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과 집중을 통해 자사몰 성장시키기
마케터 모임에서 '자사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담당자들의 성토대회가 벌어진다. 자사몰이지만 가격경쟁력이 떨어진다던지, 쉽게 노출이 안된다던지, 충분한 예산이 없다던지, 시스템이 구축이 안된다던지... 분야나 환경이 다를지라도 그 고민은 비슷한 범주 안에서 있었다. 이렇듯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마케터들에게 자사몰은 아픈 손가락과 같은 존재이다.
우리도 10년 정도 자사몰을 운영해왔다. 제조업 기반이고 오프라인 매출이 전체의 90% 이상이 되는 회사다 보니 자사몰(혹은 외부쇼핑몰을 포함한 온라인몰)에 대한 기대감이나 관심은 크게 높지 않은 편이고, 외형적인 모습은 갖추었으나 이에 대한 체계적인 운영이나 관리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었다. 그래서인지 온라인 시장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5년 정도 자사몰의 매출은 제자리걸음이었다.
지금으로부터 약 3년 전 웹/프로그램 개발 부서에 속해 있던 자사몰(+온라인몰)과 웹개발에 대한 업무가 마케팅팀으로 넘어오게 되었다. 자사몰을 맡고 나서 자원과 인력의 한계로 인해 모든 걸 한 번에 바꿀 순 없었지만 단계별로 하나씩 운영에 필요한 것들을 갖춰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해부터 5년간 제자리걸음을 하던 자사몰 매출이 조금씩 높아지더니 올해는 전년대비 약 20% 정도 성장하게 되었다.
코로나로 인해 구매의 중심이 오프라인 매장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했다는 점, 광고를 이용하기 시작했다는 점 등의 시기적인 이슈도 있었지만 없는 살림에서 자사몰을 성장시키기 위해 짜낸 아이디어들이 하나, 둘 모여 시너지를 내고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조심스레 들었다.
1. 온라인 구매를 위한 최소한의 생태계를 만들자
자사몰도 갖췄고, SNS도 하고 있고, 광고도 하고 있는데 작은 회사에서는 이 모든 것이 각개전투를 하듯 따로 돌아가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그래서 나는 작은 회사에서 자사몰을 담당하고 있는 마케터들에게 무엇보다 우선 온라인 구매를 위한 최소한의 생태계(혹은 여정)를 만들어 볼 것을 권한다.
위의 그림은 우리 브랜드의 자사몰 구매를 위한 최소한의 생태계를 그려본 것인데 '너무도 당연한 프로세스가 아닌가?'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을 것 같다. 하지만 저 생태계를 구축하기까지 꼬박 3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이런 여정을 만들어 보는 것이 주는 유익은 마케터로서 온라인상에서 자사몰로의 고객 여정을 하나의 흐름으로 파악할 수 있고, 제품에 대한 마케팅 플랜이나 이벤트 전략 수립할 때도 우리가 갖춘 온라인 생태계 안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우선순위로 정해 작은 회사의 한정된 리소스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2. 결제는 무조건 간편하게
자사몰이 조금은 촌스럽거나 불편할 순 있다. 하지만 요즘 시대의 소비자들에게 결제 과정이 복잡하고 불편한 것은 참을 수 없는 요소인 것 같다. 그래서 결제는 무조건 간편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좋다. 우리도 다른 무엇보다 자사몰에 간편결제 시스템을 우선순위로 도입하고자 했고 실제 적용까지 시간이 좀 걸리긴 했지만 개발자의 도움을 받아 네이버페이를 연동할 수 있었다.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페이코 등 간편결제의 선택지는 많지만 자사몰에 이를 다 갖다 붙일 필요는 없고, 꼭 하나만 해야 한다면 나는 네이버페이를 연동할 것을 추천한다. 아무래도 검색이라는 장점이 있고, 사용자도 많기 때문에 네이버페이가 가장 효과적인 것 같다. 실제로 현재 우리 자사몰의 결제 중 약 30%가 네이버페이로 이루어지고 있고, 간편결제를 도입한 뒤 6% 정도 매출이 증가했다.
