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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Ic Mar 30. 2022

Earsonics CORSA로 슈만을 듣다 넋이 나가다

사운드디자이너의 이어폰 이야기는 프랑스의 Earsonics CORSA

이번 리뷰는 STARK와 BLADE로 알려진 프랑스의 Earsonics사 CORSA이다. 


양질의 재생 특성을 위해 3개의 BA 드라이버들 간의 포지션 그리고 챔버를 이루는 재질로서 아연과 마그네슘 합금을 사용한 부분이 있다. 바로 Earsonics CORSA의 사운드 실력을 정리해 본다. Earsonics CORSA로 음악을 들으면 이 제품이 주로 어필하는 음역대를 단번에 알게 되는데, 바로 고음역대이다. Earsonics CORSA의 중고역대와 초고역대의 특징을 나누어 이야기해보자면, 중고역대가 매우 힘과 자신감이 넘치고, 선율들의 두께가 결코 얇지 않다. 그리고 귀부실 정도로 고음역이 카랑카랑 & 찰랑찰랑한데... (우리가 흔히 거슬리곤 하는) 고음부의 치찰음을 갖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이 중고역대의 선율들은 강한 직진성을 가지고 미사일처럼 파워풀하게 날아오지만, 그 안에 찢어지는 공격력이 빠져있다는 것이다. 흥미롭다. 게다가 특이한 것은 초고역대이다. 초고역대의 울림이 몽롱한데도 선명하게 울리며, 사라지지 않고 계속 존재한다는 것이다. 어디론가 증발해 사라져야 할 울림들이 영롱하게 소리 맺혀 모든 선율들 위에 둥둥 떠 있다. 이 초고역대의 울림이 고음역대의 귀부심을 만드는 요인이고, 볼륨을 낮춰야 하는 이유가 된다. 하지만 치찰음의 날카로움과는 다른 그야말로 귀부심이다. 궁금하시다면 꼭 청취해보시기를 바란다. 



고음역대의 표현력은 자신감의 충만을 기본으로 매우 다채롭고 가벼운 움직임을 띤다. 고음역대가 저음역대만큼 힘 넘치고 양감 있게 날아 들어오는 모습은 정말 오랜만에 듣는 듯하다. 사실 이 고음역대의 파워와 양감으로 인해 저음역이 밀리는 게 사실이다. 그리고 초고역대의 울림 덕분에 화려함 속에 가득한 따듯함이 존재한다. 물론 이러한 고음역대에게 있어서 훌륭한 서포트는 따르기 마련인데 바로 Earsonics CORSA의 중음역대가 그러한 역할을 잘 해내고 있다. 고음역대가 너무 분리되어 떠있지 않도록 전체적인 밸런스를 갖추면서, 온기감 있는 음악을 만드는데 함께 한다. 그리고 저음역대가 가지는 역할로서 곡에 대한 무게감을 리밸런싱 하는 일도 한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자리에서 선율들이 각각 생기 있게 존재하도록 이끌어낸다. 오히려 저음보다 더욱 선명한 선율들이 있어서 인지  저음처럼 들리는 무게 있는 중음역대의 선율들이 안정감 있게 다가온다. 이러한 중음역대의 중심적 특성이 곡 전체의 균형을 잘 잡아주고 있다. 



Earsonics CORSA에서 저음역대를 분리해서 이야기하자면, 저음의 양감도 좋고, percussion의 탄력성과 타격감도 잘 갖추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저음역대임에도 불구하고 고음역대의 강력함에 밀리는 것이 느껴진다. 극저음역대의 깊이가 그리 깊지 않으며, 무게감도 덜 하다. 저음부의 사운드가 전반적으로 퍼져 있어서 저음 선율의 움직임이 선명하지 않다. 탄력 없이 몸만 키운 저음일까 싶어 몇 번을 반복하여 저음역대만을 중점적으로 듣기 위해 여러 음악을 골라 들었다. 그리고 알게 된 것은 저음역대의 실력을 온전히 확보할 수 있는 레벨까지 볼륨을 올리지 않는다면 Earsonics CORSA의 저음 선율들은 소극적인, 벽에 붙은 사운드가 되고 만다는 것... 저음 마니아로서는 아쉬운 부분이다. 



Earsonics CORSA는 무대가 리스너의 앞으로 모이지 않고 약간 귀를 중심으로 뒤로 모이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공중에 떠 있다. 강화된 고음역대, 특히 초고역대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증발하지 않고 영롱하게 맺혀가며 덩치가 커지는 울림들이 두개골의 끝으로 모여 울리고 있고, 무대를 점점 천정으로 끌고 올라간다. 저음역대에서 무게 있게 곡을 잡아주지 않기 때문에 더욱 가벼워진 터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살짝 부양되어 있는 듯한 흥미로운 무대를 감지하게 된다. 하지만 거칠지 않은 따듯한 고음역대이기 때문에 무대의 온기감과 윤기를 느낄 수 있다. 



그리고 Earsonics CORSA로 여러 음악을 듣다 보면 아주 특이한 필터 한 장 정도 되는 듯한 막을 느끼게 된다. (Earsonics CORSA가 추구하는 사운드의 방향을 결정하는 세팅을 필자는 필터라 표현하려 한다.) 우리가 폰에서 사진 앱 기능 중 필터를 사용하여 사진 전체의 느낌을 잡고 조정하는 것처럼, Earsonics CORSA의 이 필터가 사운드의 전체 온도를 높이고, 선율에서 나오는, 증발되어 사라지려는 사운드의 연기들을 모두 잡아서 음악에 붙어 있게 하고 있다고나 할까? 이 역시 꼭 청취해보며 확인해 보시길 바란다.  



