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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ul Lee May 16. 2022

호주군 입대 이야기 - 2

지원절차 1

적성검사를 하라고 보내는 링크를 클릭했더니 페이지가 열렸습니다. 두근두근하는 가슴을 부여잡고 확인을 해보니 페이지마다 질문이 있고,  개의 보기  답을 고르는 형식이었습니다. 자랑은 아니고, 한때 멘사 회원이나 되어볼까 해서 자료를 찾아본 적이 있었는데, 멘사코리아 홈페이지에서 멘사테스트를 보기 전에 가장 비슷하다고 하면서 미리 해보라고 하던 IQ테스트 페이지와 흡사한 질문들이었습니다.  50문항 정도였는데   필요가 없고   있는 만큼만 풀라고 해서 마지막  문제는 풀지 못하고 시간이 종료가 되었습니다. 중간중간 영어 단어의 뜻을 묻는 질문도 있었는데, 모르는 단어가 대부분이었다는 것을 빼면 그다지 어려울 것도 없는 테스트였습니다.


테스트가 끝나고 다시 기다림의 시간입니다. 약 2주가 지나자 다시 전화가 왔습니다. 적성검사에 관련하여 온라인 인터뷰가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약 일주일 후로 약속을 잡았습니다. 2018년 버스회사 면접을 본 후 오랜만에 보는 면접이라 긴장되는 부분이 없지 않았지만 코로나 상황이 심해지던 때여서 대면 면접도 아니고 줌을 통해 하는 온라인면접이었기에 비교적 가벼운 마음으로 준비를 했습니다. 면접 당일이 되어 옷을 갖춰 입고 컴퓨터 앞에 앉아서 면접을 기다렸습니다. 사실 이때의 면접 내용이 거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약 15-20분 가량의 짧은 면접이었던 걸로 기억하고 ‘왜 지원을 하게 되었냐? 호주에 온 지 얼마나 되었나?’ 등 기본적인 내용이었던 것 같습니다. 대체적인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딱딱한 분위기는 전혀 없었기 때문에 면접이라기 보다는 동료와 대화하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어쨌든 그렇게 적성검사 관련 인터뷰를 마치면서 또 연락을 주겠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처음에 지원을 할 때 거의 제로에 수렴하던 가능성이 그나마 조금 높아진 느낌이 들었습니다. ‘나도 드디어 정부일-공무원일을 하게 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왠지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그리고 한 달, 두 달 기다리다 보니 ‘떨어졌나?’라는 생각도 들고 오만가지 생각이 들기 시작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지난 인터뷰로부터 약 2개월 정도가 지난 시점에 다시 전화가 옵니다. 다음은 psychological 인터뷰가 있고, 잡인터뷰가 있을 거라는 전화였습니다. 일단 진행이 되고 있다는 걸 알고 나니 또 살짝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그렇게 일단 psychological 인터뷰 날짜가 잡혔고 8월 중순 쯤에 역시 줌으로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30-40분 정도 진행했었던 것 같고, 특별히 어렵지 않게 넘어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때를 즈음해서 잡인터뷰에 관련된 정보가 이메일로 날아왔습니다. 이메일에 PDF파일이 3-4개가 첨부되어 있었는데 9월 말에 하기로 한 잡인터뷰 때 그 내용으로 인터뷰를 하니 미리 충분히 읽어보고 알고 있으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리고 모든 파일을 다운받아서 출력해서 하나하나 읽어보았습니다. 그런데!! 내용 중에 ‘Initial Military Training(기초군사훈련)’, ‘Initial Employment Training(기초직업훈련)’, ‘Barracks(주둔지)’ 등등의 제가 예상하지 못했던 단어들이 보였고, 자세히 읽어보니 이것이 그냥 군대에서 일하는 -한국의 군무원 같은- driver가 아니라 그냥 운전병이 되는 거였습니다.


갑자기 고민이 되었습니다. 정부에서 일하는 job을 원한 거였지 군인이 될려는 생각은 추호도 없었던 터라 갑자기 군인이 되어야 한다고 하니 고민이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7월 말에 당시 다니고 있던 버스회사에서 자그마한 사고가 있었고, 그게 빌미가 되어 회사를 그만두어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뿐 아니라 코로나 때문에 8월 2일부터는 멜번이 4단계 락다운이 시작되었던 것입니다. 당연하게도 사람을 구하는 회사는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군인이 되어야 하나 고민은 되었지만 실제로 다른 방도가 없었습니다. 군인이라도 되는 수 밖에요.


그런데 문제는 또 있었습니다. 입대를 하기 위해서는 pre-enlistment fitness assessment(입대 전 체력 검증)가 있는데 푸쉬업 15회, 윗몸일으키기 40회, shuttle run test(beep test) 7.5점을 넘어야 된다는 것입니다. 평소에도 푸쉬업을 자주 했기 때문에 당장 푸쉬업을 해도 30-40회는 거뜬히 했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안되었고, 또 윗몸일으키기도 해보니 어렵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beep test는 유튜브에서 오디오 파일을 찾고, 20미터 간격의 두 선을 두고 왕복달리기를 처음 했을 때 7.5는커녕 4.5를 겨우 하고 숨이 턱까지 차올라 거의 죽을 뻔한 경험을 한 이후 제가 어릴 때부터 오래달리기는 정말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중고등학교 때 1000미터나 2000미터 오래달리기를 하면 매번 반에서 꼴찌를 도맡아 했던 기억이 떠오른 겁니다. 신기하게도 100미터를 달리면 나름대로 괜찮은 기록이 나오는데 오래달리기만 하면 반에서 꼴찌를 했었습니다. 그래서 비프 테스트에서 4.5가 나왔을 때에도 사실 어느 정도 예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이것이 안되면 정말 큰일이기에 비프 테스트를 한 그 다음날부터 달리기를 시작했습니다. 죽이 아니면 까무러치기니까요.


그렇게 달리기를 시작했고, 처음에 1킬로미터를 느린 속도로 겨우 달렸고, 그렇게 조금씩 달리는 거리를 늘려갔습니다. 그리고 그 사이 잡인터뷰 관련 자료들을 열심히 해석하며 공부했고 9월 말에 있었던 두 시간 가까이 걸린 잡인터뷰도 크게 문제없이 잘 마쳤습니다. 인터뷰 말미에 저를 인터뷰하던 해군 대령이 ‘Congratulations’라고 하면서 합격했다고 알려주더군요. 그 후에는 곧 medical assessment가 있을 예정이라며 대략적인 일정을 알려줬고, 전 달리기 때문에 걱정도 되었습니다. 어쨌거나 1차의 큰 산은 넘은 셈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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