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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윗비타 Mar 04. 2022

그들은 약속한 날 비엔나에 갔을까?

많은 인연 중에 무엇이 내 것임을 알 수 있다면 내 삶은 달라질까?

많은 인연 중에 무엇이 내 것임을 알 수 있다면 지금 내 삶은 달라졌을까?


1996년 개봉되어 많은 영화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영화 <비포 선라이즈>의 후속편인 <비포 선셋>을 보았다. 얼마전 비포 시리즈의 최종편인 <비포 미드나잇>이 소개됐다.

나의 시간도 그들의 시간과 얼추 비슷하게 흘러갔기에, 영화 속 주인공들의 만남과 헤어짐이 내심 궁금해지곤 했었다.


‘그들은 약속한 날 비엔나에 갔을까?’


첫번째 에피소드에서 앳된 두 청춘은 비엔나에서의 짧은 사랑을 뒤로 남긴 채 6개월 뒤 같은 장소에서 만나기로 기약 없는 약속을 하고 헤어진다.

영화는 그렇게 각자 자기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장면으로 천천히 여운을 남기며 끝났다.


‘그들은 다시 만났을까?’라고 질문했다면 나는 ‘아니요’라고 대답했을 것이다. 여행지에서의 짧은 추억은 그 자체로 아름답게 간직하는게 좋다고 포장하면서 말이다. 어쩌면 6개월 뒤, 그 약속이 나 혼자만의 것이었음을 알게 될까 두려워하는 마음이 더 진심이었을지도 모른다. .


‘비포 선셋’을 보며 두 사람이 다시 만나는 장면에서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아마도 그들의 재회는 없을 것이라고 확신했던 내 오판이 미안 해서가 아닐까?



살아가며 만나고 헤어지는 순간이 언제인지 알 수 없기에, 하고 싶은 말들은 끝내 뒤로 미루다가 못하고 만다.


영화 속 두 주인공의 만남을 예측하는 데 실패하듯, 삶 속에 연결되어 있는 다양한 인연들의 시작과 끝을 예측하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에, 자주 하고 싶은 말들을 끝내 뒤로 미루고 후회하기를 반복하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나면, 살아 계셨을 때 왜 사랑한다, 감사하다고 말 하지 못했을까 후회를 하며 술 잔을 기울인다.

눈 깜짝 할 사이에 커버린 아이와 좀 더 놀아주지 못한 것도 후회하며, 소원이 있다면 하루만이라도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고 종종 말한다.


영화에서 남자 주인공 ‘제시’는 성공한 작가가 되어 유럽으로 출판회를 갔다가 마지막 장소인 파리의 한 서점에서 ‘셀린느’와 재회한다. 여기서도 시간은 제한되어있다. 인생의 두번째 기회가 찾아왔는데 역시나 선택의 기로에 있는 것이다. 결혼 식 직전 까지도 셀린느를 생각했었지만, 연락처도 없고 이미 아이까지 생긴 시점이다. 누구나 인생에서 한번쯤은 ‘현실과의 타협’과 ‘불확실한 미래의 꿈 이라는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현실을 선택한다. 노래 가사에도 있듯이 ‘지나간 일은 지나 간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라고 하며 머뭇거리는 자신에게 가던 길 그냥 가라고 말하는 것이다.


영화에서 셀린느는 제시에게 약속장소에 나왔었냐고 묻는다. 자신은 할머니의 장례식 때문에 못 나왔지만 제시는 어땠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처음엔 제시도 안 나왔으니 서로 미안해 하지 말자고 했으나, 제시는 약속대로 비엔나에 왔었다.

미안해 하면서도 은근 좋아하는 여인의 마음을 이해 한다면 너무 이기적인가?

남자의 사랑을 확신 하고야 나서 본심을 말하려 하는 여자들의 마음이다.

얼마 안 남은 시간 동안 두 사람은 많은 이야기를 한다. 하루라는 시간의 특이성으로 두 배우는 같은 옷을 입고, 끊임없이 걸으며 이야기를 한다.


시간은 흘러 공항에 가야하지만 제시는 그녀의 집까지 바래다 주고 가겠다고 마지막 몇 분을 더 연장시킨다. 소파에 앉아 사랑스럽게 노래하는 셀린느를 바라보는 제시의 눈빛이 환하게 빛나며 영화가 끝이 난다.


왠지 그들은 계속 같이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글 시작에서 질문했던 '인생에서 만약 시간 여행자가 되어 수많은 인연들 중 진짜를 찾아낼 수 있다면 삶에 큰 변화가 생겼을까?'에 대한 답을 영화를 보면서 찾아가고 있었다


영화에서 두 주인공은 9년동안 각자의 삶을 살다가 재회했다.

그들은 과거의 시간을 말하고 있지만 현재 진행형이다. 인연은 두 사람을 같은 장소로 이끌고 지난 시간을 설명하며 미래를 보여 주었다.


그들의 결말이 궁금해 끝내 비포 시리즈의 마지막 편인 <비포 미드나잇>까지 내처 봤다. 두 사람은 결혼하고, 쌍둥이의 부모가 되었다. 얼굴도 몸매도 예전의 그들이 아니었다. 그들은 과거의 선택에 만족할까?

영화의 말미에서 말다툼 끝에 화가 난 셀린느에게 제시가 말한다.

“나는 미래에서 온 시간여행자 인데, 지금 당신 앞에 앉아 있는 남자와 80살에도 잘 살고 있으니 지금의 선택이 옳다”고 말한다.


현재의 시간은 이어져 미래가 된다. 선택의 순간은 계속 주어진다.

지금 당신은 최선의 선택을 하고 있다고 힘주어 말하고 싶다. 오늘의 작은 순간의 선택들이 모여 내가 가장 살고 싶은 우주를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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