이렇게 강한 개성으로 개조된 제품이 어떤 음악에서 존재의 이유를 찾을 수 있을지 궁금해하며 여러 음악을 경유해 보았다. 이미 감 잡으셨겠지만, 역시 보컬이다. 고음을 강점으로 가지지만 치찰음을 갖고 있지 않다. 그러니 어지간한 보컬은 모두 꽤나 만족스러움을 준다. 그리고 앞에서 표현했듯이, 이 제품의 직진성은 미사일급이다. 그래서 클라이맥스로 올라가는 보컬을 들을 때면 끝장을 보고 마는 폭죽을 듣게 된다. 감탄을 자아내는, 고음의 풍성한 청량감과 뻗어남을 들려준다. 그리고 필자 개인적으로는 고음 솔로 악기들의 연주곡도 추천해 본다. 



이쯤에서 다시금 언급하고 싶은, Earsonics CORSA의 장기가 또 하나 있다면, 어마어마한 볼륨의 힘이다. 필자는 거의 모든 제품들을 최대 볼륨으로 모니터링하는 습관이 있는데, Earsonics CORSA는 여러 번 시도했지만 불가능했고, 거의 모든 음악을 반으로 줄여 들을 수 밖에 없었다. 귀부시는 이 파워는 아무튼 이런 넘치는 힘이 있다 보니, 유튜브의 음원들을 양껏 성에 차는 볼륨으로 올려 음악 속으로 완전히 몰입되며 꽉 차게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잠시 사족이지만, 음악에 심취되면 머리로 듣고자 했던 끈을 놓곤 한다. 리뷰를 위한 지표들을 내려놓고 오로지 즐기게 된다. 사실 이론으로 보면 기대치에 대한 뻔한 결과일지도 모르지만, 그리고 이런 방식의 모니터링이 청취 능력에 주는 좋은 영향은 기대할 수 없지만, 자연스레 모두 내려놓게 만드는 순간 그 자체에 희열이 있다. 



자 이제 Earsonics CORSA로 몇 번을 replay 하며 감상한 곡과 앙상블 연주곡 녹음에 대한 감상평을 간단히 써보려 한다. 먼저 박효신의 “야생화"에 대해서인데, 살면서 누구나 폭발하는 가창력을 듣고 싶은 날이 있다. 그렇지만 그 폭발력을 구현해 줄, 필자의 답답한 마음까지 뻥 뚫어줄 만큼의 제품을 만나는 건 흔한 일이 아닌데, Earsonics CORSA가 그런 실력을 갖고 있었고, 그래서 진심으로 감사한 시간을 가졌다. 핏대를 세우고 절규하는 손짓으로 끌어올려지는 클라이맥스에서 박효신이 피 토하듯 외쳐대는 그 선율로 완전히 뚫리는 그 기분.. 고음역과 중음역대의 힘만으로도 이루어내는 이 감동이 신기할 정도이다. 그렇게 여러 번을, 전력을 다해, 보컬에 이끌려 듣고 또 듣는 시간이었다.



슈만의 “String Quartet in A Minor op.41 no.1”...  두 대의 바이올린 선율들이 유려한 움직임으로 소리의 직물을 짜 올리고 내리는 모습에 넋이 나가게 된다. 역시나 초고음역대의 울림들이 선율과 함께 어우러졌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마치 중재하듯 중음역대의 비올라 선율이 부지런히 두 대의 바이올린의 그림자가 되어 준다. 여기에 풍만한 첼로가 전체 악기들을 한 품에 안아서 들었다 놨다를 반복한다. 저음 선율의 민첩성이 떨어지는 아쉬움이 있기는 하지만, 풍만함이 자아내는 지지대를 형성해서 고음 악기들의 리드를 잘 보필한다. 전체적으로 사운드의 스모그 현상이 있기 때문에, 낱개 선율의 움직임을 따라가다가 결국 덩어리로 음악을 감상하게 되어 버리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어쩌면 이런 능력으로 음악을 하나로 모으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긍정적인 결론도 내려 본다. 



Earsonics CORSA는 고음역대가 매우 탁월하다. 해상도 좋은 인이어 제품들의 고음역대는 날씬한 여가수들과 같은데, 이 제품은 풍채 있는 소프라노 여가수 같다. 힘 좋고 풍부한 볼륨에 온갖 주의를 다 사로잡아 버린다. 사실 고음부가 이리 강력하며 매력적인 건 처음이다. 제품들의 다양한 시도와 콘셉트들이 이 시장의 발전을 만들어가는 것임을 생각해볼 때 Earsonics CORSA는 제 몫을 한 것이다.


참고로 꼭 알아두어야 할 부분으로 Earsonics CORSA의 사운드 감상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에이징이 더욱 필수이다. 사실 근간 필자가 들어본 제품들은 에이징 하는 과정 중에서도 크게 사운드의 본질이 바뀌지 않았지만, Earsonics CORSA는 상대적으로 차이가 명확히 있었기에 굳이 당연한 이 말을 남겨본다. 







https://www.earsonics.com/in-ear-monitors/en/cor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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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중 이미지는 제조사 상품 페이지와 본 글의 기고 매거진에서 발췌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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