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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ebum Kim Mar 20. 2020

'할 수 있는 범위'에서 '하고 싶은 것' 하기

작은 회사 마케터 이야기

작은 회사의 마케팅 실무자들이 가장 많이 부딪히는 요소 중 하나는 '자원의 부족'이 아닐까 싶다.


개인적으로는 주니어 때 부터 늘 '에이전트' 입장에서만 있다보니 돈 쓰는 단위가 남다르신 광고주님들이 베푸시는 넉넉한 (쓰는 입장에선 딱히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지만...) 예산만 접하였었는데, 작은 회사의 인하우스 마케터로 들어오면서 단 돈 10만원 예산을 집행하는 것도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알았다. 심지어 우리 회사는 작은 회사 중에서도 규모가 꽤 있는 회사인데 말이다.




입사 후 한 달 가까이 회사와 브랜드를 뜯어보며 마케팅의 방향성을 정리했고, 업계 견적 등을 비교해가며 적정한 예산을 구상해서 실무 임원진과 미팅을 진행했다. 브랜딩에 특히 관심이 많은 나로써는 오랫동안 인하우스 마케터로 '내 브랜드를 성장시켜보자'라는 열망이 늘 마음 한 켠에 있었기에,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열정적이고 장황하게 프리젠테이션을 했던 것 같다.


정말, 그 돈으로 이걸 하라구요?



모든 보고를 마치고 난 뒤... 나에게 돌아온 피드백은 '1. 우리 브랜드를 잘 분석해보느라 고생했다.'와 '2. 예산은 잡은 것에서 3분의 1선에서 해볼 것'이었다. 막막했다. 이 예산으로 어떻게 이 일을 하지?


약간의 실망감과 허탈함으로 한동안 일이 손에 안잡혔다. 그러던 어느 날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래서 주어진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잔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그 중 하나 기억에 남는 것은 세컨 브랜드의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것이었다. 앞의 내용을 읽어보면서 짐작했겠지만, 우리 형편에 인스타그램 운영에 있어 스튜디오를 섭외하거나 대행사를 쓴 다는 것은 애시당초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브랜드의 커뮤니케이션은 인스타그램이 맞겠다는 확신이 있었고, 이를 실행할 방법을 계속 고민했다.


하지만 첫 단계부터 허들이 등장했다. 운영이야 대행사에서 디지털마케팅 파트에 있었으니 어떻게든 할 수 있겠다만, 정기적인 이미지 수급을 도저히 내부에서 감당할 수 없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더군다나 브랜드 특성상 인스타에 올릴 그럴싸한 사진이 필요했으니.....


개인 타임라인에 공지를 올렸고 176개의 댓글이 달렸다.



고민을 하다가 페북을 열었다. 그리고 공지를 올렸다.



'주변에 내가 좀 감각적으로 인스타를 운영하고 있는데,

취미로 약간의 원고비로 에디터 활동을 하며 사진을 제공해주실 분?!'



반신반의 하며 참여를 기다리고 있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뜨거웠다. 대댓글이 포함된 숫자지만, 대략 댓글만 176개가 달렸고, 이 중에 정말 우리 브랜드와 잘 맞겠다 싶었던 두 분을 컨택했다. 너무도 약소한 원고비와 선물이었지만, 열의를 다해 이미지를 촬영하고 보내주시는 에디터 분들 덕분에 엉망이었던 인스타의 이미지들이 조금씩 자리를 잡혀가기 시작했다. 스튜디오나 대행사를 통해서 한다고 했다면 엄두도 못 낼 예산의 범위 내에서 이미지를 변신시키는데까지 발전을 한 것이다.


기존의 인스타그램은 이런 느낌이었다.
에디터 분들이 찍어주신 이미지로 채워져가는 인스타 피드


운영까지는 대성공을 거두진 못했지만, 우리는 그렇게 약 2년 정도 몇 번의 에디터 선정을 통해 꾸준히 인스타의 이미지를 쌓아 나갔다. 이 모든게 처음 할당 받은 예산의 5분의 1 정도 수준의 비용 안에서 이루어졌으니, 절반의 성공은 이룬 것이 아닐까?!(라는 정신승리 ㅋㅋ)






작은 회사 마케터를 가장 무기력하게 만드는 것은 '자원이 없다'의 문제가 아니라 '자원이 없어서 아무것도 시도해보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우리의 상황은 여전히 열악하지만, 작은 회사 마케터들이여!! 리소스가 작다고 원망할 시간에 지금 주어진 범위에서 할 수 있는 것부터 '뭐라도 시작'해보자.



P.S: 아... 근데 첫 글을 쓰고나서 보니 약간 애잔하네 ㅠ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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