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곁에 온 고양이 그 후
우리 곁에 온 아기 고양이. 그리고 고양이에 대한 무지로 인해 안타까운 이별을 한 아이들.
https://brunch.co.kr/@grium/25 그 아이들은 졸업을 하고 학교를 떠났다. 남겨진 나는 새로운 아이들과 새로운 만남 그리고 새로운 수업을 함께 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출근을 하고 보니 복도에 낯선 물건이 놓여 있었다.
행정실에 확인해 보니 밤사이 무인경보가 내내 울렸나보다. 길고양이가 들어온 것같은데 확인을 할 수 없어서 포획틀을 놓아두었다고 한다. 작은학교 어느 구석에 꼭 꼭 숨었는지 찾기가 쉽지 않았다고.
점심시간 아이들의 외침과 우당탕 소리에 교실로 가 보니 고양이 한 마리가 잔뜩 겁에 질려 몸을 곤두선 채 경계를 하고 있었다.
아이들 딴에는 잘 몰아서 학교 밖으로 내 보내주려고 했던 것같은데 놀란 고양이가 그런 아이들의 마음을 알아 챌리가 없다. 아이들에 쫒겨 도망쳐 온 곳이 하필 우리 교실이었고 한참 이곳저곳 도망치던 녀석은 내 책상 옆 물건을 다 쏟아버리고는 지켜서 숨을 고르고 있었다.
날쌘 녀석은 결국 인간의 손을 거부하고 잘 피해 도망을 다니다 급식실까지 들어가 한바탕 난리를 피우고는 밖으로 도망을 쳤다. 그 후로도 학교 주변에는 몇 몇 길고양이들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지난번 아기 고양이와의 이별 이후 아기 고양이들을 자주 만나게 되는 시기가 매년 5월 무렵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래서 올 해는 학교 주변의 길고양이를 수업으로 담아내려고 고민하고 있었다. 교육과정의 내용 속에서 고양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며 수업도 함께 하려고 준비한 활동들.
국어 수업과 관련된 활동으로는 인터넷 신문 기사를 읽고 내용을 간추리고 문제를 파악하며 해결책을 고민해 보았다.
신문 기사를 읽으며 아기고양이 혼자 있는 것을 사람들이 발견하게 되는 이유에 대해 알아보고 길고양이에 대한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과 고민도 함께 이야기 나누었다.
과학시간에는 강낭콩 기르기 수업이 있었는데 강낭콩과 함께 캣그라스를 함께 키웠다. 캣그라스는 털을 고르는 고양이의 습성때문에 털뭉치를 고양이가 먹게 되는데 소화되지 않은 털뭉치를 밖으로 잘 배출할 수 있도록 고양이들이 풀을 뜯어 먹는다고 한다. 그때 고양이가 먹을 수 있는 풀을 캣그라스라고 한다.
마침 인터넷에서 주문한 캣그라스 봉투가 씨앗의 이름이 써 있지 않고 그냥 온 덕분에(?) 설명만 읽고 씨앗을 찾아보는 활동으로 바꾸었다.
처음에는 씨앗만 나눠주고 서로 분리하도록 했다. 귀리, 보리, 및, 호밀 비슷비슷하게 생긴 씨앗들을 아이들이 나름의 기준으로 분류해 보았다.
그런 다음 씨앗에 대한 설명을 담은 안내문을 나눠주고 다시 씨앗을 분류했다.
이렇게 심은 캣그라스와 과학교과서에 있는 강낭콩을 함께 비교 관찰하며 키웠다.
아기 고양이를 만났을 때의 행동 요령은 포스터로 만들어 학교 곳곳에 안내했고 교실에서 싹을 틔운 캣그라스는 길고양이가 자주 다니는 곳에 심어두었다.
우연히 만난 아기 고양이. 그리고 예상하지 못했던 아기 고양이의 죽음
하지만 그런 아이들의 일상을 그냥 슬픈 에피소드로만 넘기고 싶지 않았다. 또 다른 아이들과의 만남 속에서 함께 아이들의 일상을 다시 수업에서 함께 나누고 이야기하고 싶었다.
올 해 만났던 아이들은 또 내년 나를 떠날 것이고 새로운 아이들을 만날 것이다.
아기 고양이를 만나면... 이라는 활동이 아깽이 캠페인에서
고양이집사 활동으로 확장되었던 것처럼
내년에는 또 다른 아이들과 또 다른 수업으로 새롭게 연결되고 이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