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이렇게 오랜 시간 집에서 지낸 적이 있을까? 여느 때 같았으면 11월부터 송년회라는 명목으로 일주일에 몇 번씩 갖던 술자리가, 코로나19의 공포에 휩싸인 올해는 말도 못 꺼낼 일이 되었다. 아무 일 없는 겨울밤은 더 길게 느껴진다.
올해부터 취미로 작곡을 시작했다. 직장인, 가장으로서의 일과가 끝난 여가 시간에 조금씩 작업을 해서 '닥터 썬셋'이라는 예명으로 음원을 발표하고 있다. 올해 열 두 곡을 발매했고, 그중에는 아이들과 함께 만든 동요도 몇 곡 있어서 가족이 애청자이자 파트너로 함께 즐기는 취미가 되었다. 발라드부터 트로트까지 여러 장르의 음악을 만들어 보고 있는데, 12월 초의 어느 날 아내가 한 가지 제안을 했다.
"크리스마스 캐럴 만들어 보면 어때?"
매년 이 시기가 되면 듣게 되는 특정의 몇 곡이 바로 '캐럴'이라는 느낌이 강해서인지, 그런 음악을 직접 만든다는 것이 금방 감이 오질 않았다.
"한 번 해볼까? '울면 안 돼' 오마쥬 해보면 재미있을 것 같네."
그렇게 나의 첫 캐럴을 만들기 시작했다.
취미로 만든 캐럴이 발매된다
장르의 특성이 강한 곡을 만들어 보니 쉬우면서도 어려운 면이 있었다. 캐럴은 이런 것이라는 느낌이 있어서 악기를 고르고 멜로디를 구성하는 것은 다른 곡에 비해 쉬운 편이었다. 하지만, 마찬가지 이유로, 다른 곡에서도 쓰인 악기와 멜로디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독창적인 음악으로 만드는 것에 상당히 애를 먹었다.
작곡을 하면서 절대로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가 '표절'이다. 작곡은 원래 창의적인 과정이지만, 결과물이 법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더 창의적이어야 한다. 세상에 완벽하게 새로운 것은 없으니 "들어 본 것 같은데"라는 말은 들을 수 있지만, "너무 똑같은데"라는 말만큼은 스스로도 용납할 수 없다. '울면 안 돼'를 오마쥬 해서 만든 흔적을 남기고자 원곡의 멜로디 일부를 사용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너무 똑같다'라고 해도 좋다.
12월 24일 발매 예정인 캐럴 '크리스마스처럼'
'집콕'하는 긴 겨울밤 중 닷새 동안 작업을 했다. 가족들에게 결과물을 들려주고 좋다는 반응을 확인한 후 음원 발매를 진행했고, 크리스마스이브인 12월 24일로 국내의 모든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한 음원 공개 일자가 정해졌다. 거리에 크리스마스 캐럴이 11월부터 울려 퍼지는 분위기를 감안해서 음원은 유튜브를 통해 선공개했다.
유튜브 채널에서 음원을 선공개했다.
올해는 처음으로 경험하는 일이 너무 많다. 코로나19라는 한 가지로 시작된 재택근무, 랜선 회식, 아이들의 온라인 수업... 크리스마스이브에 선물처럼 발매되는 나의 첫 캐럴 음악도 다시는 경험하지 못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