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수가없다, 정말...어쩔 수가 없다 (스포 있는 후기)
*스포 있습니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왜 이 작품이 그 제목을 가질 수밖에 없었는지 알게 된다. 제목이 단순한 문구를 넘어, 영화의 정서를 압축해 놓은 장치처럼 느껴졌다. "어쩔수가없다"는 주인공 만수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합리화하는 상징적인 멘트가 아닐까. 극 중 만수의 입으로도 흘러나오는 것도 인상적이다.
배우들의 연기는 그야말로 압도적이었다. 이병헌 연기는 말할 것도 없고 이성민과 염혜란, 이병헌 셋이 붙는 장면은 그야말로 감탄 그 자체. 손예진의 연기 변신도 빛났다.
내용 자체는 무겁고 심각한데도, 중간중간 튀어나오는 코믹한 대사와 배경음악 덕분에 피식 웃게 된다. 그러다 곧바로 다시 진지한 상황에 몰입하게 되니, 마치 우리네 인생 같다.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순간들.
겉으로만 보면 ‘이게 뭐지?’ 싶을 수 있다. 하지만 비유적으로 해석하면 이야기는 훨씬 풍부해진다.
주인공 만수가 죽인 각각의 남자들은 어쩌면, 그의 내면을 이루는, 또 다른 ‘나’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이를 테면- 부인에 대한 열등감과 의심을 품은 ‘나’는 범모(이성민)로, 딸에게 미안함을 가진 ‘나’는 시조(차승원)으로 구현된 게 아닐까. 그렇게 자기 안의 또 다른 '나'를 죽여 새로운 ‘나’로 다시 태어난 과정으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딸이 '처음으로' 첼로 연주를 끝까지 들려주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주인공이 끝내 '나'다운 모습을 되찾았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 같아서.
영화는 단순히 스토리로만 즐길 수도 있지만, 곱씹을수록 다양한 해석의 길이 열린다. 덕분에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 후에도 한참 동안 생각이 이어졌다. (인간소외, 시대변화에 따른 두려움 등의 감정에 대해서 생각해볼 만한 장면도 있었다)
그야말로 “정말… 어쩔 수 없다”는 한줄평이 딱 맞는 작품이었다.
어쩔수가없다, 보셨나요? 여러분의 후기도 궁금합니다!!
연출과 영상미도 좋았던 작품 ㅎㅎ 극장에서 보시길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