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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나 Feb 06. 2022

우리는 무언가를 해냈다는 감각으로 살아간다

일상 한 단락 열아홉, 결국은 해냈다는 감각.

광고대행사와 뗄레야 뗄 수 없는 그 이름, 야근.

12월 말부터 1월 말까지, 새로운 프로젝트가 시작되어 거의 매일같이 열한시, 열두시를 넘겨가며 야근을 했다. 원래도 밥먹듯이 하는 야근이었지만, 점심먹을 시간도 없이 숨가쁘게 일하고 한달 내리 야근이 이어진 것은 또 오랜만이었다.


처음 프로젝트를 시작했을때, 이미 숱한 프로젝트들을 거쳐왔기에 '평소처럼 이렇게 저렇게 하면 되겠지' 라고 안일하게 생각했다가, 방대한 정보값들과 빠듯한 마감시간에 압도되어서 정리가 되지 않았다. 그동안 스스로 많이 성장했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리 머리를 쥐어뜯어도 도저히 솔루션을 낼 수 없었다.


같은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팀원들의 상황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간 해오던 프로젝트 대비해서 아주 복잡하고 방대한 양의 정보들을 빠른 속도로 정리하고, 구조화를 한 뒤에야 업무를 시작할 수 있었는데, 쉽사리 풀리지 않는 일에 모두가 답답함을 느끼고 있었다.


더이상 진척을 하기가 힘들다는 생각이  때쯤, 9명의 팀원들이 모두 같이 음성콜을 켜두고 실시간으로 대화를 주고받으며 각자 고민하던 지점들을 하나 둘씩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마치 재난영화에 나올법한 긴박감으로 하루 내내 꼬박 음성콜을 켜두고, 실시간으로 업무들을 재배분하고, 리더는 방향성을 제시해나가며 복잡한 업무들이 하나씩 진행되었다.


처음 일을 시작했을땐, 이건 정말 못하겠는데. 싶을 정도로 절망스러웠는데, 모두 다같이 결국은 해냈다는 생각, 그리고 힘겨운 야근의 시간들이 헛되지는 않았다는 생각에 감격스러운 마음까지 들었다.


업무량이 많은 탓에 아직까지도 야근에 허우적대고 있지만, 초반의 정신없이 쳐내는 식으로 해치웠던 일들은 이제서야 프로세스가 정비되고, 안정화되어가는 중이기에 마음은 훨씬 편안해졌다.

  

최근에 오은영 박사님이 '사람들은 열심히 해봤던 경험과 기억으로 산다'  말씀을 했었다. 고등학교 2학년 2학기 점수는 기억하지 않지만, 졸음을 참아가며 공부했던  기억으로 야근을 하고, 아이를 낳다가 힘들어도 끝까지 낳고, 과일을  때도 반짝반짝 닦아서 판다고.


앞으로 더 힘든 일들이 분명히 있겠지만, 일에 있어서 열심히 무언가를 해보았다는 기억이,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해냈다는 감각이 남은 날들을 버티게 해줄 것이라 믿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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