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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모탈출 Jul 15. 2024

과학도 종교다

과학이 모든 것을 설명할 수는 없다


과학도 일종의 물신 숭배다. 이는 단순한 비유가 아니라 현대 사회의 깊은 곳에 자리 잡은 현상이다. 과학이 모든 것을 설명해 줄 수 있다고 맹목적으로 믿는 모습은 종교와 다를 바 없다. 이러한 믿음은 마치 전지전능한 신을 숭배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일부 과학자, 전문가들이 과학에 대해 설명해 주고 대중은 그대로 받아들이는 과정도 종교와 닮았다. 이는 마치 종교 지도자들이 경전을 해석하고 신도들이 그것을 절대적 진리로 받아들이는 것과 놀랍도록 유사하다.


다른 관점을 받아들이지 않고 오직 자신이 옳다고 주장하는 것도 종교와 닮은 점이다. 과학적 방법론만이 진리에 도달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고집하는 태도는, 특정 종교만이 구원의 길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러한 독선은 과학의 본질인 개방성과 비판적 사고를 저해한다.


과학은 틀림을 인정하고 수정한다는 점에서 종교와 다르다고 하지만 오직 과학적 관점에서만 그렇다. 과학의 영역 내에서만 다른 과학적 관점이나 방식으로 수정될 뿐이다. 이는 마치 종교도 세부적인 교리는 계속해서 수정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과학 역시 그 근본적인 틀 안에서만 변화를 허용하며, 그 틀 자체에 대한 의문은 종종 이단으로 취급된다.


일단 과학은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없다. 과학은 가설을 세우고 관찰과 실험을 통해 그 가설을 증명하는 학문이다. 이 가설을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영역만 과학이라고 할 수 있다. 눈에 보이는 물리적인 관찰이나 실험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론은 우리 세계의 많은 부분을 설명하지 못한다.


당장 물리적인 현실에서도 과학으로 설명 안 되는 영역이 꽤 많다. 특히 우주와 생명의 기원에 대해서 그렇다. 생명의 진화는 과학적으로 증명되었지만 생명의 기원에 대해서는 과학이 말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 우주도 마찬가지다. 빅뱅으로 우주가 시작되었다고 하지만 빅뱅 이전에 대해서도 과학은 거의 설명하지 못한다. 


양자역학도 마찬가지다. 양자역학은 과학적으로 관찰되고 작동하는 방식을 어느 정도 설명할 수 있지만, 왜 그런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알지 못한다. 우주에 암흑물질과 암흑 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95%가 넘는다. 다시 말해 우주의 95%는 아직 알지 못한다. 이렇게 물리적인 영역에서도 과학이 알고 있는 것은 극히 적다. 이는 우리가 얼마나 무지한지, 그리고 과학이 얼마나 많은 것을 아직 설명하지 못하는지를 보여준다.


비물리적인 영역은 과학의 입지가 더 좁다. 윤리, 정치, 국가 같은 개념들에 대해서도 과학의 역할은 미미하다. 물론 이런 영역들에 대해서도 과학적인 방법론을 도입해 조사하고 통계 분석을 하기도 하지만 자연과학만큼의 정확한 관찰과 설명은 거의 불가능하다. 인간 사회의 복잡성과 다양성은 과학적 방법론으로 완전히 포착하기 어렵다.


특히 인간의 의식, 정신적인 영역은 거의 모른다고 봐야 한다. 아직 과학이 뭘 모르는지도 모를 정도다. 의식에 대한 과학적 정의조차 내리지 못하고 있다. 과학은 뇌가 의식을 만들어내는 기관이라고 말하지만 물질적인 뇌가 어떻게 비물질적인 의식을 만들어 내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설명하지 못한다. 


이렇게 과학이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많은 만큼, 과학이 모든 것을 설명해 줄 것이라는 생각은 틀렸다. 과학은 우리 세계를 이해하는 강력한 도구이지만, 전능한 해답은 아니다. 과학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은 오히려 우리의 지식과 이해의 폭을 제한할 수 있다.


(그렇다고 종교가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다는 생각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우리는 과학과 종교, 그리고 다른 모든 지식의 형태들이 가진 한계를 인식하고, 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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