버리고 싶던 내가 삶을 버틸 수 있게 해줘서. 


작가의 이전글 고난 속에서도 고귀함을 잃지 않는 <소공녀> 세라처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