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aul Lee Jan 22. 2022

호주 군 입대 이야기 - 1

나는 어쩌다가 호주 군인이 되었을까?

호주에   10년이 넘었습니다. 2011년에 학생비자를 가지고 왔다가 영주권을 따고, 시민권을 따고 호주군에 입대할 때까지 여러 가지 이야기   가지는 이미 읽은 분들이 계실 겁니다.


2018년에 대형차량면허를 따고 스쿨버스기사로 일하던 제가 호주 군에 입대한 이야기를 좀 해보려고 합니다.


호주군에 입대한 계기는 코로나 때문이었습니다. 작년(2020년) 3월 말 쯤, 한국은 신천지 때문에 난리가 났다가 조금 잠잠해지는 중이었고 호주에는 아직 그다지 많은 확진자들이 나오지 않고 있었습니다. 시드니에서만 두 자릿수의 확진자가 나오고 제가 살고 있는 빅토리아 주는 아직 확진자가 나오지 않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미국에서 멜번으로 돌아온 한 여행객이 확진이 되고, 그 여행객 옆자리에 앉았던 학교 선생님 한 분이 연이어 확진이 되면서 사단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그 선생님과  같이 일하던 선생님이 밀접접 촉자가 되었는데 그 선생님의 부인이 제가 운행하던 버스가 가는 학교의 미술선생님이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처음의 그 학교와 미술선생님이 일하는 -또 제가 버스를 운행하는- 학교도 문을 닫았습니다. 그 바람에 제 일이 없어졌고, 캐주얼로 일하고 있던 저는 수입이 없어진 셈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안되겠다 싶어서 다른 일을 좀 찾아볼 요령으로 구직 사이트를 들락날락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아내의 ‘공무원 쪽으로 좀 알아봐. 얼마 전에 시민권도 땄잖아.’라는 말에 시민권을 딴 지 딱 4개월 된 저는 정부 구직 사이트를 들어갔고 곧 ‘defence job - driver roles for army’라는 타이틀을 보고 ‘오, 군대랑 계약해서 일하는 운전기사인가 보다. 나쁘지 않겠네.’라는 생각에 지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지원하면서 작성하는 항목이 너무 많아서-거의 두 시간을 꼬박 신상명세를 포함한 신청서를 작성하는 것에 소모를 했습니다. 작성하다가 너무 시간이 오래 걸려서 포기할까?라는 생각도 얼핏 했지만 일하는 시간이 줄어들어 거의 하루 종일 집에 있었던 저는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에 계속 작성을 했고 결국 지원서를 제출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는 한 달이 넘게 연락이 없어서 떨어졌나 보다라고 생각하고 그 사이에 다른 버스 회사에도 지원서를 내보고 다른 여러 곳에 지원했지만 이미 코로나 사태가 전세계적인 사태로 번지고 있었고, 제가 살던 멜번도 막 한두 명씩 확진자가 나오던 상황이라 가벼운 락다운이 이미 시작되어서 지원한 회사들에게서 아무런 대답을 들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여느 날과 다름없이 하루에 한 번 허용된 운동을 하기 위해 아내와 함께 동네 한 바퀴 산책을 하다가 모르는 전화번호로 전화가 온 것이었습니다. 누구지? 라는 의문과 함께 전화를 받았더니 ‘Defence Force Recruiting Team’이라며 Aptitude test(적성검사)가 있으니 이메일로 보내주는 링크를 확인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서둘러 산책을 끝내고 집에 돌아와서 이메일을 확인해 보니 진짜로 Defence Force에서 온 메일이 있지 않겠습니까? 아니, 기대도 안하고 있던 ‘공무원’ 지원이 된 거라고? 메일을 열어보니 적성검사는 온라인으로 진행되는데 문항이 50여 개인데 다 풀 필요가 없고 그냥 시간이 되는 만큼만 풀라고 하며 온라인 테스트 링크가 같이 첨부되어 있더군요.


‘지금부터 시작이다.’라는 마음으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온라인 테스트 링크를 열었습니다. 그야말로 호주 군(당시는 군인이 되는 것인 줄 모르고 있었지만- 지원이라는 대장정이 시작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편안함의 경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