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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서 칼럼 Mar 05. 2024

'동백이'처럼 다정한 마음을 줄게

안녕하세요! 소서입니다 :)


이번 글은 현재 준비 중인 에세이 내용 일부입니다 :-) 

드라마로 인생의 지혜를 배웠던 제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그럼 시작합니다. 많관부! 




"글 X라 개판이네."


회사를 다니던 시절, 과장 살짝 보태서-몇몇 직장 상사들에게서 들었던 말이다. 나는 인터넷 매체 여러 군데를 전전하며 기사를 쓰는 일을 해왔는데, 글을 못 쓴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나는 자괴감이 들었다. 사람으로 태어나서 일인분은 해야 하는데, 그것도 못하는 것 같아서.


그러면서도 반감이 치솟았다. 지나 잘하면서 그딴 소리를 하던가- 같은 생각만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회사를 다니던 시절의 나는 화가 많았다. 분노는 쉽게 내려가질 않았다. 차가운 아메리카노를 있는 힘껏 들이켜야 겨우 내려갈까 말까였다. 그래서 나는 언제나 아이스 아메리카노만 마셨다. 눈이 펑펑 오는 한겨울에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아이스아메리카노만으로는 부족할 때가 있었다. 그때 내가 선택했던 게 글쓰기 클래스였다. 주로 소설과 드라마 등 창작과 합평 위주로 이뤄지는 수업이었다. 클래스에 참석한 이유는 직장에서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동시에 작가라는 또다른 꿈을 이루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더 끔찍한 순간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곳에서도 피드백을 가장한 비난을 하는 이들이 있어서였다. 물론 대부분은 예의가 있었지만 어디나 그렇듯 몇몇 사람들이 문제였다. 지금도 기억에 남는, 어이 없는 피드백도 있다. 드라마 수업에서 만났던 피부가 하얗고 얼굴이 긴 여자였는데, 내 글의 한 장면을 보고는 "회사 한 번도 안 다녀본 사람이 쓰신 것 같아요"라고 했다. 문제의 장면은 그저-회사에서 메신저로 동료 및 친구들과 수다를 떠는 부분이었다. 그 얘기를 듣는 순간, 내 회사 근무 경험까지 부정당하는 것 같아 기분이 나빴다. 그래서 나는 퉁명스럽게 답했다. "제가 다닌 회사는 저랬어요"라고.


가끔은 집에 가면서 울었다. 업무를 마치고 퇴근할 때도, 클래스를 마친 후에도 기분 나쁜 경험은 잊히지 않았다. 어쩌면 남이 보기에 별 거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는 말에도 기분이 몹시 상했다. 몸에 난 상처는 새 살이라도 돋건만, 내 마음의 상처는 겹겹이 쌓이기만 할 뿐이었다. 그래서 아주 살짝만 스쳐도 쓰라리고 아프기만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던 어느날,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서 나온 한 대사가 내 마음에 꽂혔다. 마치 누가 내 마음에 들어갔다 나온 것 같은 멘트였기 때문이다.


마음에는 굳은 살도 안 배기나? 맨날 맞아도 맨날 찌르르 해요.


극 중 동백(공효진)은 작은 시골 마을에 나타난 외지인이라는 설정이었다. 동백이는 마을 사람들의 시기 질투를 받으면서 힘들어하면서 "두부를 조각칼로 퍽퍽 떠내는 그런 느낌"이라고 푸념한다.


하지만 나를 놀라게 한 것은 동백이의 다음 말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냥 웬만하면 사람들한테 다정하고 싶어요. 다정은 공짜니까 그냥 서로 좀 친절해도 되잖아요."


맞다. 다정한 마음과 친절한 말투는 공짜. 하지만 쓰라린 상처가 있는 상황에서 다른 이에게 따스함을 전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특히나 동백이는 어릴 때 부모 없이 홀로 자란 데 이어, 커서는 남편 없이 혼자 몸으로 아이를 키우는 신세였다. 보통 사람이라면 이 상황에서 남에게 친절할 수 있을까. 욕이나 주고받지 않으면 다행인 상황 아닌가. 그런데도 동백이는 '다정함'을 말한다.


사람들의 차디찬 눈빛과 폭언에 온갖 상처를 받았음에도, 자신은 그들에게 사랑을 건네겠다고 다짐한 동백이, 그녀가 시간이 흐를수록 점차 행복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 아니었을까.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준 만큼 돌려받는 것, 그것이 세상의 이치니까.


마치 나그네의 외투를 벗긴 태양처럼- 사람들의 닫힌 마음의 문을 열고 세상 속에서 행복해졌던 동백이처럼, 사랑을 주고 끝내 사랑을 돌려받았던 동백이처럼, 나도 사람들에게 다정한 마음을 주겠노라고 감히 생각해본다. 이것은 역설적으로-피드백을 가장한 비난에 상처받았던 내가 한때 '누구도 상처받지 않는' 모임을 지향하며 글쓰기 모임을 열었던 이유이기도. 나는 여전히 동백이처럼 작은 지적에도 “맨날 찌르르해요”하는 처지이지만, 남에게 같은 상처를 주고 싶은 마음은 없으니까.


다른 이의 펜을 꺾게 할 권리는 그 누구에게도 없다. 쓰는 사람이 또 다른 글쓴이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그의 '글쓰는 마음'을 북돋아주는 것. 이를 위해 다정한 마음은 필수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함께 글쓰는 누군가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써내려가고 있다.




-'누구도 상처받지 않는' 시간을 지향하며 진행했던 글쓰기 모임 후기 


#동백꽃필무렵 #드라마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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