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7주기를 맞이하며
오지랖 아줌마가 되었다.
두 아이 등하원 셔틀을 돌면서 다른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연락한 적이 많다. 버스에 아이들이 제대로 앉아 있지 않거나 안전벨트를 하지 않거나 차량이 신호위반을 하고 달려가면 바로 해당 원에 해당 전화를 건다. 맨 뒷좌석에서 트램펄린을 타듯 뛰게 내버려두는 곳도 있었다. 'Five little monkeys jumping on the bed' 영어 노래를 그대로 연상시킨 유치원 아이들은 내가 전화한 다음 날부터 바르게 앉아 있다.
어떤 남자아이는 2년 동안 챙겨 보는 중이다. 할머니 혼자 손주 둘을 데리고 등원시키시는데 어린 둘째를 챙기느라 큰 아이 혼자 골목길을 앞서 걸어 나올 때가 많다. 등원 차량이 먼저 도착했을 땐 남자아이는 다른 차들을 전혀 못 보고 맞은편 도로로 무작정 달려든다. 그럴 때는 내 숨도 멈춘다. 그 아이 원에 서너 번 전화하고 나서야 할머니가 큰 손주 손도 잡고 길을 건너신다.
어떤 어린이집 현관 바로 앞에 횡단보도가 있다. 어떤 학부모들이 자기 아이를 바로 들여보내기 위해 횡단보도에 차를 댄다. 덤프트럭도 수시로 다니는 좁은 도로다. 지나가는 차들은 주차한 차 때문에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지 못한 채 종종걸음 수준으로 지나간다. 주차장을 코 옆에 두고 횡단보도에 주차된 차를 보면 또 휴대폰을 든다. 가정통신문에 그렇게 안내해도 지키지 않은 부모가 있다고 선생님도 답답해하신다. 그 횡단보도는 대공사 일환으로 없어진 상태다.
바다에 가면 엄마 따라 쓰레기를 줍는 아이들에게 모래놀이 시간을 줄인 건 아닌가 가끔 미안하기도 하지만 세상에 중요한 건 나만 잘 산다고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이 망가져서도 안 되지만 어떤 아이도 다쳐서도 안 된다는 생각 또한 강해졌다. 숲놀이를 하려면 모래놀이를 하려면 유리조각부터 없어야 한다.
’남에게 피해 안 주고 내 길만 잘 걸으면 나라도 잘 돌아간다 ‘라며 살았던 어렸던 나. 이렇게라도 반성하고 지낸다. 내 능력으로 제일 잘 할 수 있는 것부터 해본다. 아이 한 명이라도 지켜낼 수 있기를 어른다운 사람으로 내가 성장해가길 매일 기도한다. 중고생들이 찻길에서 폰만 보고 걷고 있으면 오늘도 경상도 아줌마 말투로 다가가 말해줄 거다. "야야!! 아그들아~" 하면서~
뮤지컬 배우 박은태님이 부른 '내 영혼 바람 되어′를 들으며 이 땅의 모든 사람에게 슬픈 일이 없기를 기도하고 또 기도한다. 오늘 하필 비가 내린다.
#세월호7주기
#잊지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