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저 깊은 아래 속 사라지지 않고 아프게 머물러 있는 말을 꼽으라면 이 문장을 택하겠다.
때는 2015년, 스물넷. 일 년여 만나왔던 6살 많은 애인이 나에게 했던 말이었다. 인테리어 일을 하던 시절, FM대로 일을 처리하던 대기업 현장이라 다른 현장에 비하면 빡세기로 소문난 곳이었다. 6시 기상, 7시 30분 출근, 퇴근은 매번 10시 넘어서. 현장 반장님들을 다루기도 어려웠던 나이와 능력치였기에 4개월 남짓 일을 해오던 내내 울었던 기억밖에 나지 않는다.
나름대로 책임감을 가지며 열심히 일하고 있었지만, 당최 이 일을 하며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 푸념하듯이 그에게 ‘어떤 모양으로, 어떻게 살고 싶어?’라고 물어봤던 때 돌아왔던 대답이었다. 어찌 보면 그가 나에게 할 수 있는 말이라곤 그것밖에 없었을지도 모른다.
당시에는 정말 상처가 되는 문장이었지만, 돌이켜보면 저 말을 듣지 않았더라면 과감하게 그 업을 그만둘 수 있었을까?
그 대답이 나에게 돌아와 꽂히던 날. 나는 진정 무엇을 하며 살아가고 싶은 사람인 것인지,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내가 왜 인테리어를 시작하게 되었는지, 내가 왜 미대에 진학하게 되었는지, 그림은 왜 그리게 되었는지 찬찬히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림 그리는 것이 좋아 미대에 진학했고, 학과를 선택하려다 보니 단순히 인테리어가 업의 수명이 긴 것 같아 선택했던 것이었는데, 아- 목표 설정이 잘못되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퇴사를 하고 다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연필을 잡았고, 색연필을 잡았고, 붓을 쥐면서 그림쟁이의 삶으로 살아가기로 다짐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자그마한 그림 전시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고, 감사하게도 차근차근 잘 연결이 되어 2017년도에는 개인전을, 2018년도에는 개인 작업실을 오픈하게 되면서 지금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일, 잘할 수 있는 일들을 명확히 알고, 내 업을 더 발전시켜 나가는데 에너지 쏟는 삶. 오전에는 출퇴근을 하며 학원 강사로, 오후에는 외부강의를 나가거나 작업실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저녁은 개인 작업을 하며 하루하루를 충만히 살아가고 있다. 틈틈이 하늘을 보며, 일상을 돌아보며 자연의 변화를 잡아내려 하고 그날의 아름다움을 사진으로, 그림으로, 글로 꼭 남기려고 한다. 뭐 어찌 보면 평범할 수 있는 삶이겠지만 말이다.
6년 전 ‘너처럼은 살고 싶지 않아’라는 말을 들었던 나는, 요즘 지인들에게 이런 말을 듣는다.
‘인생은 김기랑처럼 살아야 한다.’
늘 나를 성장으로 이끈 것들은 나에게 상처가 되었던 문장들이었다. 그들은 왜 이런 말을 내뱉었을까, 나는 왜 그 말들에 발끈하고 상처 받은 것일까, 그럼 나는 그다음 스탭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그들의 말을 뒤로 넘겨두고 현재의 내 삶에 집중하며 살아갈 수도 있을 것이고, 수용할 건 수용하며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도 있겠지. 어쨌거나 저쨌거나 상처를 받고 받지 않고는 본인의 의지이다.
뭐든 받아들이기 나름.
지금의 내가, 6년 전의 나에게 한마디 한다면 무슨 말을 건네줄 수 있을까?
그 때로 돌아가면, 느지막이 질문 하나를 던져 보겠다.
"어떤 삶을 살아가고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