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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떠수니 Jul 23. 2020

자연놀이는 어떻게 잘할 수 있을까요?

"자연에서 어떻게 잘 놀 수 있을까요?"

<떠수니가 말하는 찐 자연놀이> 모임에 참여한 분들에게 가장 많이 받은 질문입니다.

그럼 저는 다음과 같이 시작을 해봅니다.

"글은 어떻게 잘 쓸까요?"

"영어는 어떻게 즐길까요? "

책을 오랫동안 즐겼던 아이가 글을 잘 쓸 확률이 높듯, 어릴 적부터 영어 그림책을 차고 넘치게 보고 들었던 아이들이 영어를 잘할 가능성이 크듯, 자연놀이도 기본이 탄탄할 경우에만 창의성이라는 열매를 맺습니다. 자연에서 노출된 시간이 절대적으로 많아야 합니다. 직접 만지고 두 발로 땅을 딛으며 뛰어다닌 시간이 차곡차곡 쌓여서 진짜 놀이로 발전이 되는 법이지요. (진짜 놀이가 무엇인가에 대해선 다른 회차에서 다뤄볼게요.)


그렇다면 숲 놀이를 일찍부터 시켜야 하는지 그 필요성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숲 활동을 진행하는 교육기관에 보내면 나을까요? 실제로 숲 놀이가 어린이 교육에 필수 요소처럼 부상했어요. 일반 유치원 교육 과정에 숲 놀이를 추가하는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이 늘었고, 기본 교육과정에 고구마 수학 체험이라도 꼭 들어가지요. 모래놀이터 하나 찾기 힘든 요즘 시대에 어찌 보면 참으로 고마운 움직임입니다. 숲 놀이를 중요시하는 유치원에 보내면 자연과 자연물과 가까워는 건 사실이니깐요. 자연이라는 환경에 노출되는 기회를 준다는 것 자체가 고무적인 일입니다.


다만 숲 유치원을 보내거나 주말이라도 숲 체험을 경험시키려는 마음가짐을 확인해야 합니다. 자연놀이가 진심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해서인지, 아니면 어떤 의무감에서인지 말입니다. 학습적으로 아이를 키우려니 부모 입장에서도 살짝 찔리는 마음도 있을 겁니다. 부모가 채워주지 못하는 시간을 대신 채워줄 수 있다는 기대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주말엔 숲 체험 프로그램이라도 예약해서 방문하지요.


그에 앞서 저는 부모님들께 자연놀이에 앞서 가장 중요한 미션을 드리고 싶습니다. 아이를 내려놓기입니다. 그리고 기다리기입니다.

"주말에 쉬고 싶은 남편을 겨우 설득해서 숲에 데려갔더니 아이가 흙조차 만지기 싫다고 하네요."

부모 마음대로 되는 일은 생각보다 많지 않는 법이지요. 흙부터 만지는 아이들이 자연놀이를 수월하게 시작할 수 있지만 어떤 아이들은 안 만질 수 있어요.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 자체가 어쩌면 자연놀이의 시작입니다.  아이마다 성향이 다르기 때문이죠.


영유아 대상으로 진행되는 문화센터 수업에서 모래든 물감이든 무엇인가를 손가락에 닿는 자체를 거부하던 아가들을 본 적이 있어요. 그런데 1~2년만 지나면 촉각에 예민한 구석도 사라진 모습을 봅니다. 초등학교 입학해서 한글 읽기가 어색하던 아이들도 고학년에 이르면 다른 친구와 차이가 없죠. 언젠가는 해낼 일입니다. 자연놀이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모만 기다리면 아이가 어떤 놀이든 스스로 즐겁게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스스로'라는 표현에 중점을 둡니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상상하지도 하지 못할 만큼 자기 스스로 해내는 힘이 있거든요.


되도록이면 발도르프 교육을 실천하고 있는 저는 여섯 살짜리 아이를 두고 학습적인 활동엔 주력하고 있지 않습니다. 대신 아이에게 더 생기 가득찬 존재를 공감하도록 이끌어왔습니다. 어느 순간 아이는 말이 아니더라도 그림으로 무엇인가를 표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기까지 저와 아이의 과정이 아름다웠기에 단 한 번도 아쉽지 않은 순간은 없었습니다.


아이들은 세상을 자연에서 마음껏 뛰어놀고 무엇인가를 만지며 배우기 때문입니다. 사람과 세상과 어우러지는 사람이 되려면 자연과 가까운 사람부터 되면 좋겠습니다. (이에 대한 이론적 근거들은 다음번에 다루겠습니다.) 또 자연에서 아이를 놓아주지 않으면 어느 공간에서 아이를 마음 놓고 바라만 보고 있을까요? 그래서 더더욱 자연을 자주 찾아 아이 스스로 실컷 놀게끔 판을 깔아줘야 합니다.


자, 오늘부터 자연놀이 수업을 신청하기 전에 부모들이 아이에게 얼마나 많은 관여를 했는지 점검해야 합니다. 부모 자신이 객관적으로 판단해봅시다. 관심과 개입 사이에서 자신은 어떤 쪽이었는지, 아이가 느리게 걸으면 느리게 걸은 적이 있는지 빠르게 걸을 때 빠르게 뒤쫓아 간 적은 있는지 기억을 되돌려 보세요. 자연놀이는 분명 부모가 얼마나 놓아주느냐에 따라 진짜와 가짜 놀이로 판가름되지요. 진짜 놀이란 아이가 놀고 싶을 때 생각이 있을 때 마음에 여유가 있을 때 즐겁고 행복할 때 이뤄지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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