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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지웅 Apr 01. 2023

정치인 아니구요, 정당 활동가입니다.

시민에게 정당을 돌려주는 방법에 대하여

많은 사람들은 정당에서 활동하는 2030 세대를 두고 “청년 정치인”으로 규정합니다. 하지만, 저는 ‘청년 정치인’이라는 표현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시민단체에서 ‘활동가’로 일했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제가 정당 내에서 하는 활동들이 ‘정치인’으로 규정될 활동인지에 대한 의문이 들기 때문입니다. 궁극적으로는 지금의 정당 시스템이 과연 “시민들을 정치로 이끌어낼 수 있는 시스템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무매력 정당, 새로운 사회 주체 세력은 누구?

민주화 이후 지금까지 정당은 인물을 중심으로 뭉쳤습니다. 정당의 승리가 아니라, 인물의 승리가 목표였던 것이지요. 시대정신을 지닌 스타 정치인의 발굴에 성공한 정당이 승리했고, 그것이 아니라면 서로를 헐뜯으며 덜 망가진 정당이 승리했습니다.


그렇기에 정당은 다양한 계층의 지지를 받고자 했지만, 동시에 다양한 계층을 대변하지 못한다는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영역별로 분화되어 각 부문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지만, 정작 삶의 여러 복합적인 문제에는 무관심했다는 게 맞겠습니다. 더 이상 시민에게 정당은 매력이 없습니다.


그래서 정당이 더 이상 사회 주도 세력이 아니라는 주장들 또한 많습니다. 그렇다면 누가 사회 주도 세력이 될 수 있을까요? 정당에서 활동하지만, 항상 고민하는 주제입니다. 새로운 사회 주도 세력은 어디인지, 그들은 어떻게 새로운 사회를 만들 것인지, 그래서 내가 하는 일은 무엇이며, 무슨 비전과 역량이 있는 것인가? 결국 자기반성의 연속입니다.

결국은 지역 민주주의!

고양시에는 3개의 구, 4개의 선거구가 있습니다. 저는 일산서구에 거주하고, 더불어민주당 고양시(정) 지역위원회의 대학생위원장입니다.


지역에서 대학생위원회 모임도 구성하고, <청년 리더십 아카데미>라는 이름의 강연회도 준비했어요. 사실 이 모든 과정을 통해 강조하고픈 것은 공론장입니다. 선거의 승리를 위한 조직화가 되어야만 정당 활동이고, 조직세가 실적이 되어 인정받는 정당 문화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물론 정당의 핵심 가치는 선거의 승리이며 권력 투쟁이지만, 그것을 위해 자유로운 시민 개개인의 다양한 목소리를 정당 가치에 끼워 맞출 필요는 없습니다.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고자 할 때, 시민들은 자연스럽게 조직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선거제도, 정치제도를 변화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있습니다. 광장과 제도를 아무리 바꾼다 한들, 시민 개개인이 일상, 지역의 관계에서 상호작용하는 수준이 달라지지 않는 한 효용이 있을 것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광장에 참여하는 것은 쉬울지 몰라도, 지역에서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결국 정당 활동가는 지역의 주민들, 당원들이 정치적 주체로서 다양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환경을 어떻게 조성해야 하는지가 첫 번째 고민이어야 합니다.


개인과 사회의 접점을 만들어나가자.

우리 정당은 매번 개인과 국가를 마주하게 만듭니다. 개인과 가족, 개인과 지역, 개인과 회사 등 중간 단계에 대한 논의가 전혀 없습니다. 현수막만 보더라도, 일본 또는 이재명 대표 등 중앙 이슈에 대한 문제 말고는 다른 내용의 현수막을 본 기억이 거의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의 주민들은 선거 참여를 제외하면 민주주의에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자율적인 판단과 결정에 따른 사회 변화를 직접 만들어내고, 사회적 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경험이 없는데, 어떻게 민주주의를 사랑하고, 정치에 관심을 가질까요? 일상의 사소한 부분이라 하더라도, 사회 변화의 가치를 부여해야 민주주의를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정당은 그 판을 깔아주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우리는 개인의 경험 속에서 민주주의를 경험합니다. 친구들과의 관계, 가족과의 관계, 지인과의 관계에서 서로의 의견에 경청하고, 때론 갈등하고, 다시 화해하는 그 모든 과정이 사실은 민주주의의 일부입니다. 그런 경험이 사회와 연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사회 변화에 대한 결정권을 가져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민주주의를 실질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정치에 대한 본능적 거부감이 있습니다. 정당 조직 내에서 일반 당원이 사회 문제에 참여하고 관여하며, 그 과정에서 변화했음을 느끼게 해주어야 합니다. 그것이 조직입니다.



어차피 우리는 생활인이면서 활동가다.

정당에서 직업인으로서 활동하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당직자, 보좌진, 선출직을 제외하면, 되려 당비를 내가며 활동하는 사람들입니다. 일반적인 정당 활동가는 직업인으로서 생활하며 동시에 정당 활동을 하게 됩니다. 시민사회 활동가와는 근본적인 차이가 존재하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정당 활동가는 자신의 삶 속에서 어떤 운동이 자신의 삶과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70대도 정당 활동가가 될 수 있고, 10대도 정당 활동가가 될 수 있습니다. 죽기 직전까지 사회 변화와 생활양식의 변화를 희망한다면 정당 활동가가 될 수 있는 것이죠. 아마 다른 사람과의 관계 형성이 지겨워지는 시점이 정당 활동가로서의 퇴장 시기일 겁니다.


아직까지 정당 활동에 대한 개념 정립이 완벽하진 않습니다. 우리 사회를 이끌어가는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지만, 정기 선거와 스타 정치인에 기대어 성장했기에 시민이 참여하는 정당 시스템으로서의 역량은 많이 부족합니다. 그렇기에 아직 우리 정당은 국회 중심으로 돌아가고, 지방의회는 국회의 하위조직으로서 존재합니다. 시민조차도 주민 참여 조직보다는 국회의원 또는 스타 정치인의 팬덤으로서 활동을 시작한 후 지역으로 내려오는 모양새들이고요.


그런 의미에서, 정당 활동은 일상생활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원동력이면서도, 일상생활을 쉬어갈 수 있는 힐링의 현장이어야 하기도 합니다. 생활권이 같은 동네 친구들과 하나의 목표를 형성해 가는 과정으로서 존재한다면, 그 지역 내에서 정당은 시민과 연대하는 조직으로서 폭넓은 그릇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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