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터들이 자주 털어놓는 고민중에 하나가 ‘아무리 마케팅을 해도 원하는 고객층을 끌어모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고객 확보를 못 하는 것이 최악은 아닙니다. 자칫 마케팅을 잘못하면 고객이 아니라 회사와 브랜드의 안티팬이 생기기도 합니다. 그래서 마케팅은 하는 것에 방점이 찍히기 보다 잘 하는 것에 방점이 찍히는 행위입니다.
최근 진행된 국내외 마케팅 사례 중 좋았고, 이상했고, 나빴던 사례를 모아서 소개합니다. 관련 제보는 언제나 환영입니다.
GOOD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소규모 가이드팀 ‘바르세로나 플랜비'(이하 플랜비)가 바르세로나 주요 명소를 구글맵으로 공유했다. 다섯 명의 팀원으로 구성된 플랜비는, 천재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의 건축물을 소개하는 ‘가우디 투어’를 비롯해 숨겨진 지역 명소를 소개하는 ‘골목 투어’를 운영하고 있다.
플랜비의 구글맵을 들여다 보고 있으면, 어느새 바르셀로나 한복판에서 가우디 성당을 올려다보는 자신을 상상하게 된다. 지도에는 여행자 안내소, 명소, 대중교통, 식당, 주점, 쇼핑 장소 등이 분류되어 빼곡히 표시되어 있다. 이 구글맵은 플랜비 뿐 아니라 바르셀로나라는 도시 자체에 대한 흥미를 높여준다. 어떤 배너 광고보다 효과적이다.
GOOD & WEIRD
2011년 대지진이 일어났던 일본 동북 지방에 속해 있는미야기(宮城)현은 수도권에서 떨어져 있고 매체에 자주 등장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국내 인지도는 낮은 편이다. 적어도 ‘오세요 미야기’ 계정이 등장하기 전 까지는 그랬다. 이 계정은 작년 말 기척 없이 나타나서 ‘미야기에 오세요’라는 말만 로봇처럼 반복했음에도 올해 초 팔로워를 3천 명 이상 모으며 인기를 끌고있다.
기업 소셜네트워크 및 마케팅 담장자는 이 계정의 기이한 플레이를 보며 허탈감을 느낄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이 계정이 바이럴에 성공한 원인을 명료하게 정리해서 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냥 무조건 ‘미야기에 오라’고 하는데 이유가 ‘저 때문에’, ‘세계 유산은 없지만’ 등이다. 이 전략은 본 계정인 ‘오이데요 미야기(おいでよ宮城)’의 패턴을 그대로 옮겨온 것인데, 엠빅뉴스와의 인터뷰에 따르면 두 계정은 미야기 관광청 소속의 직원이 취미로 운영하는 것이라고 한다. 미야기 계정이 인기를 얻으면서 ‘오세요 대학원'(지금은 사라짐), ‘오세요 안남시‘ 등의 패러디 계정도 생겼다. 미야기현은 이 계정 하나로 특별한 투자 없이 바다 건너 한국에까지 이름을 알렸다. 아쉬운 것은 ‘전략이 없는 게 전략’이어서 벤치마킹하기 어렵다는 점.
GOOD
‘발뮤다 더 토스터 후기’는 얼마 전까지 소셜네트워크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후기를 쓴 블로거는 발뮤다 토스트기를 세 대나 가지고 있는데, 스크롤을 한참 내려야 할 만큼 세세하게 리뷰를 진행했다. 제품 사양은 물론, 개봉기, 본인이 제품을 활용해 만들어 본 30개가 넘는 토스트 후기, 동영상 시연, 정식 카탈로그보다 멋진 사진까지 수입 유통사 입장에서는 더할 나위 없는 콘텐츠를 담고있다. 심지어 자신의 블로그 친구로부터 받은 질문을 모아 Q&A 목록까지 만들었다. 해당 리뷰를 읽다보면 30만 원이 결코 아깝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참고로, 해당 블로거는 토스터기 판매자이기도 했다.
BAD & WEIRD
국내 색조 전문 브랜드 플레이베이직(Playbasic)이 운영하는 페이스북 계정 톡톡(TokTok)에 2월 초 한 영상이 올라왔다. 두 남녀가 주차장에서 다툼을 벌이고 있는데, 남자가 손찌검하는 것을 말리려 하자 여자가 ‘왜 방해를 하느냐’, ‘오빠 더 때려줘, 빨리~’라고 말하는 내용이었다. 남녀 간 데이트 폭력 사건을 연상하게 하는 이 상황극은 ‘밀크싸다구 클렌저’라는 자사 제품을 홍보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클렌저의 특징을 부각하기 위해 왜 굳이 이러한 콘티를 짜야만 했었는 지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심지어 저 클렌저의 잠재 고객은 90%가 여성일 텐데.
영상의 내용이 공론화되고, 문의가 빗발치자 플레이베이직 측은 지난 3일 ‘여성 데이트 폭력을 미화하는 듯한 홍보 영상을 올려 죄송하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올렸다. 그런데 이 사과문 속에서도 ‘불편함을 느낀 일부 여성 커뮤니티 회원’이라고 사과의 대상을 지칭해 재차 논란이 되었다. 일주일 째 페이스북 댓글을 통해 해명을 하고는 있지만 위기 대응 방식과 태도 모두 서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