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이의 집에 들어선 친구들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 오늘 생일 파티가 있는 소원이의 집은 엉망진창이었다. 여기저기 쓰레기는 널브러져 있고, 구릿 한 악취도 풍겼다. 작은 테이블 위에 차려진 생일상은 더없이 초라했는데, 누가 먹다 남은 듯한 케이크와 함께 과자 봉지 몇 개가 올려져 있는 것이 전부였다. 집안은 바깥보다 더 더웠는데, 집에 에어컨은 보이지 않았다.
생일 파티를 멋지게 준비해 주기로 약속했던, 소원이의 부모는 대충 생일상을 차려 주고는 아이의 친구들이 오기 전에 서둘러 집을 떠났다. 생일상도 차려주고 선물도 사주라며, 아이의 외할머니가 보내준 돈은 두 사람이 놀고 마시는데 모두 쓰였다.
케이크를 나눠 먹은 아이들은 배가 아팠지만, 화장실이 너무 더러워서 사용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물도 잘 나오지 않았다. 집 온도도 너무 높아서 쓰러지는 아이도 있었다. 아이들은 자기 부모에게 생일 파티가 이상하다고 스마트폰으로 문자를 보냈다. 놀란 부모들은 소원이의 부모에게 항의 전화를 했다.
항의받은 그들이 내놓은 대책은 TV 시청이었다. TV를 볼 수 있게 해 주어, 아이들이 즐겁게 놀게 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TV 시청은 저녁부터 가능하므로 그때까지는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결국, 견디지 못한 친구 몇 명은 먼저 집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화가 난 부모가 직접 아이를 데리러 오기도 했다. 생일 파티가 끝나려면 아직 몇 시간이 남아있었기에, 힘들지만 자리를 지켜주는 친구들도 있었다.
싱거운 TV 시청을 마치자, 생일 파티는 끝났고 모든 친구가 떠났다.
이 생일 파티에 대한 소식은 동네에 퍼져서, 소원이는 두 번 다시 생일 파티를 열 수 없게 되었다. 화가 난 외할머니가 쫓아와 소원이 부모를 몽둥이로 두들겨 팼다. 심하게 맞은 두 사람은 두 번 다시 밖으로 싸돌아 다니지 못하게 되었고, 소원이 눈치를 보며 죄인처럼 살아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