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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ebum Kim Apr 12. 2020

그럼에도 불구하고 컨퍼런스나 세미나를 간다는 것은

광고성 세미나에서도 우리의 것을 발견하는 방법

우리 회사는 모든 직원이 1년에 최소 4회씩 내/외부로 교육을 받아야 하는 제도가 있다. 각자의 직무에 맞게 혹은 새롭게 개발하고자 하는 분야의 교육을 선택해서 받으면 되는데, 작은 회사일수록 직원들 개개인의 역량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인지 교육에 대한 지원은 후한 편이다.






아무리 회사에서 교육을 지원한다고 해도, 매 번 수 십만 원을 호가하는 컨퍼런스나 세미나를 신청하기에는 부담이 있다. 그래서 보통 이벤트 선물로 받은 티켓으로 참석을 하거나 '무료'로 초청하는 행사를 위주로 참석하게 되는데, 이런 행사는 대부분 그들의 서비스나 솔루션을 홍보하기 위한 광고성 세미나나 컨퍼런스일 확률이 높다.


작년에 갔던 컨퍼런스나 세미나의 면면만 봐도 구글의 '유튜브 브랜드 워크숍', 아마존 'B2B 셀러 입점 설명', 세일즈포스(Salesforce)에서 주관한 'B2B 세일즈 디지털 혁신 세미나', VMware Korea에서 주최한 'vFORUM 2019' 등 '무료이지만 세미나를 빙자한 홍보성 행사'가 대부분이었다.



그래도 언제든 불러주세요 :)



홍보성이 짙은 컨퍼런스나 세미나더라도 분명 먹을 것은 있다. 나는 이런 행사의 초반부에 배치된 기조연설이나 최근 업계 트렌드에 대한 섹션을 가장 눈여겨보는 편이다. 앞 단에 그럴싸한 이야기를 깔아놔야 서비스나 솔루션을 판매하기 좋아서인지 트렌드에 대한 정리부터 최신의 기술이 잘 정리되어 있는 강연이 많다. 전체의 강연에서 가장 좋은 인사이트는 대부분 앞단에서 얻는다.


전체 강연을 듣고 그들이 준비한 솔루션을 통 크게 구매하여 적용하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우리는 그러지 못할 가능성이 더 높다. 그래서 앞부분의 강연은 주의 깊게 듣고 일부 흥미로운 주제만 선택한 뒤 나머지는 과감하게 스킵한다. 우리의 시간은 소중하기 때문에!






마케팅을 주제로 한 세미나나 컨퍼런스를 가도 못 알아듣는 내용들이 은근히 많은데, 우리 부서에는 웹 개발/디자인, 서버 관리, 쇼핑몰, 공연장 등 마케팅과 연관된 파트들이 같이 속해 있어서 이와 연관된 컨퍼런스나 세미나에 참석해야 할 때가 종종 있다. 이런 행사에서는 연사가 분명 한국어로 (혹은 한국어로 번역해주거나)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마치 외국어를 듣는 것처럼 못 알아듣는 내용이 태반인 경우가 있다.


하지만 못 알아듣더라도 포기하지 않는 자세가 중요하다. 나는 강의에서 자주 언급하는 용어는 그 자리에서 검색해보거나 같이 간 담당자에게 물어보기도 하면서 희미하게나마 전체인 맥락을 파악해보고자 하는 편이다. 이런 맥락과 흐름을 알아야 우리 회사의 프로세스에서 적용시킬만한 접점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작은 회사에서는 도저히 적용할 수 없을 것 같은 거창한 개념이나 솔루션에 기가 죽거나 좌절할 필요도 없다. 오히려 그  개념을 우리의 실정에 맞게 축소하여 적용할  있을지 고민해보는 것이 무료인 컨퍼런스나 세미나를 알차게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다.






한 가지 유용한 팁은 이런 행사의 주제와 연관된 '담당자'와 함께 참석해보는 것이다. 나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앞부분의 강연과 몇 개의 선택 강연을 들은 후 주로 근처의 카페에 들러 담당자와 티타임을 갖는다. 이 자리에서 오늘 행사는 어땠는지 서로의 생각을 나누기도 하고, 강연에서 이해가 되지 않았던 내용을 질문하기도 하며 들었던 내용 중에서 우리 회사와 연관시킬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 논의하기도 한다.


담당자와 함께 행사에 참석하고 티타임을 갖는 장점은 우선 전체적인 맥락을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그리고 내 입장에서는 막연한 이야기지만 현재 우리의 상황에서 이런 부분이 기술적으로 가능한지, 어느 범위까지 적용시킬 수 있을지 담당자로서 보다 실제적이면서 구체적인 방법들을 고민하여 제시해준다는 점이다.





작년에는 개발자 분과 2-3개의 컨퍼런스를 다녀왔는데, 여기서 눈여겨봤던 주제들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과 '내부 직원 경험'이었다. 티타임에서 그리고 회사에 돌아와서도 담당자와 두 가지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나누곤 했다. 그리고 올해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거창한 개념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나 '내부 직원 경험'은 아니지만 소소하게 우리의 실정에서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보고자 했고, 15년도 더 된 내부 관리자 페이지를 리뉴얼하기로 하였다. 이 관리자 페이지에는 고객지원팀의 고객상담과 자료부터 출고실의 재고 관리, 온라인 쇼핑몰의 주문, 발주, 결제 처리 그리고 각종 통계자료를 확인할 수 있는 매우 광범위한 기능이 담겨있다. 하지만 너무 오래전에 만들어 놓고 필요한 기능만 추가하다 보니 사용에 불편함이 있거나 한 번에 자료를 파악할 수 없다거나 하는 애로사항이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관리자 페이지를 사용하고 있는 모든 담당자를 만나서 미팅을 갖고, 각자가 사용하는 기능에 대한 프로세스를 문서로 정리하여 취합하였다. 이제 앞으로 취합한 자료를 바탕으로 내부 직원들의 업무 효율을 높이고, 관리자 페이지에서 회사의 현황을 보다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개선하고자 한다. 무료 세미나를 통해 들었던 내용이 이렇게 하나씩 우리의 것으로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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