3. 광고 예산이 있다면 유입과 재유입에 집중하기
작은 회사의 자사몰에서는 광고에 대한 예산을 편성하기가 쉽지 않다. 그 이전에 왜 광고가 필요한지에 대한 내부 설득 자체도 매우 험난하다. 그래도 어찌어찌 최소한의 광고 예산을 확보했다면 나는 '유입'과 '재유입'을 위한 광고에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올해 온라인몰을 맡은 이래로 3년 만에 처음으로 전체 온라인 매출의 3% 수준의 광고 예산을 할당받았다. 하루로 환산하면 빠듯한 액수지만 이를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네이버 쇼핑검색광고로 유입을, 이탈한 고객을 대상으로 구글 리타겟팅 광고로 재유입할 수 있도록 광고비를 집중시켰다. 특히 구글 리타겟팅 광고는 방문자수와 매출 증대에 매우 효과적이었는데, 모바일 유입만 광고 후 약 250% 정도 증가하는 효과가 있었다.
4. 메인 상품은 과감하게 버리자
회사에서 잘 나가는 제품은 꼭 자사몰이 아니어도 구성원 모두가 관심을 갖고 판매에 신경을 쓴다. 오히려 나는 자사몰에서 메인 상품 외에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제품이나 알리고 싶은 제품을 위주로 강조를 하는 편이다. 그래서 우리 자사몰의 메인배너, 할인/기획전, 제품 홍보라인에서 메인 상품은 잘 노출시키지 않는다. SNS를 중심으로 메인 상품 외의 제품을 소개하고 자사몰을 통해 구매할 수 있게 유도함으로 새로운 구매고객 층을 자사몰로 흡수시킬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자사몰에서 할인행사를 진행하다 보면 대리점이나 오프라인 매장 점주 등 거래처에서 항의가 많이 들어오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제품들은 내, 외부에서도 크게 신경을 쓰지 않기 때문에 클레임에 대해서도 조금은 자유로운 편이다. 또한 자사몰에서 반응이 좋은 제품들은 내부에서도 다시금 관심을 갖고 오프라인 매장이나 상품개발 방향에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추세이다.
5. 자사몰 단독 상품 만들기
자사몰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품목을 늘려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자체 생산이 가능한 제조업인 우리 회사는 주기적으로 새로운 제품에 대한 아이데이션 및 상품 유효성 검토 등의 단계를 거친다. 이때 도전은 해 볼 만한데 소비자의 니즈를 잘 모르겠거나 기존 거래선에 대한 마진 구조가 도저히 안 나와서 중도에 개발이 중단되는 제품들이 종종 있는데, 최근 우리는 이런 제품들 중 일부를 자사몰 단독 상품으로 만들어 판매를 하기 시작했다.
나는 자사몰 단독 상품에 대한 내부 설득을 위해 ① 최소 단위로 생산하여 온라인에서 먼저 테스트 형식으로 진행해보고 소비자의 반응을 살피며 향후 방향성을 정하자, ②오프라인 매장에 입점을 시키거나 매대에 제품을 비치하는데 발생하는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는 수단으로 온라인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자는 명분을 제시했다. (사실 이 부분은 담당자 or 마케터가 적극적인 의지가 필요한 부분인 것 같다.) 이렇게 만들어진 단독 상품은 회사 전체 매출의 비중을 봤을 때는 미미한 수준이지만 이전에 없던 새로운 자사몰의 매출을 가져왔고, 새로운 고객층도 확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6. 우리 브랜드에만 유독 몰리는 플랫폼 찾아보기
마지막으로 잘 찾아보면 우리 브랜드에게만 유독 유효한 타깃의 고객이 몰리는 플랫폼들을 발견할 수 있다. 우리는 홈페이지(연간 85만 명)가 그랬고, 라벨 전용 프로그램(연간 44만 명, 세션 700만)이 그랬다. 구글 애널리스틱으로 사용자 수를 측정하기 전까지만 해도 자체 채널이나 프로그램의 광고 효과에 대해서 크게 신경 쓰지 않았는데, 수치를 보고 해당 플랫폼의 배너 영역들을 적극적으로 광고 수단으로 활용해보기로 했다.
홈페이지와 프로그램의 주요 배너에는 자사몰의 해당 제품 페이지로 링크를 연결해 놓고 유입과 구매가 일어나는지를 추적할 수 있는 장치들을 심어놨는데, 해당 플랫폼을 통해 생각보다 많은 양의 유입과 결제가 일어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자사 플랫폼을 찾은 고객들이 우리 제품을 가장 관심 있게 보는 대상이다 보니 더 큰 광고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온라인 판매를 넘어 자사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요즘. 자사몰에 대한 성장을 고민하고 있다면 회사(혹은 브랜드)의 환경에 맞는 최소한의 온라인 생태계를 구축하고, 자신의 브랜드(혹은 제품)에 맞는 특성들을 접목시키면서 생존해 나가는 것은 어떨지... 자사몰 때문에 오늘도 머리 싸매고 있는 모든 마케터들에게 건투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