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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나 Jun 11. 2023

대행사 퍼포먼스 마케터가 인하우스 PM이 된다면?

[워크스페이스] 세 번째, 폭풍의 직무전환 3개월 차 회고

약 3개월 전, 인하우스 헬스케어 스타트업의 PM으로 이직을 했다. 적어도 내가 느끼기엔, 광고 대행사의 퍼포먼스 마케터는 압축적으로 성장하고 전문성을 갖출 수 있는 만큼, 빠르게 성장의 한계점에 도달하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주니어에서 시니어로 가는 길목 어딘가에서, PM으로의 직무전환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자발적으로, 폭풍의 이직을 겪으며 느낀 3개월간의 소회를 적어본다.


인하우스에서의 업종의 의미는 대행사에서와 다르다.

광고대행사에서 커머스, 게임, 금융, 구직, 뷰티 등 다양한 업종을 잠시나마 경험할 수 있었고, 동시에 서로 다른 업종의 프로젝트를 4~5개씩 담당했다. 그래서 막연히 새로운 도메인에 적응하는 건 쉬울 것이고, 크게 상관 없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인하우스에서 접한 도메인 지식은 대행사에서 경험한 그것과 크게 달랐다.


대행사에서 경험한 업종은 쌀밥을 먹을때 여러가지 반찬을 먹는 정도였다면, 인하우스로 이직한 뒤의 업종은 매일같이 쌀밥을 주식으로 먹다가 갑자기 빵을 먹는 기분이랄까. 잘 알지 못하는 분야임과 동시에,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업종으로 이직을 해보니 도메인 지식에 대한 학습이 쉽지 않았다. 직무전환을 하는 상황에서는, 이미 관여도가 높거나, 한 번이라도 일로써 경험을 해보았거나, 혹은 유저로서 진입장벽이 높지 않은 업종을 선택하는 것이 혼란스러움 속에서 중심을 지켜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실력은 신입인데요, 부담감은 경력입니다.

이직을 하기 전, 나는 주어진 일을 거의 대부분 잘 해낼 수 있었고, 어려운 일이라도 방법을 찾을 수 있으며, 조직 차원에서 필요한 일을 스스로 만들어냈다. 하지만 직무를 전환하면서, 그동안 잘 쌓아온 나의 자기 효능감은 처참히 무너졌다. PM으로서 가장 기본적으로 해야하는 서비스 플로우를 기획하고 그리는 일이 내게는 무척 어렵게만 느껴졌다.


어려움을 느낀 이유는 처음 해보는 일이기도 했지만, 잘 해내서 높은 수준의 결과물을 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이었다. 처음 해보는 일은 당연히 미숙하기 마련인데, 다른 직무이지만 어찌되었든 '경력직'이라는 타이틀은 결과물에 대한 부담과 압박을 느끼게 만들었다. 매일 스스로 '밥값을 못하고 있다' 는 자책감이 들었고하루라도 빨리 새로운 조직에 나를 증명해야 한다는 부담을 갖고 출근했다. '잘 하는거 놔두고, 커리어가 꼬인거 아닐까?' '잘못된 선택이었을까?' 하는 생각에 한 번 빠지면, 걷잡을 수 없이 우울해지기 일쑤였다. 신입으로 취업준비를 했던 때의 막막함을 이직하면서 다시 느끼게 될 줄은 몰랐다.


직무전환은 분명히 쉽지 않다. 경력직으로서 가질 수 있는 장점과 기회, 그리고 나의 영향력을 다시 미지의 세계로 몰아넣는 일이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동안 제품 분석 툴을 새로 도입했고, 디자이너/개발자와 협업해 운영중인 앱 서비스의 플로우를 바꾸어 보았으며, 이전에 없던 새로운 화면을 기획해보기도 했다. 그렇게 신입의 마음으로 다시 실무를 하며, 한없이 낮아진 효능감을 다시 차곡차곡 쌓아나가고 있는 중이다. 글을 쓰다 보니 이직실패담(?)이 된것 같지만, PM으로 일을 잘 하는 법에 대해 나만의 정의를 만들어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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